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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⑽ 정수기에 쓰이는 열전 반도체, 스마트 워치에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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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⑽ 정수기에 쓰이는 열전 반도체, 스마트 워치에도 쓴다

2021.01.20 15:10
임재홍 가천대 신소재공학과 부교수. 남윤중 제공.
임재홍 가천대 신소재공학과 부교수. 남윤중 제공

일상에서 쓰이는 정수기는 순간적으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이 나온다. 이처럼 냉수와 온수가 동시에 나오는 정수기에는 전기를 열로 바꾸거나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반도체 소재가 활용된다. 발광다이오드(LED)가 전기를 공급받았을 때 빛을 낸다면 열전 반도체는 전기가 공급되면 열이나 냉각 기능을 구현하고 내외부 온도 차이를 전기로 바꾸기도 한다. 열과 전기를 상호 효율적으로 에너지 변환할 수 있는 것이다. 

 

열전 반도체는 한쪽 끝에 전기를 가하면 전자가 움직이면서 열이 발생하고 양쪽에 온도 차이가 생기는 효과를 활용한다. 전자 이동으로 전자가 모인 곳은 가열되고 반대로 열에너지를 빼앗긴 곳은 냉각된다. 반도체의 양쪽 끝에 온도의 차이를 주면 전자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는 ‘제벡 효과’를 통해 전력이 생산된다. 

 

열전 반도체를 이용하면 냉매와 콤프레서로 가동되는 냉장고의 크기와 소음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정수기나 와인 냉장고에 열전 반도체가 활용되고 있다. 열전 반도체를 응용하면 스마트 워치 등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에도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인체의 체온과 상대적으로 낮은 외기 온도의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스마트 워치에 공급하는 것이다. 

 

임재홍 교수 연구진이 소재의 특성을 제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임재홍 교수 연구진이 소재의 특성을 제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지금까지 이같은 열전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소재로는 고체 화합물이 활용됐다. 고체로 만들어진 열전 반도체는 유연성이 부족해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기는 어려웠다. 임재홍 가천대 신소재공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기존 열전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유기 소재와 무기 소재를 결합한 고효율 하이브리드 열전모듈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임 교수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에서 열전 반도체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를 통해 글로벌 프론티어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무기 소재 인터페이스 제어가 난제

 

임 교수 연구팀은 하이브리드 열전 반도체 모듈을 개발하기 위해 무기 소재로는 비스무스텔루라이드(Bi-Te)와 안티몬텔루라이드(Sb-Te)를 활용했다. 유기 소재로는 전도성 고분자인 폴리아닐린 등을 사용한다. 유기 소재와 무기 소재를 결합시키는 접합면을 ‘인터페이스’라고 부른다. 인터페이스를 제어해 각 소재의 특성을 잃지 않고 발현시키는 연구가 핵심이다. 

 

열전 반도체를 구현하려면 전기 전도도와 제벡 효과를 내는 제벡 계수, 열전도도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전기 전도도와 제벡 계수는 상대적으로 높아야 하고 열전도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야 한다. 유기 소재의 경우 열전도도가 낮은 반면 무기 소재는 열전도도, 제벡 계수, 전기전도도가 높다. 각 소재의 특성은 물론 인터페이스 제어를 통해 소재 성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임 교수는 “유기 소재와 무기 소재는 서로 다른 종류의 소재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제어로 소재 특성을 발현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기술이 완성되면 기존 고체 기반의 열전 반도체가 아니라 유연한 열전 반도체 소자를 내놓을 수 있게 돼 웨어러블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노틀담대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무기 하이브리드 소재 기반 열전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열전도도를 낮추기 위한 열전도도 측정을 미국 연구진들이 담당하고 있다. 

 

임 교수 연구진이 열전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임 교수 연구진이 열전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 또다른 난제 공정혁신에도 도전...전기화학 공정으로 효율 개선

 

임 교수 연구팀은 공정 혁신에도 도전중이다. 하이브리드 열전 반도체를 연구하는 기존 연구진들은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기 위해 분말 공정을 활용한다. 분말 공정은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지는 않지만 500~800도의 고온 열처리 공정이 필요해 생산 비용이 높아진다. 또 비스무스텔루라이드, 안티몬텔루라이드 등 값비싼 무기 소재의 손실율이 약 50%에 이른다. 그만큼 유실되는 소재가 많아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임 교수 연구팀은 기존 분말 공정 대신 전기화학 공정을 연구했다. 전기화학 공정은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500~800도의 고온 열처리가 아닌 100도 이하에서 공정을 시작한다. 전기화학 공정을 이용하려면 소재의 인터페이스 제어시 전자 구조와 결정 구조, 표면 구조를 모두 제어해야 한다. 전자 구조를 제어하려면 별도의 고난도 도핑 기술이 필요하고 결정 구조를 제어하는 데는 비정질 구조를 결정 구조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표면 구조 제어를 위해서는 나노 구조체를 활용하고 있다. 

 

임재홍 교수. 남윤중 제공
임재홍 교수. 남윤중 제공

이같은 연구를 통해 임 교수 연구팀은 기존 분말 공정에서 나오는 소재 특성의 80%를 전기화학 공정을 통해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전기화학 공정을 활용하면 소재 유실이 없어 값비싼 소재를 100% 활용할 수 있다. 

 

임 교수는 “반도체 소재를 전기화학 공정으로 제작하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라며 “전기화학 공정 기술이 개발되면 공장을 설립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적합한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원천기술을 완성한 뒤 하이브리드 열전 반도체 모듈 프로토타입을 조만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모듈이 개발되면 스마트 워치 등 인체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관련 중소기업에 기술이전도 고려중이다. 임 교수는 “열전 모듈의 기술이전도 중요하지만 전기화학 공정 요소 기술들도 여러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재홍 교수 연구진. 남윤중 제공.
임재홍 교수 연구진. 남윤중 제공

 

※ 최근 소재 연구에서는 첨단기능을 가져 ‘부가가치’를 내는 소재를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소재를 맞붙이면 그 표면에서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과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물질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면에서는 기존 두 물질을 이루는 결합구조나 조성과는 다른 새 물질이 생겨납니다. 두 물질의 경계면은 새로운 소재가 생성되는 보고(寶庫)인 셈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미래소재연구단과 함께 앞으로 한국의 소재 산업을 이끌 미래 소재의 깜짝 놀랄 세계를 연재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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