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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강도와 연성 두마리 토끼 잡은 합금소재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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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강도와 연성 두마리 토끼 잡은 합금소재 시대가 온다

2020.12.24 07:02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재료공정혁신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남윤중 제공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재료공정혁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에서 인터페이스 연구를 통해 고성능 알루미늄 아연 합금을 개발했다. 남윤중 제공

소재개발에서 어려운 점은 새로운 기능을 요구하는 수요자가 많아질수록 소재에 요구되는 사항도 점차 많아진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집어넣고 던지는 특성상 부품들이 점점 단단해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전기가 통하는 부품은 점점 작아지면서 전기를 더욱 잘 통해야 한다. 접히거나 유연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변형도 잘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부품에 쓰이는 금속 재료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금속 재료는 어떤 재료든 간에 강도가 증가하면 잘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과 전기전도도 등은 반대급부로 떨어진다. 강도를 높이는 변형이 일어날수록 다른 성질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상반특성'이라고 불리는 '트레이드 오프' 현상은 금속 여럿을 섞어 만드는 합금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재료공정혁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잡을 수 없을 것 같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새로운 방법을 합금 속 경계면에서 찾아냈다. 한 책임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에서 하이브리드 경계면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알루미늄 아연 합금을 개발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연구원이 합금 금속 시편의 강도를 측정하는 시험을 진행중이다. 합금은 강도를 높이면 다른 성질은 약해지는 상반특성을 지닌다. 남윤중 제공

합금의 강도를 높이는 데는 ‘석출경화’가 주로 쓰인다. 두 금속을 높은 온도에서 섞은 다음 식히면 한 금속 내부에 다른 금속이 알갱이처럼 박히게 되면서 단단해지는 원리다. 이때 내부에 박힌 금속은 작을수록 좋고 고르게 분포될수록 좋다. 이를 위해 열을 어떻게 가하고 어떻게 식힐 것이냐에 합금의 성질이 결정된다. 뜨겁게 달궈진 쇠를 차가운 물에 담그는 담금질이 대표적인 예다.

 

합금의 성질을 결정짓는 금속 내부의 다른 금속, '2상 금속'의 크기와 모양은 두 금속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에 따라 좌우된다. 두 금속이 고체가 되면서 고체 금속 사이사이를 다른 금속이 비집고 들어가게 된다. 이때 금속이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에너지가 경계면에서 발생한다. 이 에너지 때문에 경계면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합금이 만들어지면서 알갱이의 크기는 점차 커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합금을 만드는 과정을 조절해 에너지를 제어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경계면 에너지 자체를 줄임으로써 석출된 금속이 미세하고 고르게 분포시키면 강도를 높이는 새로운 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한 책임연구원은 “경계면 에너지가 감소하면 잘 석출된다는 것은 기본원리”라며 “이를 감소시키면 미세하게 분포된 2상 금속을 만들지 않겠냐 하는 접근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물질 경계면에서 길을 찾았지만 어떤 원리를 활용해 새로운 합금을 개발할지는 막막했다. 미래소재연구단의 융합을 중요시하는 특성이 새로운 길을 열어 줬다. 김광호 미래소재연구단장이 원자의 에너지를 예측하는 양자역학을 활용해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볼 것을 한 책임연구원에게 조언한 것이다. 양자역학이 분자 구조에서 가장 안정한 에너지를 찾을 수 있는 것을 응용하면 경계면에서 가장 적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구조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을 도입하는 전략은 적중했다. 흔한 소재인 구리를 전체의 1~3%만 넣어도 경계면 에너지가 8분의 1로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되면서다. 이를 통해 2상 금속의 알갱이는 약 1000분의 1로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책임연구원은 “매번 다른 성분을 넣고 실험하는 지루한 과정이 없어져 합금 설계속도가 10배는 빨라졌다”며 “계산을 통해 넣어야 할 원자의 종류와 비율만 알게 되면 그것만 시험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중 제공
연구팀은 인터페이스에 양자역학을 적용해 금속 알갱이가 최대한 고르게 퍼질 수 있는 최적의 합금 조건을 찾았다. 연구원이 합금 표면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남윤중 제공

