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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로 이뤄진 반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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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로 이뤄진 반별이 있을까

2021.05.11 18:00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반물질 이미지. 사진 제공 NASA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반물질 이미지.  NASA 제공

우주 저 끝에서 반물질로 만들어진 반행성이 주위를 돌고 있는 반별로 이뤄진 반은하가 순진한 우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우주 어디에도 반물질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 프랭크 클로우스, ‘반물질’에서

 

지난해 이맘때 어머니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받았다. 당시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황을 지켜본 건 꽤나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반(反)직관의 과학인 양자역학에서도 가장 반직관적인 실체인 반물질의 존재감을 일상에서 느꼈으니 말이다. 양전자(positron)는 전자의 반물질(반입자)로, 전하만 반대일뿐 다른 물리적 성질은 같다.

 

PET의 원리를 설명하면 이렇다. 포도당 분자에서 수산기(-OH) 하나를 방사성동위원소인 불소18로 바꾼 불화데옥시포도당(FDG)을 정맥주사하면 포도당 소모가 왕성한 부위에 FDG가 몰린다. 불소18의 반감기는 110분으로, 산소18 음이온과 양전자로 바뀐다. 이렇게 방출된 양전자가 전자를 만나 소멸할 때 나오는 고에너지 광자(감마선) 한 쌍을 검출해 부위의 상태를 파악한다.

 

우리는 물질로 이뤄진 세계에 살고 있어 양전자 같은 반물질은 만들어지자마자 사실상 그 자리에서 전자 같은 대응하는 물질을 만나 소멸한다. 만일 몸속에서 양전자가 소멸할 때까지 이동한 평균 거리가 1cm만 되도 PET 같은 장비는 해상도가 떨어져 쓸모가 없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의 원리다. 포도당 분자에서 수산기(-OH) 하나가 불소18로 바뀐 불화데옥시포도당(FDG)은 체내에서 반감기가 110분인 불소18이 산소18과 양전자로 바뀐다. 방출된 양전자는 전자를 만나 소멸하면서 질량에 해당하는 고에너지 광자(감마선) 한 쌍을 내놓고 이를 검출해 위치를 추측한다. 센서스 제공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의 원리다. 포도당 분자에서 수산기(-OH) 하나가 불소18로 바뀐 불화데옥시포도당(FDG)은 체내에서 반감기가 110분인 불소18이 산소18과 양전자로 바뀐다. 방출된 양전자는 전자를 만나 소멸하면서 질량에 해당하는 고에너지 광자(감마선) 한 쌍을 내놓고 이를 검출해 위치를 추측한다. 센서스 제공

 

○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 딜레마

이처럼 우리 몸, 더 나아가 지구에서 반물질은 생성되자마자 사라지는 ‘찰나’의 존재이지만, 우주 모든 곳에서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물질이 희박한 우주 공간에 놓인 반입자는 입자를 만나 소멸할 때까지 한동안 존재할 수 있다. 

 

어쩌면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로 이뤄진 반세계(antiworld)가 있을지도 모른다. 반세계에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반불소18이 반산소18 양이온과 전자(electron)로 붕괴하는 현상을 이용한 전자방출단층촬영(EET) 장치를 발명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곳에서는 전자가 반입자로 불리겠지만.

 

반세계라는 말이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물질로 이뤄진 우주라는 설정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주론에 따르면 빅뱅 직후 우주는 에너지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으로 생겨나고 소멸하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주의 모습이 존재하려면 물질과 반물질 사이에 비대칭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1964년 서로 다른 종류의 쿼크와 반쿼크로 이뤄진 중간자가 붕괴할 때 물질과 반물질로 정확히 반반씩 나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CP변환대칭성깨짐’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만으로 오늘날 물질로 넘쳐나는 우주를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지금도 물질세계라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반헬륨으로 보이는 입자 관측
2011년 ISS에 설치된 AMS-02의 검출 원리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 또는 반입자는 속도와 질량, 전하에 따라 휘어지는 정도와 방향이 다르다. 지금까지 반헬륨으로 추정되는 입자 8개를 포착했지만 확정적으로 말하려면 더 많은 신호가 잡혀야 한다. 사이언스 제공
2011년 ISS에 설치된 AMS-02의 검출 원리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 또는 반입자는 속도와 질량, 전하에 따라 휘어지는 정도와 방향이 다르다. 지금까지 반헬륨으로 추정되는 입자 8개를 포착했지만 확정적으로 말하려면 더 많은 신호가 잡혀야 한다. 사이언스 제공

그런데 몇몇 과학자들은 SF에나 어울릴 것 같은 반세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주 어딘가에 반세계가 존재한다면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에서 목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주에 세계와 반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가설은 그 전제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게 문제다. 초기 우주에서 쌍으로 생겨난 물질과 반물질이 우주 공간에 비균일하게 퍼져 따로 천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열역학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세계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 결과가 있다.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알파자기분광계(AMS-02)가 우주선(cosmic ray)에서 반헬륨으로 추정되는 신호 8개를 검출했기 때문이다. 아직 개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신호가 계속 포착된다면 진짜 반헬륨이라고 인정받을 것이다. 검출 빈도는 헬륨 1억 개 당 반헬륨 1개꼴이다. 

