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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원으로 만나는 일본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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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원으로 만나는 일본의 과학

2015.04.19 18:31
[과학기자의 문화 산책]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을 가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은 우에노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가는 길에 통과하는 우에노 공원도 볼 거리가 많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은 우에노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가는 길에 통과하는 우에노 공원도 볼 거리가 많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10일 도쿄 우에노역(上野駅)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국립과학박물관을 찾았다. 우에노역에서 국립과학박물관까지 가려면 우에노 공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딱딱한 자연과학을 만나기에 앞서 커다란 나무가 보기좋게 어우러진 우에노 공원의 경치도 즐길 만 하다.


우에노 공원에는 국립과학박물관 외에도 국립서양미술관, 국립박물관이 함께 있다. 이날 오전에는 국립과학박물관을, 오후에는 국립서양미술관을 들렀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르누아르와 모네는 물론 피카소의 작품도 만날 수 있어 들르지 않고 지나치기엔 아쉬운 곳이다. 세 곳을 모두 입장할 수 있는 통합 티켓도 판매 중이다.

 

 

주황색 반구형 구조물 안이 바로 360도 플라네타리움 극장이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주황색 반구형 구조물 안이 바로 360도 플라네타리움 극장이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 “어머 이건 봐야해” 360도 영화관


국립과학박물관의 입장료는 620엔으로 한화로 6000원 정도다(일반인과 대학생 620엔, 고등학생 이하는 무료). 입장료가 아예 없는 영국의 박물관에는 비할 수 없지만 일본의 교통비나 식비 물가를 고려하면 4시간 여를 알차게 즐기기에 아깝지 않은 비용이다.


입장한 뒤 가장 먼저 즐겨야 할 것은 360도 플라네타리움 상영관이다. 바닥까지 투명한 소재로 된 구름다리 위로 올라간 뒤, 머리 위부터 발 바닥 아래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꽉 채운 영상을 10여 분 간 즐길 수 있다. 설명은 당연히 일본어로 나오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면 까막귀가 된 기분이 들 수 있지만 사방팔방 펼쳐진 화면은 설명을 알아듣지 못해도 충분히 압도적이다.


4월에는 우주의 탄생과정을 다루는 영화와 초기 인류의 여정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공룡이 나오는 영화를 기대했었던 터라 못내 아쉬웠지만, 마치 비행기를 탄 듯 평원을 가로지르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고 난간을 움켜쥐게 될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공룡을 주제로 한 ‘마지막 공룡(The Last Dinosaurs)’은 5월과 7월, 9월, 12월에 상영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지그재그로 펼친 고래의 장(腸)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지그재그로 펼친 고래의 장(腸).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 좁은 공간 안에 가득 찬 지구의 식생


국립과학박물관은 지구에 사는 동식물과 우주에 대한 기초지식을 아우르는 ‘자연관’과 일본의 동식물과 식생,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일본관’으로 나뉘어있다. “과학관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자연관이지!”라는 생각으로 먼저 자연관을 보기로 했다.


‘지구의 다양한 생물들’이란 제목의 1층 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고래의 장(腸)이다. 수십 미터에 이르는 장을 지그재그로 나열해놓았는데 그 위로 하얀 ‘무언가’가 촘촘히 박혀있다. 전시물의 주제는 ‘공생과 기생’으로, 하얀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고래 기생충이다. 고래의 장을 필두로 1층에서는 기린과 코끼리의 거대한 골격 표본, 수백 종의 지상동물과 해양 동물의 박제와 표본을 만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고래 기생충(위)/ 하야부사가 가져온 소행성 암석 표본을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현미경을 통해 보는 모습은 우측 모니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최근 국내에서 주목을 받은 고래 기생충(위). 하야부사가 가져온 소행성 암석 표본을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현미경을 통해 보는 모습은 우측 모니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2층에서는 일본의 우주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소행성에서 표본을 채취해 2010년 지구로 돌아온 하야부사 탐사선의 모형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하야부사가 채취해온 표본을 직접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코너도 준비돼 있다. 관람객 1명이 1분 동안 현미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데, 박물관에 간 시간이 평일 오전이다 보니 혼자서 수 분간 소행성의 암석표본을 살펴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3층에서는 아프리카 평원을 누비는 다양한 포유류 표본을 만날 수 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전시 방식이다. 마치 동물원 우리를 둘러보듯 유리벽 내부를 360도 방향에서 둘러볼 수 있는데 꼭 동물 무리 한 복판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 관람객들이 가장 발을 떼지 못하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웠던 곳은 지하 2층 전시실이었다. 아시아 최대 수각류인 타르보사우르스는 물론 디메트로돈, 매머드 등 박력넘치는 거대한 골격 표본들을 만날 수 있다. 머리 위에는 틸로사우르스 등 거대 해양공룡의 표본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사방팔방 어디를 봐도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지하3층 전시실에서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와 함께 해당 원소들의 표본을 함께 전시한 전시물이 인상적이었다.

 

 

아시아 최대 수각류 타르보사우르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아시아 최대 수각류 타르보사우르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주기율표와 원소가 함께 전시돼 있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주기율표와 원소가 함께 전시돼 있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아프리카 평원을 누비는 다양한 포유류를 만날 수 있는 3층 전시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아프리카 평원을 누비는 다양한 포유류를 만날 수 있는 3층 전시실.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항아리 속에서 미라가 된 채로 발견된 고대 일본 여성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항아리 속에서 미라가 된 채로 발견된 고대 일본 여성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일본관


지구관의 입구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빼앗았던 전시물이 고래의 장 속에 살고 있는 새하얀 때처럼 낀 기생충이었다면, 일본관에서는 항아리에 갇혀 미라가된 고대 일본 여성의 모습이었다. 미라를 직접 본 건 지난해 대영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이후 두 번째로, 처절해 보였던 대영박물관의 미라와 달리 일본 미라의 모습은 조금 더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일본의 전통 그림 속에 등장한 개와 개의 표본을 나란히 둔 전시물 또한 인상적이었으며, 지구관의 표본 못지않게 일본에 사는 동식물 표본과 박제를 모아둔 곳 역시 규모나 볼거리 면에서 지구관에 뒤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일본관’은 ‘지구관’에 비해 스케일이 작고 볼 거리도 없을 것이란 편견을 고의적으로라도 깨려는 노력이 느껴졌달까.


실제 암석으로 만든 일본 지질도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실제 암석으로 만든 일본 지질도.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지진이 쉴 날이 없는 일본의 지질도를 실제 암석으로 만든 일본전도 또한 훌륭한 볼거리였다. 또한 일본 곳곳에 떨어진 운석을 모아놓은 전시물을 보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진주운석 문제가 떠올라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국립과학박물관 전층을 돌아다니는 데는 3시간 여 정도 걸렸다. 일시적으로 관람이 제한된 전시실도 있었기 때문에, 만약 이곳을 여유있게 모두 보고자 한다면 4시간 정도를 예상하면 될 것 같다.


신발은 반드시 편안한 신발을 신을 것을 권하며, 박물관내 레스토랑은 가격에 비해 양이 무척 적기 때문에 근처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오길 추천한다.

 

 

 

 

일본 곳곳에서 발견된 운석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일본 곳곳에서 발견된 운석.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일본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의 다양한 식생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일본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의 다양한 식생. - 도쿄=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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