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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키워 얻은 고기, 불판에 올리는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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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키워 얻은 고기, 불판에 올리는 시대가 온다

2021.01.04 15:00
인공고기 기술은 지금 진화중...가격도 점점 내려가고 있어
잇 저스트 제공
미국 대체식품기업 잇 저스트는 자사의 배양 닭고기 상품 '굿미트'이 싱가포르 식품청의 허가를 받았다고 12월 2일 발표했다. 잇 저스트 제공

지난달 19일 저녁 싱가포르 회원제 클럽하우스 ‘1880’의 테이블에 치킨이 올라왔다. 어느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 날의 메뉴는 특별했다. 미국 식품기업 ‘잇 저스트’의 실험실에서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닭고기를 재료로 했기 때문이다. 잇 저스트가 이날 개최한 시식회에 초대된 11살부터 13살 참가자들은 “평범한 닭고기지만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었다”며 “고기를 먹을 때마다 동물들이 죽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런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싱가포르식품청은 2년간의 검토 끝에 배양 닭고기로 만든 제품 3종에 대한 정식 허가를 내렸다. 전 세계에서 배양육 판매 허가를 내린 것은 싱가포르가 처음이다. 배양육 연구에 투자하는 비영리단체 '뉴 하베스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90%의 음식을 수입하고 있다. 땅이 좁아 농업과 축산업이 어려운 싱가포르 정부가 실험실만 갖추면 되는 배양육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싱가포르식품청은 배양육과 대체육 등의 대체 식품에 대한 지침을 처음 마련하느라 안전성 검토를 2년에 걸쳐 면밀하게 진행했다.

 

배양육 시식회가 열린 건 처음은 아니다.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드대 교수 연구팀은 2013년 런던에서 배양육 소고기 패티를 넣은 버거로 시식회를 열었다.  당시 패티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약 25만유로(3억3000만원)이었다. 잇 저스트의 시식회에 올라온 메뉴는 23달러(2만4000원)을 목표로 하고있다. 단순 계산으로 7년 만에 1만3000분의 1으로 떨어진 셈이다.

 

올해는 실험실 고기가 일반 가정 식탁에 오르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콩이나 밀가루 같은 식물을 재료로 하는 이른바 ‘가짜 고기’는 이미 인공 고기 시장을 개척했고 세포를 길러 만드는 배양육의 발목을 잡던 가격도 고급 고기 요리 가격 수준으로 내렸다. 세포를 성장시키는 배양액의 안전성과 같은 문제점도 주로 사용하던 소 혈청 대신 인체 위험성이 없는 비타민을 이용하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양육을 포함한 인공 고기 시장이 일반 고기 시장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내비친다.

 

모사미트 제공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드대 교수 연구팀은 2013년 처음으로 소 근육세포를 배양한 소고기로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서 시식회를 열었다. 모사미트 제공

대체육은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축을 먹일 목축지 팽창, 공장식 사육으로 환경 파괴와 동물권 문제가 발생하자 고기의 대체품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유럽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이 중 65%가 가축의 먹이를 재배하는 과정과 가축 분뇨로부터 나온다. 목축지가 필요없도록 도입한 공장식 사육은 가축을 먹이기 위해 사료를 써왔다. 하지만 대규모 밀집형 사육방식은 지난 1986년 '광우병'이라 불리는 소해면상뇌병증이 발생한 주 원인이 됐다. 변형된 단백질을 가진 소나 양의 부산물을 사료에 갈아넣으면서 이를 먹은 가축들이 원래는 감염되지 않아야 할 병에 전염된 것이다. 

 

