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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지금까지 알아낸 것과 아직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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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지금까지 알아낸 것과 아직 모르는 것

2020.12.28 08:00

확인된 건 전파력 70% 빠르다는 게 전부

백신은 다클론항체 방식…효과 유지될 것 

 

Nextstrain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변이를 추적하는 국제과학프로젝트인 ‘넥스트스트레인’. 이를 통해 올해 전 세계에 퍼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변이 과정과 유형을 추적할 수 있었다. Nextstrain 홈페이지 캡처

영국 런던과 남동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변종’ ‘슈퍼 코로나’ 등으로 불리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VOC-202012/0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20년 12월부터 주의 대상 바이러스’라는 뜻이다.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정리했다. 

 

 

‘변종’ 바이러스 등장?…‘변이’ 일어난 것일 뿐

영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이달 11일(현지 시간)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4월부터 과학자들로 구성된 ‘COG-UK’ 컨소시엄을 꾸리고 영국의 코로나19 환자의 혈장에서 바이러스를 얻어 게놈(유전체)을 해독해왔다. 이달 15일 기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은 총 12만6219개가 해독됐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앨런 맥낼리 영국 버밍엄대 미생물유전체학 교수는 22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그간 수집한 게놈의 유전자를 조사하던 중 25%에서  'S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확인해 컨소시엄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후 사흘 만인 14일 영국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공식 발표했다.

 

S 유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을 이루는 여러 부위 중 하나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든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하면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컨소시엄의 조사 결과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S 유전자에서 8개의 변이가 확인됐고, 이 때문에 S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 평균 2주일에 한 개꼴로 변이를 일으켰다”며 “지금까지 게놈 분석 결과만 보면 이 바이러스는 '변종'이 아니라 게놈 일부에서 변이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염기가 약 3만 개인데, 학계에서는 1% 이상이 달라지는 등 표현형에서 큰 차이가 있어야 변종으로 인정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게놈과는 염기서열이 각각 약 79%, 약 50%만 일치해 다른 종으로 분류됐고 결과적으로 ‘신종’이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RBD의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D)인 D614인 바이러스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글라이신(G)으로 변이가 일어난 D614G 바이러스가 전파를 주도하고 있다. 안 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슈퍼 바이러스?…전파 빠른 것만 확인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의 혈장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게놈(유전체)을 해독하는 ‘COG-UK’ 컨소시엄을 꾸려 바이러스 변이를 추적해왔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를 맨 처음 확인한 곳도 이 컨소시엄이다.  COG-UK 제공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의 혈장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게놈(유전체)을 해독하는 ‘COG-UK’ 컨소시엄을 꾸려 바이러스 변이를 추적해왔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를 맨 처음 확인한 곳도 이 컨소시엄이다.  COG-UK 제공

영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전파가 빨리 일어난다는 현상이 전부다. 왜 전파가 빨리 일어나는지, 왜 지금 나타났는지, 왜 영국의 남동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출현했는지 아직 모른다. 더 치명적이라는 증거도 없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0일 “기존 전파속도보다 최대 70% 빨라 감염재생산지수(R)를 1.1에서 1.5로 0.4 늘렸다”고 발표했다. 

 

S 유전자에서 확인된 변이 중 과학자들은 ‘N501Y’ 변이에 주목하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인간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를 ‘수용체 결합 영역(RBD)’이라고 부른다. N501Y는 RBD의 501번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N)이 티로신(Y)으로 바뀌는 변이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컨소시엄이 20일 발표한 변이 바이러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N501Y 변이 바이러스는 11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파속도 향상의 원인으로 N501Y 변이가 지목됐다. N501Y를 보유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능력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D614G도 인간 세포 수용체와의 결합력이 향상돼 전파력이 최대 9~10배 커졌다”며 “마찬가지로 N501Y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전파속도 향상은 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감염병 대응 전략의 기본은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나 정점에 이르지 않도록 잘 억제하는 것”이라며 “바이러스 변이로 전파가 빨리 일어나면 환자가 급속히 늘고 결과적으로 사망자를 늘리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효능 떨어진다?…다클론항체 형성

새로운 변이 등장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RNA(mRNA)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항체)을 만들 수 있는 유전물질인 RNA 조각을 리포솜과 같은 지질 막에 싸서 인체 세포에 주입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FDA가 승인한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를 공격해 여러 항체를 만들어내는 다클론항체 방식”이라며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에서 자연적으로 많은 변이가 일어나 축적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mRNA 백신과 같은 유전자 백신은 염기서열만 알면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변이가 나타난 부위의 염기서열만 바꾸면 되고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아 이번에 나타난 변이로 백신을 못 쓰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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