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급부상한 코로나 백신 지재권 면제...국내서 자체 생산하려면

통합검색

급부상한 코로나 백신 지재권 면제...국내서 자체 생산하려면

2021.05.14 07:00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mRNA 백신 자체 생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mRNA 백신인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 백신을 연구자가 들어보이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mRNA 백신 자체 생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mRNA 백신인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 백신을 연구자가 들어보이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보호 유예(면제)를 지지하고 나섰다. 전세계적인 백신 부족 현상에 대한 해결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즉각 환영 성명을 내놨고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백신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들도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는 인류가 코로나19 사태로 처음으로 개발한 mRNA 백신에 주로 집중돼 있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다.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투여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의 백신이나 다른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을 투여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은 전통적인 백신 설계 전략으로 특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백신 지재권 보호 유예가 이뤄지면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국가에서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르면 6개월 내에 제조시설을 갖춰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의 핵심인 mRNA 기술 특허가 공개되도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과 똑같은 백신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재권 면제 범위가 워낙 넓고 제조 공정 노하우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백신 위탁생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위탁생산은 계약내용에 따라 개발사가 알려주는 조건대로 대리 생산하는 것으로, 빠른 생산이 가능하지만 생산량 등을 계약에 의거한다는 점에서 지재권 면제에 따른 자체 생산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 광범위한 mRNA 백신 지재권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은 기존에 활용됐던 백신 기술을 이용해 개발됐다. 이와 달리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은 코로나19로 최초로 상용화된 백신 기술이다. 백신 지재권과 특허가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mRNA 백신의 지재권이 광범위하다고 평가한다. 먼저 백신의 알맹이와도 같은 코로나19 유전물질을 포함한 mRNA 제조 기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가 mRNA에 담긴다. mRNA가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해 항체를 생성하는 원리다. 


mRNA를 감싸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mRNA는 분자가 불안정하고 크기가 커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려운데 이를 해결한 게 LNP 기술이다. LNP 제조 기술은 미국 아뷰투스와 영국 제네반트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도 아뷰투스의 LNP를 도입해 쓴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mRNA 백신은 기술 자체가 모두 새롭게 특허 대상이며 LNP의 경우 특허만 수백개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면역증강제나 면역보조제와 같은 첨가물에도 특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mRNA 백신 지재권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 제조 공정 노하우는 지재권 아냐...기술이전 과정 필요


mRNA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면 국내에서도 6개월 내에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제약그룹 동아쏘시오그룹의 게열사 에스티팜이 지난 4월 제네반트의 LNP 기술 도입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여건만 갖춰지면 mRNA 백신 생산이 가능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광범위한 백신 지재권이 면제된다고 해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똑같은 백신을 제조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제조 공정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지혜 대한변리사회 행정이사는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공정의 온도나 습기 등 미세한 조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백신 개발사들도 조정 과정을 거치며 제조 노하우를 축적한다”며 “이같은 노하우는 특허 대상이 아닌 데다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영업비밀까지 공개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 공정 노하우는 지재권 면제와는 별도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노하우를 지닌 전문가들이 직접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홍기종 편집장도 “기술을 베낀다고 해서 베껴지는 게 아니다”며 “전문가들의 기술 이전이 이뤄져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나 모더나가 생산한 백신과 동일한 안전성과 효능을 확보했는지 여부도 검토해야 하는 안전성 확인과 임상 절차는 또다른 문제다.  

 

이같은 이유로 지재권 면제보다 위탁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화이자나 모더나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위탁생산을 협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한다고 해도 개발사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관련 노하우를 전부 오픈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개발 또는 지재권 면제에 따른 생산 기술 확보 등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4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