 

반헬륨의 검출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반입자와는 기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전자나 반양성자는 물질로 이뤄진 별의 생성과 폭발 과정이나 원소 붕괴 과정에서 생길 수 있지만, 반헬륨은 반세계의 핵융합반응이 있어야 한다. 즉 반헬륨의 원자핵은 반양성자 2개와 반중성자 1개(반헬륨-3) 또는 2개(반헬륨-4)로 이뤄져 있다. 물질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AMS-02가 검출한 신호가 진짜 반헬륨이라면 유력한 기원은 반별(antistar)이다. 즉 반별이 폭발할 때 반원소 잔해가 우주로 퍼져나갔고, 긴 여행에서 용케 살아남은 반헬륨이 AMS-02에 걸린 것이다. 특이하게도 반헬륨 추정 신호 8개 가운데 반헬륨-3이 6개이고 반헬륨-4가 2개다. 반면 물질세계에서는 헬륨-4가 헬륨-3보다 흔하다. 이에 대해 2019년 국제학술지 ‘피직스 리뷰 D’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반별 역시 헬륨-4가 많지만 반별 주위에서 붕괴가 일어나 헬륨-3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반별 추정 위치 14곳 찾아
지난 10년 동안 페르미광역망원경이 포착한 고에너지 감마선이 나오는 지점 5800곳을 분석한 결과 14곳이 반별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갈수록 광자(감마선)의 밀도가 높다는 뜻이다.′물리 리뷰 D′ 제공
지난 10년 동안 페르미광역망원경이 포착한 고에너지 감마선이 나오는 지점 5800곳을 분석한 결과 14곳이 반별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갈수록 광자(감마선)의 밀도가 높다는 뜻이다. 피직스 리뷰 D 제공

그런데 최근 다른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역시 반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이 ‘피직스 리뷰 D’에 실렸다. 프랑스 천체물리학·행성학연구소 페터 폰 발무스 교수팀은 지난 10년 동안 페르미광역망원경이 관측한 고에너지 감마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반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4개 지점을 찾았다. 

 

우주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감마선의 기원은 다양한데, 펄서(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나 블랙홀(물질이 유입되면서)이 대표적이다. 연구자들은 물질과 반물질이 소멸할 때 나오는 광자 쌍의 에너지 범위인 감마선이 관측된 지점 5800곳을 분석해 펄서나 블랙홀 등의 존재 가능성이 없는 14개 곳을 찾았다. 이 지점의 고에너지 감마선은 반별에서 왔을 거라는 말이다.

 

즉 반별에 물질로 이뤄진 가스와 먼지가 유입되거나 물질로 된 소행성 같은 천체가 날아와 부딪치면 입자 반입자 쌍이 소멸하면서 고에너지 감마선이 다량으로 나온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반별 14개가 모두 물질 밀도가 높은 우리은하 안에 있을 경우, 별 40만 개에 반별이 1개꼴로 존재한다. 만일 물질 밀도가 낮은 우리은하 밖에 존재한다면 별 10개에 반별이 1개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로 반별의 존재를 확신하기는 이르다. 설사 AMS-02에서 반헬륨 검출이 이어져 존재가 확증되거나 물질로 된 천체 기원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에너지 감마선 데이터가 쌓이더라도 이게 곧 반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반별에서 나오는 적외선이나 중력파 같은 다른 관측 데이터를 얻더라도 보통 별의 관측 데이터와 구분할 수 없어 확증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행성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후보가 늘어나더라도 여기서 인위적인 신호가 포착되지 않는 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외계 생명체가 있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영국의 물리학자 프랭크 클로우스는 지난 2009년 출간한 책 ‘반물질’에서 “AMS위성이 대기권 위에서 반물질을 탐색했고 남극 상공에 기구를 띄워 반물질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한 원소인 반헬륨조차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고 썼다. 클로우스가 언급한 AMS위성은 1999년 쏘아 올린 AMS-01이다. 책이 나오고 2년 뒤 올라간 AMS-02에서 지금까지 반헬륨으로 추정되는 신호 8개를 포착한 것이다.

 

이런 신호가 없었을 때조차 이글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우주 어디에도 반물질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으니 지금은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반세계)이 있을 수도 있다”는 표현을 써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설사 증명할 길이 없더라도.

 

우주에는 1000억 개가 넘는 은하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반물질로 이뤄진 반은하도 존재할지 모른다. 그러나 빛이나 중력파 같은 관측 데이터로는 물질 천체와 반물질 천체를 구분할 수 없다. NASA 제공
우주에는 1000억 개가 넘는 은하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반물질로 이뤄진 반은하도 존재할지 모른다. 그러나 빛이나 중력파 같은 관측 데이터로는 물질 천체와 반물질 천체를 구분할 수 없다. NASA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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