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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모델링 전문가 "감염재생산지수 1.3 넘으면 백신 접종 계획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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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모델링 전문가 "감염재생산지수 1.3 넘으면 백신 접종 계획 바꿔야"

2021.03.15 19:00
15일 제120회 연구재단 정책세미나
8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로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이날부터 19일까지 의료진 등 2천200여명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제공
8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로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이날부터 19일까지 의료진 등 2천200여명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제공

현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COVID-19·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하지 못하면 정부가  밝힌 백신 접종 계획을 아예 바꿔야 한다는 감염병 확산 예측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감염재생산지수(R)값이 1.3이 이런 상황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1 이하면 유행 억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의미한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는 이달 15일 한국연구재단이 '세계수학의 날(3월14일)'을 맞아 주최한 제120회 정책세미나에서 "감염재생산지수가 1 정도일 때는 지금처럼 의료종사자, 고연령자, 성인, 미성년자 순서로 백신을 접종해야 사망자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1.3을 넘으면 성인 접종으로 전환해야 사망자를 줄일 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백신 접종 계획은 갑자기 바꿀 수 없으니 감염재생산지수를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백신 접종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대한수학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아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매주 예측하고 관련 자료를 방역 당국에 제공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수리모델링 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현재 상황에서 매일 20만명씩 백신을 접종해야 8월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분석에는 SIR 모델이라는 간단한 미분방정식 형태의 모델이 사용된다"며 "감염재생산지수도 이 모델을 통해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SIR 모델은 코로나19를 포함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감염병의 유행 정도를 예측할 때 사용된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전체 인구를 아직 감염되지 않은 집단(S), 감염된 집단(I), 감염됐다가 회복된 집단(R)으로 나눈 후 상황에 따라 각 집단의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집단의 사람 수, 감염전파율, 전체 인구에서 S집단과 접촉한 I집단의 사람 수 비율을 곱하면  S집단에서 I집단으로 넘어가는 사람 수를 알 수 있다. 또 I집단 사람 수에 회복률 상수를 곱하면 I집단에서 R집단으로 넘어가는 사람 수가 나온다. SIR 모델에 쓰이는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감염전파율을 회복률 상수로 나눈 값이 1보다 작으면 I집단의 수가 0으로 수렴한다. 이때 감염전파율을 회복률 상수로 나눈 값이 바로 감염재생산지수다. 따라서 감염재생산지수가 1보다 작아야 확산세가 없다고 판단한다. 최근 3차 유행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감염재생산지수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4일까지 감염재생산지수는 1.07로 그 전주의 0.94에 비해 상승했다.

 

정 교수는 "감염재생산지수가 같아도 현재 확진자 수에 따라 앞으로 감염될 수 있는 확진자 수가 다르다"며 "1, 2차 대유행이 막 지났을 때도 감염재생산지수가 지금처럼 1 정도였지만 현재는 매일 300~400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감염재생산지수가 조금만 커져도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는 이달 15일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제120회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유튜브 캡처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가 이달 15일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제120회 정책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유튜브 캡처

정 교수는 한국과 인구수가 비슷한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가 한국 확진자 수의 15배에 이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 교수는 S그룹에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그룹, 생활방역 수준을 유지하는 그룹을 추가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할 때 S그룹이 두 그룹으로 바뀌는 속도를 모델에 반영했다. 이 모델로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는 한국보다 지역전파가 더 늦게 일어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찍 실천했지만 S그룹이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그룹으로 바뀌는 속도가 느렸다. 

 

정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국민들의 행동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동변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수리모델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하는 것보다 빨리 하는게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수리모델링을 활용해 백신 접종 우선 순위를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의료종사자, 20세가 넘지 않는 미성년자, 70세가 넘지 않는 성인, 70세가 넘는 고연령자 등 4개 연령층으로 나누고 각 연령층의 데이터를 이용해 접촉 패턴을 분석했다. 이를 수리모델에 적용해 백신 총 접종량, 일일 접종량, 감염재생산지수에 따라 120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방역 정책은 확진자 최소화보다 사망자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모델이다. 수리모델링으로 보면 감염재생산지수가 1일 때 성인, 의료종사자, 고연령자, 미성년자 순으로 접종하면 확진자를 최소화하지만 현재 정부의 정책대로 의료종사자, 고연령자, 성인, 미성년자 순서로 접종하면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신종인플루엔자는 미성년자 집단의 집단 내 감염이 가장 높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는 오히려 가장 낮다"며 "지금 계획대로 백신 접종이 효과를 볼려면 감염재생산지수가 1.3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해야 순서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그런 상태에서 매일 20만명씩 백신을 접종해야 8월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수리모델링이 코로나19 방역 정책 결정에 기여하려면 원활한 소통과 과거부터 이뤄진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책자, 역학자, 수학자의 소통을 잘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정책 결정을 할 때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감염병을 연구하는 수학자들이 10~20년 동안 꾸준히 연구해왔기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곧바로 조언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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