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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직업은 바꿔도 수학은 어디서든 잘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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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직업은 바꿔도 수학은 어디서든 잘 썼죠"

2021.04.17 12:00
권오철 천체사진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37살이 돼서야 진로를 정한 사람이 있다. 한국의 첫 천체사진가인 권오철 작가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해와 달, 별 등을 품은 하늘을 관측해 사진으로 남겼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갖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3월 10일 수요일에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풀어놓았던 짧은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진로 이야기는 물론, 수학을 이용해 울릉도에서 독도의 일출을 포착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까지, 지금부터 시작한다.

 

권오철 작가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직의 기술’ 편에 등장할 정도로 실제로 수많은 직업을 거쳤다. 

 

tvN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권오철 작가. 숱한 직업을 거쳐 천체사진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방송화면 캡쳐
tvN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권오철 작가. 숱한 직업을 거쳐 천체사진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방송화면 캡쳐

권 작가는 서울대는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소에서 해군 잠수함을 설계하다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잠수함의 기본 설계를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에서 잠수함을 설계하는 기본설계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됐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프로그램인 ‘나모 웹에디터ʼ를 만들고, 컬러링, 벨소리 등의 무선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관리했다. 그뒤 유선 인터넷의 품질을 관리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해지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 모든 직업을 뒤로하고 전업 천체사진가로 나섰다.

 

독도 일출 포착 비결은 삼각함수


권 작가는 2014년에 촬영한 울릉도에서 바라본 독도의 일출 사진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그 사진을 찍게 된 건 조선시대에 기록된 세종실록지리지에서 발견한 몇 줄의 문장 때문이었다. “우산(독도)과 무릉(울릉도), 두 섬이 현의 정동방 바다 가운데에 있다.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아니하여,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근거였다. 하지만 울릉도에서 90km나 떨어져 있는 독도가 보일 리 없다는 게 일부 일본인들의 주장이었다.

 

 

권 작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사진 촬영에 앞서 울릉도에서 독도를 바라보면 얼마나 크게 보일지 실제 계산에 들어갔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90km, 독도 에서 서도의 높이는 168.5m, 그리고 울릉도에서 바라본 독도의 폭은 480m 정도라고 두고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바라볼 때의 시직경(θ)을 삼각함수로 계산할 수 있다. 시직경은 눈으로 보이는 물체의 크기를 각도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구간을 밑변이 90km, 높이가 240m인 직각삼각형 두 개라고 나눈다. 이때 밑변과 높이의 비 240m/90km를 나타낸 탄젠트(tan(θ/2)) 값은 약 0.002667이다. 이를 각도에 따라 계산해 놓은 탄젠트 값들과 비교하면 각도가 0.15°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울릉도에서 바라본 독도의 시직경은 0.3° 정도가 나온다. 이때 지구에서 바라본 태양의 시직경은 약 0.5°이기 때문에, 해가 떠오르는 위치에 독도를 맞춘다면 해가 독도를 품은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떠오를 때를 정확히 포착해 예상 그림과 같은 모습의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권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예술적 감각만 있었다면 못 찍었겠지만, 수학에 공학적인 감각을 더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 작가에게 어릴 때 수학을 좋아했냐고 묻자 곧바로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고 했다. “어려울 때도, 많이 틀릴 때도 있었지만, 문제의 답을 맞혔던 경험이 쌓이면서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수학의 모든 분야를 좋아했는데, 특히 복권 같이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확률, 통계가 ‘최애 수학’이었다고 꼽았다. 권 작가는 “실제로 학창 시절, 같은 반 친구가 3년 동안 같은 반이 될 확률을 계산해 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수학을 좋아하지만 ‘수학 만능론자’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실생활에서 수학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물리나 공학, 경영 등 수학이 필요한 학과에 가고 싶다면 수학을 잘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권 작가는 중학교 3학년을 다니는 아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들과 같이 수학 문제집을 풀어보니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놀랐다”고 했다. 권 작가는 “학교에서 시험문제를 무척 어렵게 내는데, 다음 학년 문제집에 나온 문제들이 많아서 마치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한국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다만 "고대 그리스에서 수학을 전공한 현자들이 수학을 통해 성취를 느끼고 성장한 것처럼, 몰랐던 걸 알아내는 기쁨을 생각해본다면 수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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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 4월호, [수학 고민 상담소, 수담수담] 엔지니어, 개발자에 이어 천체사진가까지 직업을 바꿔도 수학은 항상 내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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