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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과학적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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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과학적 사실

2021.04.28 12:00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달라지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를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신 일본 정부가 우리에게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밝히고, IAEA의 검증 과정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합리적 조건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이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들을 송두리째 무시해버린 것은 명백한 외교적 실수다. 우리 정부도 더 노력해야 한다. 일본이 오염수의 수거·정화·희석·방류를 성실하게 실천하도록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엉터리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어설픈 괴담도 확실하게 경계해야 한다.

 

현대적 과학기술을 신뢰해야

 

1896년 앙리 베크렐이 그 존재를 처음 밝힌 방사선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알파선・베타선・감마선으로 구분되는 방사선이 세포를 망가뜨리고, 유전물질을 훼손해서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포에 떨 이유는 없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한 방사선에 대한 과학과 기술을 정확하게 활용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방사성 오염 물질은 크기가 초미세먼지(2.5마이크로미터)의 1만 분의 1 정도로 작은 원자들이다. 제논-125처럼 독립된 원자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원소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한 분자 상태로 존재한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경우도 있고, 양전하나 음전하를 가진 이온의 상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기체 상태로 공기 중에 날아다니기도 하고, 물에 녹아있기도 하고, 단단한 고체에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부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도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지진해일)로 파괴되어 땅속에 묻혀있는 원자로 3기의 노심(연료봉)에서 녹아나온 20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이 들어있는 지하수다. 당초 섭씨 1000도 이상으로 뜨거웠던 노심은 현재 차갑게 식어있는 상태다. 사고 직후에는 하루 470t씩 흘러나오던 오염수도 이제는 하루 140t으로 줄어들었다. 단단한 합금 상태의 노심에서 녹아나오는 방사성 핵종의 양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사고 현장의 탱크에는 125만 t의 오염수가 수거되어 있다.

 

‘정화’와 ‘희석’이 과학적 해결 방법

 

방사선에 의한 피해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종류’와 ‘양’에 의해서 결정된다. 강력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위험한 핵종의 경우에도 그 양이 충분히 적으면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분명하게 확인된 과학적 진실이다. 방사성 핵종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정화’(purification)와 ‘희석’(dilution)이다.


정화 또는 정제는 오염수에 들어있는 방사성 핵종을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제거해버리는 기술이다. 일본은 이온교환수지로 만든 분리막을 사용한 ‘다핵종제거설비’(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물속에 녹아있는 스트론튬-90・세슘-137・아이오다인-129・코발트-60・안티모니-125 등이 포함된 양전하를 가진 이온성 핵종을 제거한다. ALPS를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62종의 이온성 오염물질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류 허용기준’ 이하로 충분히 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다. 분리막으로 걸러낸 이온성 오염물질은 다른 방사성 폐기물과 함께 처리한다. IAEA와 미국도 그런 계획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인정한다.


물론 ALPS에도 한계가 있다. 탄소-14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나 유기물, 삼중수소가 결합된 ‘삼중수’(HTO)는 전하를 갖지 않고 있기 때문에 ALPS의 이온교환 분리막으로 걸러낼 수가 없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에 녹아있는 탄소-14의 양은 방류 기준인 리터당 2000베크렐(Bq)보다 훨씬 낮아서 방류를 해도 걱정할 이유가 없는 리터당 20베크렐 수준이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ALPS로 처리한 ‘처리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다. 방류가 허용되는 리터당 6만 베크렐을 훌쩍 넘어선 리터당 58만 베크렐이 들어있다. 삼중수는 정상적인 물과 화학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정화가 쉽지 않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극초저온으로 만들어야만 정화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현실적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중수로 오염된 처리수를 깨끗한 물을 이용해서 ‘희석’시키는 기술이 있다.


희석은 방사성 핵종을 포함해서 인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모든 독성 물질에 적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오염 방제 기술이다. 아무리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도 충분히 희석시키고 나면 더 이상 독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안전한 가공식품・생활환경・작업환경을 위해서 제도적으로 시행하는 허용기준과 안전기준이 모두 그런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다. 자동차의 제한속도를 낮추면 사고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원리다.


일본은 처리수를 충분히 희석시켜서 삼중수소의 농도가 방류 허용기준보다 훨씬 낮은 리터당 1500베크렐로 저감시킬 계획이다. 125만t의 오염수를 400배로 희석시켜서 5억t으로 묽힌 후에 30년에 걸쳐서 느린 속도로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파괴된 노심을 완전히 제거하는 2051년까지 흘러나오는 오염수도 같은 방법으로 정화·희석 시켜서 방류한다는 것이 일본의 계획이다.


일본이 오염수의 수거・정화・희석・방류를 얼마나 성실하게 실천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IAEA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엄격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우리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오염수를 대형 탱크에 넣어서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일본에게는 물론이고 우리를 포함한 국제 사회의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혹시라도 뜻하지 않은 사고나 부식에 의해 탱크나 파이프가 파손되는 경우에는 방류 허용기준 이상으로 오염된 방류수가 걷잡을 수 없이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괴담은 외면해야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탱크에 저장된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모습. 일본대사관 제공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탱크에 저장된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모습. 일본대사관 제공

무책임한 황색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서 빠르게 확산되는 ‘괴담’은 마음이 약한 대중을 감성적으로 선동해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부끄러운 사회악이다. 괴담이 과학적 소양이 턱없이 부족한 정치와 결합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어처구니없는 괴담에 대책 없이 흔들리는 우리의 현실은 몹시 안타까운 것이다.


방사능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억지가 방사능 괴담의 출발이다. 수없이 다양한 위험을 극복하고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건강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문명사회를 이룩한 우리 자신의 능력을 극도로 폄하하는 패배주의적 궤변이다. 방사능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기 전부터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염수를 희석시켜도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대표적인 괴담이다. 오염물질의 인체 노출량이 희석에 반비례해서 줄어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염물질이 들어있는 물 1리터는 마실 수 있겠지만, 400배를 희석시킨 400리터의 물은 아무도 마실 수 없다. 태평양에 서식하는 물고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희석을 시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방사성 오염물질이 다시 모여들 수 있다는 주장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무시한 억지다. 물에 떨어뜨린 잉크는 시간이 지나면 균일하게 묽어진다. 묽어진 잉크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다시 모여들어서 진해지지 않는다. 태평양으로 방류한 삼중수소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태평양 전체로 퍼져버리게 된다. 태평양 전체에 퍼져버린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모든 방사선에 노출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스트론튬-90, 세슘-137, 탄소-14가 더 위험하다는 괴담도 있다. 방사성 원소의 위험성은 핵종의 종류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핵종이라고 하더라도 그 양이 충분히 작으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방사선 피폭에 의한 피해는 대부분 만성 질환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피폭이 반복되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오염된 생선을 몇 마리 먹었다고 당장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 피폭에 의해 발성하는 DNA 손상이 반드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부 피폭의 부작용이 20년 후에 나타나게 된다는 주장에 공연히 겁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인체에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메커니즘도 존재한다.

 

전문가의 사회적 책임이 무겁다. 인터넷을 떠도는 괴담의 허구성을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다. 전문성을 앞세워 엉터리 괴담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과학자는 우리 사회에서 설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광우병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괴담이 모두 특정대학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시작된 현실은 몹시 당혹스러운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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