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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차관은 왜 ‘공수표’를 날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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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차관은 왜 ‘공수표’를 날리나

2021.04.21 06:00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 코로나19 국산 치료제 1호를 만들어낸 것처럼 국산 백신 1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임 장관으로 지명된 임혜숙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위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으로 첫 출근하며 만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얼핏 보면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따져 보면 듣기 불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조기 극복은 과기정통부 장관 혼자서, 과기정통부 일개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확산 억제를 위한 방역 시스템과 의료진의 노력, 국민들의 방역수칙 준수 노력, 백신의 원활한 접종, 집단면역, 변이바이러스 대응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과기정통부만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산 백신 1호도 마찬가지다. 현재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임상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은 총 8건으로 대부분 임상1, 2상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임상을 포함한 대규모 임상3상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국내 기업들의 열악한 투자 역량을 감안해 볼 때 쉽지 않다는 사실은 비전문가라도 조금만 따져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임상 설계를 위한 대내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혜숙 장관 후보자는 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국산 백신 1호를 내세웠다. 듣기 좋은 ‘공수표’로 들린다. 

 

물론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국산 백신 개발은 4차 유행과 백신 수급 불안이 현실화한 현재 상황에서 전 부처의 공통된 과제다. 대통령, 총리를 비롯해 지자체 단체장, 유력 정치인들은 물론 관련 부처 수장들이 앞다퉈 내세우는 담론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란 의미다. 

 

신임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 공수표로 들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임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장관에 취임하면 자연스럽게 퇴임하게 되는 최기영 현 장관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최 장관도 재임 시절 여러 차례 공수표를 날렸다. 

 

최기영 장관은 지난해 7월 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획대로라면 내년(2021년) 9월 국산 백신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올 2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연내 개발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고 2월 22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는 “올해 말까지 임상3상 시험 계획 로드맵이 별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내년 초 국산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3월이면 3분 내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진단키트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는 내용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수표가 됐다. 최 장관은 “경솔했다”고 했다. 

 

최기영 현 장관과 임혜숙 장관 후보자는 분명 다르지만 임 장관 후보자의 첫 출근 발언이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국산 백신 1호라는 점에서 과기정통부의 또다른 공수표가 될까봐 우려스럽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관련 기업이, 임상 승인과 지원은 주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 과기정통부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듣기 좋은 공수표는 곤란하다. 

 

오히려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설립중인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세계적인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으로 키워 미래 감염병 사태를 잘 대응할 수 있겠다고 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아니면 임 후보자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출연연구기관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발언한 것처럼 “출연연구기관의 예산, 연구내용 자율권 확보에 1년간 힘을 쏟겠다”가 더 와닿지 않았을까. 

 

같은 날 과기정통부는 ‘연구자 그룹, 日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구체적 정보제공 촉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지난달 26일 과기정통부 1차관에 선임된 용홍택 1차관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관련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관련 분야 연구자 그룹과 현장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는 일부 연구자들의 우려와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제적으로 검증된 자료의 시급한 입수가 관건이라는 건의를 소개했다. 그런 뒤 용홍택 1차관이 “구체적인 데이터를 즉각 입수하도록 노력하고 방사능 물질 해양확산 평가 모델을 통해 환경과 국민 건강에 영향이 없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하겠다”는 답변을 담았다. 

 

두 페이지로 구성된 보도자료의 절반은 용홍택 차관의 발언에 할애됐다. 연구자들에 대한 노고 격려와 의견 수렴을 했다는 내용도 잊지 않았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대다수 내용들은 국민들도 알고 있는 내용을 반복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용 차관의 발언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계기로 ‘홍보’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차라리 일부 언급됐던 방사능 물질 해양확산 평가 모델을 자세히 소개하고 향후 연구와 활동 계획을 언급해야 하지 않았을까. 기술이 미성숙됐다면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하겠다’는 공수표보다는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하고 언제까지 보완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과기정통부는 현 정부 1년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차관이 교체됐고 장관도 교체될 예정이다. 남은 1년 동안은 과기정통부 수장들의 공수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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