인공 고기 연구는 기존 도살육이 가진 단점은 없애고 육류의 맛과 단백질 섭취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물을 식물로 대체하는 '대체육'이 주목을 받았다. 1896년 존 하비 켈로그 미국 ‘켈로그’ 사 공동설립자가 갈아낸 땅콩을 밀가루에 섞어 만든 대체 고기 ‘누토즈’를 선보인 것이 시초로 꼽힌다. 켈로그는 당시 미국인의 육류 위주 식생활이 부적절한 결함인 성욕을 왕성하게 한다고 믿어서 육식을 대체할 방법을 내놓았다. 종교적 신념으로 고기 대신 단백질이 들어간 땅콩을 단백질 섭취용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로부터 125년이 지난 지금 100% 식물성 재료를 기반으로 만드는 대체육 제품은 이미 식품 매대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이 대표적이다. 채식주의자가 점차 늘어나는 수요층 변화에 따라 패스트푸드점 중에서 맥도날드가 채식주의자와 비건(동물성 식품을 거부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가장 먼저 2017년 콩 단백질로 만든 패티를 사용한 버거 ‘맥비건’을 내놓았다. 버거킹과 KFC도 그 뒤를 따랐다. 지난해 5월 국내에서는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도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맞춤식품연구실과 공동으로 콩불고기를 활용한 도시락을 선보이기도 했다. 건강과 동불 복지에 관심이 높아진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콩이나 밀가루와 같은 곡물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 역시 재배를 위해 비료, 농지, 물 등의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기와 마찬가지로 대기 오염이나 탄소 배출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점을 들어 재배 작물을 쓰는 대신 천연 식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있다.  미국 식품기업 아쿠아는 바다에서 자라며 바닷물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다시마를 재료로 2017년부터 다시마 육포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올해 10월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다시마로 만든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시범판매했다. 마이어스 아쿠아 대표는 "지난해 다시마육포 생산에 18t의 다시마를 사용함으로써 바다에서 907kg의 탄소를 격리시켰다"며 "이는 300개의 치즈 버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흡수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배양육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빌렘 반 앨런 교수가 소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뉴 하베스트 제공
배양육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빌렘 반 앨런 교수가 소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뉴 하베스트 제공

인공고기의 또 다른 갈래이자 최근 들어 주목받는 배양육은 대체육과 비교해 역사가 비교적 짧다. 1999년 빌렘 반 앨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 이론을 개발하고 국제 특허를 취득한 것이 처음으로 꼽힌다.  배양육의 첫 탄생에는 일본이 영향을 미쳤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반 알렌 교수는 전쟁 포로로 일본에 잡혀있을 때 일본군 병사들이 포로를 동물처럼 잔인하게 대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돼 도축 없이 고기를 만드는 연구를 이어 왔다.

 

지난 2008년 당시 87세이던 반 앨런 교수 주도로 네덜란드 정부는 배양육 지원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원금을 받은 포스트 교수 연구팀은 2013년 반 앨런 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소고기 패티를 선보였다. 연구팀은 2009년 정부가 배양육 연구 지원금을 곧바로 줄이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설립자의 투자를 얻어 연구를 재개하는 어려움을 겪은 끝에 배양육 개발에 성공했다.

 

포스트 교수의 배양육 시식회가 열린 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배양육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환경에 가장 영향을 주는 가축이 소인지라 소고기에서 처음 시작된 연구는 현재 닭과 오리, 돼지로 점차 지평을 넓히고 있다. 미국 식품기업 ‘멤피스 미트’는 2016년 배양 소고기 미트볼을, 2017년 세계 첫 배양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비디오로 공개했다. 영국 식품기업 ‘하이어 스테이크'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돼지 세포와 단백질, 지방, 전분 등을 섞어 만든 돼지고기 삼결살과 베이컨을 지난해 7월 공개했다.  마크 포스트 교수도 2015년 ‘모사 미트’를 직접 설립해 상품화에 한창이다. 잇 저스트의 제품은 올해 상용화까지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반 엘런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나온 첫 배양육 치킨너겟을 보지 못하고 2015년 9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국내에서도 배양육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는 배양 한우육을 만드는 학생창업기업 '씨위드'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나그린'은 스펀지 형태의 3차원(3D) 세포 지지체(스캐폴드)를 개발하고 세포를 조직화하는 공정을 연구해 배양 소고기와 베이컨을 개발하고 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3D 지지체를 3D 프린터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스페이스에프'는 배양육 생산에 필요한 가축의 근육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배양에 특화된 기술에 더해 최근 지방조직 구현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마스트리드대 제공
그림은 배양육의 공정 과정을 나타낸다. 동물에서 채취, 분리, 성장, 증식, 조각화를 거쳐 고기로 만들어진다. 마스트리드대 제공

배양육은 동물의 피부에서 떼어낸 줄기세포를 성장을 촉진하는 배양액에 담가 생물반응기에서 성장시켜 만든다. 마치 세포를 키우는 농장 같은 모습이다. 세포가 분열하면서 근육이나 지방과 같은 부위로 자라나는데 이 세포는 무분별하게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이 일정 두께에서 멈춘다. 반면 스테이크나 구운 고기처럼 식감이 살아나는 고기의 두께를 재현하려면 필요한 세포의 양은 기하급수여야 한다. 조성천 씨위드 개발본부장은 “세포 하나의 무게는 10억분의 3~4g이어서 10g 정도의 배양육으로 키우려면 세포가 10억 개가량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양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세포의 상태를 확인해야하는 점은 배양육 산업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기술로는 세포를 기르는 데에만 약 2주에서 3주가량 걸린다. 이후 세포들이 서로 붙어서 조각을 이루는 과정을 거쳐야 고기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 2013년 마크 포스트 교수 연구팀은 이렇게 1mm에서 1cm에 달하는 2만여개의 세포 조각들을 층층이 쌓아 패티 형태의 소고기를 만들었다.

