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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KAIST, 인류 삶에 공헌하는 다음 50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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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KAIST, 인류 삶에 공헌하는 다음 50년을 기대하며

2021.02.17 21:32
 

이달 16일 열린 KAIST 개교 50주년 기념식에는 특별한 인물이 자리를 빛냈다. 지난해 장애인을 위한 외골격 보족 로봇 대회인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선수가 외골격 로봇을 입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이다. 김우식 KAIST 이사장은 선수를 가르키며 “KAIST의 기술로 국민께 희망을 심어준 선수에게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50살 기념식장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 외골격 로봇은 공경철 KAIST기계공학과 교수가 앞서 서강대 교수 재직 시절 개발한 것이다. 공 교수는 2019년 서강대에서 KAIST로 자리를 옮겼다. KAIST에서 로봇을 개발하고 연구한 것은 2년여에 불과하다. 김 이사장의 설명처럼 KAIST의 기술로 국민께 희망을 심어줬다고 하기엔 KAIST에서 연구를 진행한 시간이 짧다. 공 교수의 외골격 로봇 기술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상용화에 성과를 낼 정도로 뛰어난 기술임은 분명하다. 또 공 교수가 지금은 KAIST의 분명한 구성원이라는 점도 맞다. 하지만 2년전 KAIST로 '스카웃'해온 기술이 KAIST가 개교 50년의 역사를 소개하며 전면에 내세울만한 기술일지에 대해서는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아쉬움은 같은 날 열린 5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더 커졌다. 조엘 메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총장은 심포지엄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ETH의 자랑으로 80년 가까운 기간 이어진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연구를 소개했다. ETH는 MRI의 기본 원리를 연구한 공로로 195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이 원리를 응용해 고해상도 분광법을 개발한 공로로 199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40년 만에 같은 주제로 노벨상을 두 차례 받은 것이다. 메소 총장은 “과학기술 역사를 보면 기초연구가 혁신에 가기까지 오랜 시간 걸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1855년 설립해 역사가 150년이 넘은 ETH와 KAIST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KAIST가 지난 50년간 쌓아온 역사는 자랑스러울 만하다. 반세기 동안 6만9388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고 한국 과학발전 역사에서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훌륭한 연구성과 또한 가득하다. 하지만 숫자를 나열하면서도 ETH의 사례처럼 '인류의 삶'을 바꾸고 '인류에 공헌'한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별로 들을 수 없었다. 

 

이런 허전함은 어쩌면 한국의 과학정책이 그간 오랜 시간 걸리는 기초연구를 뚝심있게 이어가도록 밀어주지 못한 당연한 결과이다. 또 경제와 산업 논리로서의 과학기술 정책과 경쟁 중심의 과학기술 인재정책이 가져온 철학의 빈곤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 영상 축사를 통해 “규제를 혁신하고 혁신 생태계를 강화해 과학자들이 소신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으니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18일에는 KAIST 새 총장이 선임된다. KAIST가 앞으로 50년간 인류의 꿈을 확장하고 인류의 삶에 공헌하며,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힐 인재와 연구를 배출하는 학문의 전당으로 거듭나는 주춧돌을 놔주시길 기대한다. 2071년 2월 열릴 KAIST 100주년 기념식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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