실제로 알루미늄 아연 합금에 구리를 2% 넣고 제조해본 합금의 최대 인장강도는 약 600메가파스칼(MPa)로 나타났다. 이는 보통 알루미늄 합금에서 한계로 여겨지던 300MPa를 단숨에 2배 뛰어넘은 값이다. 여기에 강도를 높이면 떨어지던 연성과 전기전도도는 기존 알루미늄 아연 합금과 비슷한 성능을 유지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관련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로그레스 인 머티리얼즈 사이언스’ 8월호에 발표됐다.

 

한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합금은 일반 생산 공정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금속을 제품으로 만들 때는 금속을 녹인 후 틀에 붓는 주조 공정이나 금속 덩어리를 압축해 제품을 찍어내는 단조 공정 등 다양한 공정이 쓰인다. 각 공정에 맞춰 다른 특성이 필요해 합금을 새로 개발해도 두 공정 모두에 쓰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재는 주조나 단조 모두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특성을 보였다. 특히 주조에 쓰이는 합금은 강도가 낮은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주조용 합금은 연성이 8%를 넘어야 유리하지만 이러면 강도가 200MPa 아래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주조용 합금은 구리를 조금 섞은 것만으로 강도는 적어도 400MPa을 유지하면서 연성은 12%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일광메탈에 관련 기술을 총 2억 원을 받고 기술을 이전했다.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 부품에 합금이 활용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개발한 합금 소재는 현재 국내 자동차 회사와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승전 재료연 책임연구원. 남윤중 제공
한승전 재료연 책임연구원은 소재를 연구하는 후배나 동료들에게 "기본 원리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어떤 원리가 특성을 조장하고 어떤 원리는 이에 반하는지를 파악하면 다른 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윤중 제공

알루미늄 합금 소재는 가볍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경량화가 화두인 자동차 업계에 도입되는 비중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여기에 쓰이는 알루미늄 소재는 대부분 외국에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다. 알루미늄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하던 당시 국내에는 소재에 관심이 적어 연구가 미진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합금은 다른 원소를 추가로 섞으며 기존 비율을 전혀 따르지 않아 외국 기술을 피할 수 있다. 한 책임연구원은 “우리 기술은 다 토종인 셈”이라고 말했다.

 

경계면 연구만 20년을 넘게 이어가며 기본 원리에 충실했던 것이 빛을 발했다. 한 책임연구원은 “전체 에너지를 컨트롤하는 건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작은 에너지인 인터페이스를 컨트롤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재료의 강도와 관련된 기본적 원리를 정확히 알아 도달한 것이 인터페이스”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가까운 양자역학을 석출합금에 도입한 것은 연구팀이 세계 처음이다. 연구 발표 이후 중국 등을 비롯한 비철금속 강국들의 연구자 초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연구팀은 인터페이스와 양자역학을 결합한 새로운 소재 개발법을 다른 비금속 합금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한 책임연구원은 “기초에 충실하면 보이는 학문의 경계에 다른 연구 분야를 융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중 제공
경계면 연구 전문가였던 한승전 책임연구원(왼쪽 두번째)은 양자역학 전문가인 최은애 재료연 재료계산연구실 선임연구원(왼쪽)과 융합연구를 거쳐 초고강도 합금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한 책임연구원은 "상대 연구를 수박 겉핥기처럼 하되 단맛이 나올때까지 핥아야 한다"며 상대편을 최대한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윤중 제공

 

※ 최근 소재 연구에서는 첨단기능을 가져 ‘부가가치’를 내는 소재를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소재를 맞붙이면 그 표면에서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과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물질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면에서는 기존 두 물질을 이루는 결합구조나 조성과는 다른 새 물질이 생겨납니다. 두 물질의 경계면은 새로운 소재가 생성되는 보고(寶庫)인 셈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미래소재연구단과 함께 앞으로 한국의 소재 산업을 이끌 미래 소재의 깜짝 놀랄 세계를 연재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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