 

세포를 성장시킬 때 형태를 잡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스캐폴드’도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스캐폴드도 배양육에 포함되기 때문에 맛과 영양, 안전성을 신경써야 하는 것이다. 세포를 실험실에서 키울때는 플라스틱 같은 재료를 활용할 수 있지만 배양육은 이야기가 다르다. '씨위드'가 만드는 배양 한우육 '씨미트'은 안전성을 위해 해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물질로 지지대를 삼는다. 

 

에이티커니 제공
자료 제공 에이티커니

배양육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지난 2013년 첫 배양육을 시연한 마크 포스트 교수 연구팀은 약 140g의 소고기 버거를 만드는 데 25만유로(약 3억3000만원)를 썼다.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가 국내에서 약 3000원에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11만배에 달하는 고급 버거인 셈이다. 

 

다만 배양육 가격은 기술 발달과 함께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조사업체 럭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배양육의 평균 추정 가격은 1kg 당 약 400달러(40만원)에서 2000달러(200만원)정도로 조사됐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냉동 닭고기는 1kg 당 3500원에서 4400원 수준이다. 최소 100배 차이가 나는 가격이다.

 

잇 저스트는 치킨 너겟 하나에 50달러로 가격을 대폭 떨어트리는 등 상용화 가능성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잇 저스트는 "싱가포르식품청에게 판매 허가를 받은 자사 상품인 '굿미트'를 약 23달러(2만4000원)에 판매할 수 있도록 음식점과 협상하고 있다"며 "이는 판매 계약을 맺은 싱가포르 회원제 클럽하우스 '1880'의 고급 닭요리 메뉴의 가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배양육을 둘러싼 윤리 문제는 아직 해결할 과제로 남아 있다. 세포를 키우는 배양액이 소 태아 혈청을 이용하기 때문에 축산업에서 완전히 벗어나있다고 보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와 같이 세포나 조직을 배양할 때 주로 소 태아 혈청 기반의 배양액을 사용한다. 2013년 마크 포스트 연구팀도 배양액에 소 태아 혈청을 이용했다. 이는 동물을 도축 하지 않고 세포를 성장시켜서 필요한 가축의 수를 줄이자는 배양육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례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새로운 연구개발 분야에서 자주 일어나는 충돌이다. 수소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지만 정작 화력과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수소 분야에서는 '클린 수소'를 갖추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배양육 분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비타민과 호르몬, 미네랄을 이용해 소 태아의 혈청 없이 만든 배양액인 미국 크레센트 케미컬의 '울트라서 G'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현재 연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대체육과 배양육을 포함한 인공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기업 에이티커니는 2040년에는 인공 고기 식품이 도축 고기를 넘어서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중 배양육은 매년 10%씩 점유율이 상승해 2040년에는 약 35%를 차지할 전망이다.

 

2040년까지 육류 소비량이 약 3%가량 늘어나는데 이미 재배량의 46%가 가축을 먹이는 데 들어가는 만큼 수요를 감당하려면 농지의 팽창과 이에 따른 환경 파괴는 필연적이다. 에이티커니는 일반 고기, 배양육, 대체육은 각각 식물 대비 얻을 수 있는 칼로리가 각각 최대 15%와 70%, 75%로 분석했다. 이런 점을 들어 비교적 효율적인 배양육과 대체육이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 일반 고기보다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물복지단체 ′GAIA′가 제작한 반 앨런 교수의 동상이다. 위 사진을 토대로 만든 동상은 소의 고기 부분이 사라져있다. 11kg 무게의 동상은 반 앨런 교수의 딸에게 선사됐다. GAIA 제공
동물복지단체 'GAIA'가 제작한 반 앨런 교수의 동상이다. 위 사진을 토대로 만든 동상은 소의 고기 부분이 사라져있다. 11kg 무게의 동상은 반 앨런 교수의 딸에게 선사됐다. GA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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