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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페라리 출생의 비밀은 기술-예술 접목하는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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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페라리 출생의 비밀은 기술-예술 접목하는 ‘공방’

2013.05.13 14:13


[동아일보] ■ 100% 맞춤제작 ‘마라넬로 공장’

“여기가 자동차공장이 맞습니까?”

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 마라넬로의 페라리 본사 공장. 고급 양복점을 떠올리게 하는 으리으리한 모습에 주눅이 들었다. 운동화 차림으로 안에 들어가자니 괜스레 겸연쩍었다. ‘테일러메이드’(맞춤제작)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한 건물에 들어서자 고급스러운 나무 바닥 위에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이곳은 고객이 방문해 내·외장재 재료와 색깔을 고르는 곳이다. 테이블 위에는 수십 가지의 가죽 샘플과 색상 조견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VIP 입맛에 맞춘다

페라리 테일러메이드는 100% 맞춤형 자동차를 설계하는 곳이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뒤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고객은 이곳에서 차의 내·외장 색상과 차체의 재료를 하나하나 고를 수 있다. 시트의 바느질 매듭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다. 벽면에는 페라리의 포뮬러원(F1) 경주차와 클래식카(연식이 오래됐고 희소성을 인정받는 차)의 차체와 부품이 진열되어 있다. 고객이 주문 과정에서 참고하도록 한 것이다.

페라리의 연간 생산대수 7000여 대 중 70대 안팎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페라리 고객 중 상위 1%에 드는 부와 명성을 가진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담 디자이너와 상의해 ‘나만의 페라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호주의 한 유명 골퍼가 타탄체크(스코틀랜드의 전통 격자무늬)로 실내를 꾸미고 카본파이버(탄소섬유) 차체를 씌운 페라리를 주문했다고 한다. 주문제작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억5000만∼5억 원대인 일반 모델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니콜라 보아리 페라리 제품마케팅총괄 임원은 이곳을 “극한의 희소성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 루이뷔통 출신이 ‘한 땀 한 땀’ 제작

자동차를 만드는 곳이라고는 보기 힘든 광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공장의 또 다른 이름, ‘페라리 캠퍼스’는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었다. 공장 곳곳에 놓인 ‘페라리 레드’ 색상의 쓰레기통 디자인마저 범상치 않게 느껴질 정도다.

“이제 슬슬 공장다운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안내인은 일행을 페라리의 양산 모델을 생산하는 조립라인 입구로 데려갔다. 로봇팔이 불꽃을 튀기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공장 안은 울창한 나무로 가득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이 공장은 마치 햇살 가득한 수목원 같았다.

페라리는 수제작이 기본이다. 근로자들은 여유로우면서도 진지했다. ‘저런 여유로 언제 차를 만드나’ 싶을 정도였다. 페라리 공장 근로자는 3000여 명이며 연간 생산대수는 7000여 대. 한 명이 1년에 2.3대를 만드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근로자들이 차 안 내장재에 가죽을 바느질해 ‘한 땀 한 땀’ 덧입히고 있었다. 빈첸조 레가조니 페라리 기술총괄 임원은 “루이뷔통이나 보테가베네타 같은 고급 가죽제품을 만들던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를 예술품으로 바꾸는 마법


대당 수억 원 안팎에 팔리는 슈퍼카의 ‘출생의 비밀’이 담긴 페라리 공장은 국내에도 수가 적지 않은 페라리 마니아들의 성지(聖地)다. 골수 마니아들이 꼭 봐야 할 곳은 오래된 페라리 모델의 복원작업을 맡는 ‘클래시케’다. 1947년부터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페라리를 복원하는 곳이다.

2006년 문을 연 이곳에서는 10명 남짓한 엔지니어가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복원하는 정성으로 자동차를 복원한다. 마치 조각가들이 모인 공방과도 같은 느낌이다. 탁 트인 실내의 작업대 위에는 1967년형 ‘275 GTB’가 놓여 있었다. 영화배우 스티브 매퀸이 생전에 몰던 ‘애마’라고 한다. 백발의 숙련공들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천천히 차를 만졌다.

아무리 파손이 심해도 차체의 뼈대(섀시)만 남아있으면 출시 당시의 새 차로 돌려준다. 그 어떤 오래된 부품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대형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방대한 자료실에 지금까지 나온 모든 모델의 설계도가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복원비용은 일반적인 경우 25만 유로(약 3억6000만 원). 새 차 한 대 값을 주고 골동품을 복원하는 수요가 있는 것은 페라리가 예술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인 1963년형 페라리 ‘250 GTO’는 지난해 경매에서 약 360억 원에 낙찰됐다.

인구 1만5000여 명의 소도시 마라넬로에서 페라리 근로자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이 공장은 쾌적한 근무환경 덕에 200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로부터 ‘유럽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연봉 직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근무연한이 쌓이고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면 작업복 대신 흰 가운을 입고 현장 품질감독을 맡거나 레이싱팀의 엔지니어로 선발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연봉은 페라리 일반 근로자의 10배 이상(약 23만 달러·2억5500만 원)으로 뛴다.

근로자들은 칙칙한 작업복 대신 F1 선수들이 입을 것처럼 멋들어진 새빨간 유니폼 차림이다. 왼팔 소매에는 이탈리아 국기가 새겨져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모레티 페라리 생산총괄 임원은 “나라를 대표하는 명차를 만든다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마라넬로=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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