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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을 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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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8 18:00 프린트하기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발행한 <SEMA 함께 행복 同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세제부터 화장품, 향수, 식기, 가공식품, 장난감까지 지구에 없었던 합성 화학물질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조금 더 깨끗하고, 조금 더 편리하고, 조금 더 아름다워지고자 쉽게 사용해오던 화학물질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아토피와 천식, 알레르기, 성조숙증 등 생활 질병의 원인으로 화학물질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편리와 성능, 효과를 포기하긴 힘들었다. 그러던 중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화학물질의 공포가 더욱 커졌다.

‘노케미족’, ‘화학포비아’라는 단어까지 들어가며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화학물질. 그러나 그 자체로는 죄가 없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화학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공기, 물, 흙뿐만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영양소와 천연물질까지 모두 화학물질이다. 문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합성 화학물질 중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다.

 

 

유해 화학물질,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생활제품에 포함된 화학 성분과 양을 확인하고 독성 강도를 파악하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현재 유통되는 화학물질 4만 개 중 환경부에 등록된 것은 510개뿐이다. 많은 단계를 거쳐 성분의 CAS 등록번호(화학물에 부여된 고유 번호)를 알아내 검색하면 정작 ‘자료 없음’이 뜨는 경우도 많다. 같은 화학물질이라고 해도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위험성도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이 수많은 화학물질의 사용을 생활 속에서 적절히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후폭풍으로 논란이 되었던 다림질 보조제에는 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외에도 화학물질이 84종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사). 그러나 제조업체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분 설명에는 ‘수지계열, 향’이라는 두 단어가 전부였다. 2015년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에 따르면 제조상 영업 비밀 침해 우려가 있는 기밀 성분인 경우에는 제조 성분을 모두 다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위해우려제품은 지난해 4월 이전까지만 해도 자율적으로 신고만 하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화장품과 의약품,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책임을 지고 있다. 사전에 허가를 받고 주성분을 공개해야 해 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또 화학물질이 포함된 공산품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위해우려제품 15종은 환경부가 관리한다. 담당 부처가 다르고 공개 의무 여부도 제각각이다 보니 사각지대에 방치된 제품이 나온다. 에어컨에 뿌리는 소독(항균)제와 세정제, 탈취제는 위해우려제품에 포함되어 있지만 항균 물질이 뿌려진 채 출시되는 필터는 위해우려제품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핫팩, 젤 형태의 쿨팩, 파티용 눈 스프레이, 식물용 잎 광택제 등도 마찬가지다.

 

 

 

노케미족 확산, 천연 재료로 안전하게

 

뭘 믿고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자 아예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화학제품을 거부하는 ‘No chemical’ 이른바 ‘노케미(No-chemi)족’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생활 화학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베이킹파우더‧밀가루‧물‧식초 등으로 세정제를 직접 만들어 쓴다. ‘No shampoo’를 외치며 베이킹소다나 식초로 머리를 감는 사람들인 노푸족(No-poo)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재료는 ‘베이킹소다’다. 식용으로도 쓰이는 베이킹소다는 주방에서 만능이다. 과일이나 채소를 씻을 때 찬물에 섞어 사용하면 좋다. 물때를 제거할 때는 구연산과 물을 부은 후 베이킹소다로 문지른다. 기름때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반 컵씩 섞어 닦고, 도마를 살균할 때는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15분간 끓인 후 설거지하듯 닦는다. 탄 냄비는 베이킹소다를 뿌린 후 젖은 스펀지로 닦으면 잘 지워진다. 행주를 삶을 때는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를 1큰술씩 넣으면 세균이 제거된다. 모든 상황에 베이킹소다 대신 식초를 사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욕실에서도 베이킹소다의 활약은 계속된다. 물때가 낀 금속 샤워기는 비닐에 베이킹소다 4분의 1컵과 구연산 1컵을 넣고 샤워기 입구를 감싼 후, 한 시간 후에 물을 틀면 깨끗해진다. 타일의 찌든 때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뿌린 뒤 1시간 동안 기다리면 말끔해진다. 욕실의 곰팡이는 레몬 껍질로 닦아주고, 변기는 콜라를 하루 전날 밤에 부었다가 아침에 물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깨끗해진다.

빨래를 할 때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를 몇 방울만 떨어뜨려 주면 섬유가 부드러워진다. 와이셔츠나 티셔츠의 목과 소매의 묵은 때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1 대 1로 섞어 문질러주면 말끔해진다. 세탁조를 청소할 때는 구연산,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를 1 대 1 대 4로 넣고 세탁기를 10~15분 정도 돌린 뒤 물이 가득한 상태로 2~3시간 두었다가 다시 세탁기를 돌려 마무리한다.

과탄산소다는 찬물에 반응하지 않고 뜨거운 물에서 거품이 생겨 산소계 표백제 구실을 하므로 뜨거운 물에 미리 녹였다가 쓰는 게 좋다. 단백질 분해 효과가 뛰어나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되니, 입에 닿는 식기에는 쓰지 않는다. 사람의 호흡기에 해를 주지 않는 거품을 만들어내고, 냄새가 없으며, 물에 잘 녹아 세탁세제로 쓸 만하다. 뜨거운 물에 과탄산소다를 녹인 뒤 변색된 옷을 넣고 빨면 하얗게 변한다. 세탁물의 이염(移染)을 막고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하려면 소금물에 빨래감을 20~30분 정도 담갔다 빨면 된다.

‘여름의 적’ 모기 퇴치제도 대신할 방법이 있다. 외부로 노출된 피부에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알레르기의 주범 집먼지진드기는 계피가 천적인데, 계피와 물을 1 대 9로 섞은 액체를 분무기에 넣고 뿌려주면 제거할 수 있다.

쓰고 남은 천연세제는 산소와 만나지 않도록 플라스틱이나 유리로 된 밀폐용기에 밀봉해서 실온에 보관하면 된다. 특히 구연산 등 산성 물질은 금속 용기에 보관하면 안 된다. 구연산을 물에 타서 분무기에 넣고 뿌릴 때는 2~3일 안에 다 쓰는 게 좋다.

 

 

동아사이언스 윤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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