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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지재권 보호 해제 WTO 본격 논의…백신강국 그래도 여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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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지재권 보호 해제 WTO 본격 논의…백신강국 그래도 여유 있는 이유

2021.05.04 18:58
"제조법 공개와 제조 노하우 별개"…원재료 조달 문제도 걸림돌
미국 미시간주 포티지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2020년 12월 13일(현지시간) 직원들이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상자를 운송용기에 싣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공
미국 미시간주 포티지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2020년 12월 13일(현지 시간) 직원들이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상자를 운송용기에 싣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공

미국이 이달 5~6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 모더나 등이 보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에 나선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은 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 지재권 해제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호 해제가 곧바로 백신 생산으로 이어질지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현지 시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보호 해제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지난해말부터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백신 지재권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 됐다. 백신 선진국들이 앞선 기술을 무기로 백신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급격한 환자 증가로 전세계적인 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백신 선진국과 제약사들은 백신의 원활한 공급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지재권의 일시적 해제에 대해 사실상 불가 원칙을 밝혀왔다. 백신 제조법도 지식재산권에 의해 보호되므로 제약사의 허락 없이 동일한 제조법으로 백신을 만드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자국 제약사의 지식재산권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면 다른 국가들이 이를 이용해 코로나19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해제되면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한 국가들이 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있어 공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방역 실패,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저소득 국가들이 지식재산권 보호 해제를 지지하는 이유다. 인도와 남아공은 지난해 10월 WTO에 백신 지식재산권 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백신 물량이 넘쳐나는 미국은 '백신 독점국'이라는 비난을 거두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식재산권 보호가 해제되도 코로나19 백신을 실제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토마스 쿠에니 국제약업단체연합회(IFPMA) 이사는 대부분의 백신 제조방법이 일반적인 의약품 제조방법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제조법을 공개해도 쉽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쿠에니 이사는 백신의 제조방법을 일종의 '케이크 조리법'에 비유했다. 그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조리법을 얻을 수 있지만 이를 가지고 케이크를 그대로 만들려고 한다면 행운을 빌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 제이콥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법학부 교수도 "제조방법이 공개돼도 다른 제약사가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이콥 교수는 "백신 생산을 방해하는 것은 공장, 기술, 특허가 아니라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앞서 존슨앤드존슨은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 파트너 100곳을 조사했는데 이들 중 10곳만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제조 업체에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이전을 할 경우 업체에서 이미 생산 중인 백신 생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제이콥 교수는 "예를 들어 전문가가 방글라데시에 있는 백신 제조 업체에 가서 3~4년 동안 백신 제조 시설을 짓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그 기간 동안 현재 생산 중인 백신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유는 재료 부족도 지재권 해제 이슈와 별개로 후발 국가의 백신 제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생산 중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은 주성분인 mRNA와 이것을 감싸서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LNP)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신 수요가 급격히 늘자 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의 공급도 부족해지고 있다. 의료 공급망 전문가인 프라샨트 야다브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교수는 "재료 공급 부족으로 향후 6개월 동안 지식재산권 보호 해제가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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