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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불행을 멀리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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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불행을 멀리 하라

2021.01.16 08:48
불행은 많은 흔적을 남기고 많은 유무형의 자원들을 갉아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불행은 많은 흔적을 남기고 많은 유무형의 자원들을 갉아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의지력은 필살기와 같아서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하고, 따라서 아무 때나 마구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지력을 쓰면 쓸수록 인지적 자원과 에너지가 고갈되어 점점 더 의지가 약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신과의 싸움을 가급적 하지 ‘않는’ 사람이 더 장기적으로 목표 달성율이 높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가급적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행동을 ‘자동화’하는 것, 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들을 습관화 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들은 이 일을 언제,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갈등하는 사이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아무 생각이나 내적 갈등 없이, 예컨대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세수하는 것처럼 행동을 자동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이나 내적 갈등 없이 바로 행동함으로써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막아서 정작 노력도 시작하기 전에 지쳐버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나치게 힘을 빼서 정작 실전에서 망해버리는 일을 피해보자는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나치게 힘을 빼면 실전에서 망하기 쉽다’는 단순한 진리에 따르면 목표 달성을 위해 주의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불행을 피할 것’이다. 불행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정적 감정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는 등 몸에도 흔적을 남길뿐 아니라 기억에도 더 강렬하게 남는다. 일반적으로 한 단위의 부정적 정서가 긍정적 정서보다 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난다(부정편향이라고 불리는 현상). 부정적 정서의 경우 이를 겪어나가고 다스려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흔히 번아웃이 와서 불행해진다고 생각하지만, 거꾸로 불행하기 때문에 번아웃이 올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그러하다. 실제로 연구들에 따르면 스트레스나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일상생활이 즐겁지 않은 것, 의미 없음을 느끼는 것 등이 번아웃을 잘 예측하는 요소들이다. 불행에는 불행하다는 느낌뿐 아니라 에너지 고갈, 피로와 기력 없음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불행하면 그냥 느낌적으로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실제로' 힘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불행할 때에는 한 시간만 일 해도, 또는 ‘아무 것도 안 해도’ 지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불행 자체가 안에서부터 가용 에너지들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목표 달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중요한 팁이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지금 자신이 불행하지는 않은지 이따금씩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가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또한 얻는 것보다 손해가 더 큰 전략이다. 당장 내일이 마감인 과제를 해야하는 상황 같이 단기적으로 급박한 상황을 넘기는 데에는 채찍질이 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부정적 정서인 반복되는 실망, 자책, 후회, 자기 비하 등은 영구적으로 우리 몸과 마음을 갉아먹어 버릴 수 있다. 


흔히 완벽주의자, 즉 실제로 완벽한지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완벽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나게 큰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에 대한 실망, 자책, 자기 비하 등을 밥먹듯이 보이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을 때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기 감정을 프로세스하는데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탓에, 많은 완벽주의자들이 정작 일은 시작도 못하고 천년만년 미루거나 금새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고 뛰어나고 싶다는 강박이 크면 클수록 완벽과 뛰어남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나아가 남들과 비교하며 남들을 미워하거나 나를 미워하는 것,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 모두 결국 나를 소모시킴으로써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불행은 공짜가 아니다. 불행은 많은 흔적을 남기고 많은 유무형의 자원들을 갉아먹는다. 무엇을 하든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에 앞서 우선 이걸 하는 내가 불행하지는 않은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문제는 의지력만이 아니다. ‘불행’과 같이 나의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와 자원을 갉아먹는 방해물들이 없는지 생각해보자.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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