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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0억 번 내리친 번개, 원시 생명체 탄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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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0억 번 내리친 번개, 원시 생명체 탄생 도왔다

2021.03.17 16:00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2016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39km쯤 떨어진 마을인 글렌 엘린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 무언가 강타했다. 놀란 주인은 인근의 휘튼칼리지 지질학부에 전화해 하늘에서 운석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뒷마당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는 작은 화재가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그을린 돌덩이가 남았다고 알렸다. 


당시 휘튼칼리지 학부생이었던 벤자민 헤스는 예일대 지구행성과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뒤 이 돌덩이를 연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6일자에 발표했다. 그는 논문의 제1 저자다. 


연구에 따르면 당시 가정집 뒷마당에 떨어진 건 운석이 아니었다. 모래나 흙, 돌멩이에 번개가 치면 섬전암(fulgurite)으로 불리는 유리질 암석이 생성되는데, 뒷마당에 운석이 떨어진 게 아니라 번개가 땅에 떨어져 섬전암이 생긴 것이었다. 


그간 지구상에서 발견된 섬전암은 대부분 해변이나 사막의 모래에서 생긴 것이었다. 헤스 연구원은 “이번에 조사한 섬전암처럼 진흙에서 생성된 경우는 드물다”며 “섬전암을 조사하다가 운석에만 있는 슈라이베르사이트라는 광물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2016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서 번개가 내리치면서 생성된 섬전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2016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서 번개가 내리치면서 생성된 섬전암. 검은색 사각형이 이번 연구에 분석된 부위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슈라이베르사이트는 철, 니켈, 인이 결합한 화합물((Fe,Ni)₃P)이다. 그간 원시 지구에는 인(P)이 풍부했고, 초기 생명체 탄생에도 인이 중요한 구성 요소로 알려졌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DNA와 RNA는 염기, 당, 인산염으로 이뤄진 뉴클레오티드를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고, 세포의 기본 에너지원도 인이 포함된 아데노신삼인산(ATP)이다. 


하지만 원시 지구에서 인은 대부분 반응성이 낮은 광물에 포함돼 있어 생체 분자 형성에 필요한 인이 어디서 공급됐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일각에서는 지구 형성 이후 약 10억 년 동안 지구에 대량의 운석이 떨어졌고, 슈라이베르사이트처럼 인이 풍부한 외계 운석이 지구 생명체의 인 공급원이었을 것이라는 이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번개가 땅을 때리면서 이 과정에서 생겨난 섬전암이 새로운 인의 공급처로 떠올랐다. 인공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는 번개가 연평균 5억 번가량 친다. 연구팀은 기후 모델링을 이용해 지구가 처음 형성되던 약 45억 년 전부터 생명체가 처음 탄생하던 약 35억 년 전까지는 번개가 연평균 10억~50억 번 발생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헤스 연구원은 “번개가 생명의 기원에 중대한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우주생물학자인 힐레어리 하트넷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미 공영라디오 NPR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가장 작은 바이러스부터 가장 큰 유기체에 이르기까지 인을 필요로 한다”며 “번개가 상상 이상으로 생명에 많은 것을 가져다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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