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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실제 통증과 불필요한 괴로움을 구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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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실제 통증과 불필요한 괴로움을 구분하라

2021.03.27 19:39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고통’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아야'하고 외치게 만드는 신체적·감각적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정서적 요소이다. 예를 들어 숙취로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거나 속이 쓰리거나 또는 무릎이 시릴 때면 단순히 아픈 것을 떠나 불쾌하고 짜증스럽고 어떨 때는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고통은 몸이 아픈 것과 불쾌한 기분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독특한 경험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아프다고 할 때는 몸과 마음이 함께 아프며,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마음의 고통이 커지는 것 또한 고통의 총합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통에는 ‘정서적’ 요소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 편두통, 관절염 등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경우 최대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고통 경험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편두통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의 경우 (이들의 경우 불안과 스트레스 자체가 한 가지 원인이기도 하다) 곧 아플 것 같다고 미리 불안에 떨거나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큰일이다. 진짜 심하면 어떡하지, 통증이 오래 가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하는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통증의 빈도나 강도가 더 심한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원래 더 자주, 심하게 아프기 때문에 더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불안 때문에 고통이 증폭되는 현상도 존재한다. 특히 아직 일어나지 않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등 ‘재앙화(catastrophizing)’ 사고를 심하게 할수록 고통도 더 심해지는 편이어서 불안 수준을 조절함으로써 통증을 조절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사실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뭐든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최근 심한 두통을 겪으면서 문득 고통에는 신체적인 부분과 정서적인 부분이 각각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잔뜩 찌푸린 채 괴롭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구체적으로 무엇이 나를 괴롭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머리를 울리는 통증도 통증이지만 여기에 더해 마음의 괴로움이 적지 않았음을 금새 알 수 있었다. 


머리 속에 온통 '짜증나, 나는 왜 이러지, 두통약이 효과가 있으려나' '잠을 못 자면 어떡하지' '내일도 이러면 어떡하지' 같은 짜증섞인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고 두통도 두통이지만 이런 생각들과 함께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져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두통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작될 것 같은 느낌’만으로 호들갑을 떤 나머지 패닉 상태에 빠져 숨이 막힐 것 같았던 적도 있었다. 


어디까지가 내가 감당할 ‘실제’ 통증이고 어디서부터가 겪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괴로움인지 어느정도 구분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짜증과 불안, 스트레스가 줄어듦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언젠가 마음챙김 명상 수업에서 들었던 “내가 느끼는 통증은 내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뇌어보았다. 통증은 언제든 우리 몸에 찾아왔다가 또 지나갈 수 있는 물리적 여건 같은 것이지 그것 자체가 나를 구성하고 정의하는 안정적인 속성은 아니라는 뜻이다. 즉 통증은 때때로 찾아오는 더위나 추위 같은 것으로 굳이 그 존재에 대해 지나친 괴로움을 느낄 필요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상황이 나아진다면 모르겠지만 되려 괴로움만 늘어나기 마련이니까. 


물론 신체적 고통이 압도적일 경우의 생각이고 뭐고 구분이 안 되기 시작하지만, 아직 생각을 조절할 여유가 있는 경우 또 일상 속에서 자잘한 일로 지나치게 괴로워할 때면 지금 느끼는 괴로움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참고자료
-Fernandez, E., & Turk, D. C. (1992). Sensory and affective components of pain: Separation and synthesis. Psychological Bulletin, 112, 205-217.
-Sullivan, M. J. L., Bishop, S. R., & Pivik, J. (1995). The pain catastrophizing scale: Development and validation. Psychological Assessment, 7, 524–532.
-Vowles, K. E., Wetherell, J. L., & Sorrell, J. T. (2009). Targeting acceptance, mindfulness, and values-based action in chronic pain: Findings of two preliminary trials of an outpatient group-based intervention. Cognitive and Behavioral Practice, 16, 49-5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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