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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⑼ 고압 송전선 감시, 소재에서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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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⑼ 고압 송전선 감시, 소재에서 돌파구 찾는다

2021.01.13 21:02
류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에서 하이브리드 경계면 기술을 활용해 학계에서 난제로 꼽혀왔던 두 소재 결합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남윤중 제공
류정호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에서 하이브리드 경계면 기술을 활용해 학계에서 난제로 꼽혀왔던 두 소재 결합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남윤중 제공

2019년 4월 강원 고성과 속초에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정부가 역대 세 번째로 재난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컸다. 국립과학수사원은 고압 송전선이 바람에 흔들리다 잘리며 전신주에 부딪힌 것을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송전선이 끊어지는 문제는 대규모 정전 사태뿐 아니라 산불 같은 화재로도 이어져 엄청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낳는다. 검사자들이 전신주에 올라 전력선을 검사하며 이를 방지하려 하지만 실시간 감시가 어렵고 검사자들의 안전사고 또한 자주 발생한다.

 

검사자들의 안전사고를 막고 실시간으로 위험 여부를 찾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센서로 전선을 감시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센서가 전선을 돌아다니면서 실시간으로 전선의 안전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다. 한국전력에서도 최근 실제 변전 설비에 센서를 장착해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이 검증됐다. 이 센서는 전선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이용해 에너지를 스스로 충전하고 전선을 진단해 외부로 정보를 보낸다.

 

이 센서는 류정호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자기장을 변형으로 바꾸는 자왜소재와 변형을 전압으로 바꾸는 압전소재를 결합해 설계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적용해 개발했다. 류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에서 하이브리드 경계면 기술을 활용해 학계에서 난제로 꼽혀왔던 두 소재 결합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류정호 교수 연구팀의 연구원들이 센서의 자기장 장치에서 발생한 자기장에서 소재가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류정호 교수 연구팀의 연구원들이 센서의 자기장 장치에서 발생한 자기장에서 소재가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전력선을 검사하는 데 전기를 이용하는 센서를 활용하는 것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송전선에 수십만 볼트의 고전압 교류전력이 흐르는 반면 센서를 구동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는 수 볼트의 저전압 직류전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로의 전력을 센서에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빗댄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전선 주위에 만들어지는 자기장에서 에너지를 얻는 전략이다. 전류가 흐르는 도체는 자기장이 발생한다. 자기장은 인체에 해롭거나 전자기기 오작동을 일으켜 줄여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나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선로에서 나오는 자기장이 작아 충분한 전력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일을 감아 자기장에서 전기를 만드는 전자기 유도현상을 이용한 센서도 개발됐지만 크기가 탄산음료 캔 정도에 무게도 수 kg으로 무거워 전선에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류 교수는 자왜소재와 압전소재를 결합해 자기장에서 에너지를 얻는 자기-전기 복합체(ME)를 여기에 활용하기로 했다. 자왜소재는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소재의 형태가 바뀐다. 압전소재는 형태가 바뀌면 전압을 만들 수 있다. 둘을 결합해 자왜소재의 변형을 압전소재에 전달하면 외부 자기장을 전력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ME 기술은 1970년대 다국적 의료 및 가전기업 필립스에서 처음 연구가 시작됐다. 두 소재 입자를 섞는 입자복합체 연구가 주를 이루며 1990년대 말까지 연구가 진행됐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2000년대부터 두 소재를 층으로 쌓는 층상 복합체 구조 연구가 시작됐다. 류 교수도 실리콘 기반 자왜소재와 니켈 압전소재를 활용한 층상 복합체 연구를 진행해 왔다.

 

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ME 소재는 얇은 자왜소재와 압전소재를 위아래로 쌓은 층상 복합체 형태다. 얇으면서도 짧은 길이의 소재로 자기장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윤중 제공
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ME 소재는 얇은 자왜소재와 압전소재를 위아래로 쌓은 층상 복합체 형태다. 얇으면서도 짧은 길이의 소재로 자기장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윤중 제공

류 교수 연구팀은 소재 자체의 성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경계면 결합 기술을 적용했다. ME는 결국 두 소재의 경계면에서 변형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연구팀은 두 경계면을 붙였을 때 변형 전달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해 경계면에서 필요한 탄성계수와 밀도, 두께 등 최적화된 수치를 찾았다. 류 교수는 “ME 연구에서 지금까지 경계면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래소재연구단 내 협업도 진행됐다. 두 소재를 부착하는 접착제 개발은 미래소재연구단에서 차세대 접착제를 개발중인 최영선 부산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의 힘을 빌렸다. 류 교수는 “최 교수님께 의뢰를 해 어떤 접착제 후보군이 여기에 맞을지를 확인하고 이를 실제로 만들어 검증을 거치는 과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를 거쳐 연구팀은 ME 소재의 성능을 3배 가까이 단숨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1mm도 되지 않는 두께에 손가락보다도 작은 길이의 ME로 전력선에서 수십 V의 전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IoT 센서를 구동하는 데 충분한 양인 수 mW의 전력을 전달할 수 있다. 류 교수는 “2000년대 기술과 비교하면 1만 배에 가까운 수치”라며 “전선 검사에 쓰이는 온도 센서, 가속도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구성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전력관리회로와 자기장 집속체를 결합시켜 실제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관련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에너지 및 환경과학’ 등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연구팀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5개국에 특허를 등록했다. 류 교수는 “전력변환효율은 약 20%로 태양광발전의 변환효율과 비슷하다”며 “작고 가볍게 만드는데다 효율도 좋은 소재를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소재의 세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남윤중 제공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소재의 세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남윤중 제공

연구팀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과 공동으로 센서 검증에 나서며 실제 전력선 모니터링에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전에는 작업자가 올라 검사하는 것을 대체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로봇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경제성이 없었다. 류 교수는 “로봇은 단가가 1~2억이 넘고 하루 검사 길이도 2km 이내로 나왔다”며 “ 때문에 모든 전력관리 기술에서는 IoT 센서를 붙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전력선 분석 센서가 검증을 마친다면 아주 미약한 자기장이 발생하는 곳 어디든 에너지 하베스팅 용도로 센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건물 벽 안에 집어넣어 건물의 전선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가전제품 어댑터에서 나오는 자기장도 활용할 수 있다. 류 교수는 “전력선 감시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 전봇대에 충전장치를 달고 드론이 달라붙으면 ME로 충전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년 전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우연히 ME 연구를 접하게 됐다. 꾸준히 소재 성능을 개선해오던 류 교수는 경계면 연구를 만나 지금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중국 베이징대 등 다른 대학에서의 협업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선도그룹으로 성장했다. 류 교수는 “30년간 묵힌 기술에 경계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아무도 만들지 못하던 돌파구를 찾았다”며 “한 우물만 팠더니 선도그룹이 돼 있더라”고 말했다.

 

류정호 교수는 ″이 소재는 실험실에서도 수십만원 대로 제작할 수 있어 향후 적용될 때는 훨씬 값싸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중 제공
류정호 교수는 "이 소재는 실험실에서도 수십만원 대로 제작할 수 있어 향후 적용될 때는 훨씬 값싸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중 제공

※ 최근 소재 연구에서는 첨단기능을 가져 ‘부가가치’를 내는 소재를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소재를 맞붙이면 그 표면에서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과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물질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면에서는 기존 두 물질을 이루는 결합구조나 조성과는 다른 새 물질이 생겨납니다. 두 물질의 경계면은 새로운 소재가 생성되는 보고(寶庫)인 셈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미래소재연구단과 함께 앞으로 한국의 소재 산업을 이끌 미래 소재의 깜짝 놀랄 세계를 연재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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