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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인체에 안전하면서 강력한 살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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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인체에 안전하면서 강력한 살균수는 없다

2021.02.03 12:00
구글 검색 갈무리 화면
전해수기 구글 검색 광고 화면 캡쳐

인체에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살균력을 발휘하는 살균수를 만들어주는 ‘전해수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모양이다. 자체 연구소와 외부기관에서 ‘99.9%의 살균력’을 확인했다는 제조사의 주장은 현란하다. 바이러스도 ‘불활화’시켜주고, 탈취 기능도 발휘하고, 잔류 농약까지 제거시켜준다고 한다. 그런 살균수가 인체에는 안전하다는 것이 제조사의 현란한 주장이다. 물론 코로나19에 주눅이 들어버린 소비자의 약한 마음을 노린 엉터리 광고다.


다행히 소비자원이 전해수기의 살균 기능이 보잘 것 없고, ‘99.9% 살균’이라는 광고도 믿을 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밝혀주었다. 소비자를 지켜줘야 할 식약처・소비자원・국가기술표준원이 언제나 뒷북만 치고 현실이 안타깝다. 결국 소비자가 ‘인체에 안전한 살균제’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가 정신을 차려야

 

‘인체 안전한 살균제’는 절대 낯선 구호가 아니다. 1994년 처음 등장한 ‘가습기살균제’가 소비자를 현혹시킨 광고가 바로 ‘어린아이에게도 안전한 살균제’였다. 제조사의 황당한 주장을 믿었던 순진한 소비자의 현실은 참혹했다. 가습기살균제의 심각성이 밝혀지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폐섬유증과 중증 천식 등의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7,216명이나 되고, 그 중 1,622명은 이미 사망해버렸다. 그런데도 제조사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이 최근 법원의 어처구니없는 판결이었다. 법원이 자신의 안전은 자신의 노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일깨워준 것이다.


 ‘살균제’는 말 그대로 세균을 죽이는 ‘살생물질’이다. 단세포 생물인 세균(박테리아)을 죽일 수 있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의 몸도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 몸의 세포도 당연히 살생물질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인체 안전성’과 ‘살균력’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특성이다. 인체에 안전하다면 살균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살균력이 강하다면 인체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습기살균제에서 명백하게 확인한 사실이다.  


살균제의 살균력은 사용하는 조건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사용 조건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99.9% 살균’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전해수기의 경우에는 정체도 밝히지 않은 일반 세균 6종을 검사했을 뿐이다. 더욱이 99.9%의 살균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비누로 꼼꼼하게 씻어도 대부분의 세균과 바이러스는 확실하게 제거가 된다. 굳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살균수를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식약처・소비자원이 ‘99.9% 살균’ 주장을 금지시켜왔다. 이제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런 엉터리 광고를 거부해야 한다.


전해수기의 살균성분인 ‘유효 염소’는 놀랍게도 ‘락스’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하이포염소산’(‘차아염소산’이라고 부르기도 함)이다. 결국 ‘인체에 안전한 살균수’는 ‘묽은 락스’라는 뜻이다. 하이포염소산을 만드는 방법에 따라 살균 효과와 인체 안전성이 달라진다는 제조사의 주장은 엉터리 제품으로 소비자를 속이려는 제조사의 전형적인 억지일 뿐이다.


실제로 하이포염소산은 손 소독제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 락스를 굳이 부담스러운 비용을 들여가면서 가정에서 만들어서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꼭 필요하다면 상품으로 판매하는 락스를 묽혀서 사용하면 될 일이다. 엉터리 제조사의 현란한 말장난에는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전해수’

 

살균력 실험결과표 (출처 전해수기 안전실태 보도자료)
살균력 실험결과표 (출처 전해수기 안전실태 보도자료)

 

‘전해’라는 말은 ‘전기분해’(electrolysis)를 뜻하는 일본어다. 전해수기는 일본의 엉터리 제품을 흉내 낸 것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제조사가 강조하는 특허도 특허청의 목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보도도 있었다. 더욱이 특허는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그에 따른 법률적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제도일 뿐이지 제품의 ‘효능’을 입증해주는 근거는 절대 아니다. 


사실 전해수기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에 ‘이온수기’라는 이름으로 팔리던 장치도 전해수기였다. ‘전해환원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온수기・전해환원수기의 제조사들은 ‘음이온수’는 식수로 사용하고, ‘양이온수’는 얼굴이나 손의 피부 미용에 좋다고 자랑을 했었다. 일반화학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지시약’을 이용해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전기분해를 이용하는 엉터리 세탁기도 있었다. 묵은 때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악취도 제거시켜준다는 요란한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본 모양이다. 현대식 비누가 보급되기 전에 세제로 사용하던 탄산수소소듐(중탄산나트륨)을 ‘세제’가 아니라 ‘촉매’로 넣는다고 우겼다. 일부 언론에서 ‘친환경’ 제품이라고 요란스럽게 광고를 해주었고, 중국에 엄청난 물량을 수출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떠벌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중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전기분해는 전류를 이용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순수한 물에서는 전류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전기분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전해질’을 넣어주어야 한다. 소비자원이 성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전해수기는 수돗물에 들어있는 염소 소독제를 이용하거나 일부러 소금을 전해질로 넣도록 요구하고 있다.


전기분해 장치는 가정에서 섣불리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전극에 걸어주는 전압과 흘려주는 전류의 양에 따라서 실제로 전극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자칫하면 환원전극(음극)에서 폭발성 수소 기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물을 전기분해야 할 실용적인 이유가 없다. 


일상생활에서는 비누로 씻기만 해도 충분한 살균 효과가 나타난다. 심지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비누로 씻으면 말끔하게 제거된다. 진한 알코올 냄새가 나는 손 소독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손 소독제는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대안일 뿐이다. 정체도 불확실한 엉터리 살균수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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