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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의 진화]개는 어떻게 인간의 친구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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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의 진화]개는 어떻게 인간의 친구가 되었나

2020.12.20 06:00
조지 고다드 작. ‘존재를 위한 투쟁’, 늑대 싸움. 위키피디아 제공
조지 고다드 작. ‘존재를 위한 투쟁’, 늑대 싸움. 위키피디아 제공

개는 모두 아시아 회색 늑대의 후손이다. 유전자의 99.5%가 같다.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지만, 사실 늑대랑 더 가깝다. 그런데 개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그리고 개와 늑대는 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일까? 개는 늑대와 어떤 점이 다를까? 

 

개의 진화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인류의 다지역기원설을 주장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인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했고, 지금의 인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직관적이었다.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유전자 연구 덕분이다.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생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최근에 기원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개도 그렇다. 예전에는 모두 다른 기원을 가질 것이라고 여겼다. 일단 지역에 따라 너무 다르게 생겼다. 천차만별이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개의 생김새가 아주 다르다. 하지만 유전자 연구를 해보니 다들 아주 가까운 친족이었다. 1만 5000 년 전,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개가 동시에 인류에게 접근하여 가축화되었다는 오랜 가설은 이제 기각되었다. 약 4만 년 전, 아시아의 어떤 지역에서 회색늑대가 호모 사피엔스에게 협력의 손을 내밀었다(혹은 받았을지도). 그리고 수만 년에 걸친 우정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물론 개 유전자 연구는 인간 유전자 연구처럼 막대한 규모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진실이 명확해지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 


개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아직 개가 살던 에덴동산이 어디였는지는 불확실하다. 중동이라는 전통적인 주장부터, 유럽이라는 고고학적 주장, 그리고 동아시아라는 유전자 증거까지 다양한 가설이 경합한다. 


사실 시기나 장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아마 여러 차례에 걸쳐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첫사랑은 깨지기 쉬운 법인데, 인간과 개의 첫 만남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소설 《콜 오브 더 와일드》를 본 독자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벅이라는 이름의 개다. 벅은 늘 투쟁한다. 인간과 싸우고 협력한다. 다른 개와도 투쟁한다. 그리고 혹독한 환경과도 싸운다. 길들임과 저항, 협력과 투쟁, 본성과 양육이라는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다. 부유한 집에서 사랑받는 애견이었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알래스카에서 고된 싸움을 시작한다. 점점 더 문명을 떠나 원시의 환경으로 향하고, 인간과의 싸움, 개와의 싸움, 늑대와의 싸움을 통해서 완전히 야성의 세계로 들어선다.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이 소설은 개와 인간이 만나 서로 길들인 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풀어낸 것이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최근 개봉되었으니 연말에 한번 보는 것도 좋겠다. 개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궁금한 것은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다. ‘콜 오브 더 와일드’의 원작자, 잭 런던은 다윈의 진화론에 큰 감명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의 맨 뒷장부터 읽는다면 이런 점이 궁금해질 것이다. ‘인간이 개를 길들인 것일까? 개가 인간을 길들인 것일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막 시작하는 커플에게 흔히 ‘누가 먼저 대쉬했는지’를 묻는다. 신혼부부가 흔히 대답을 강요받는 질문이다.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라고 종종 대답했는데, 사실이었다. 누가 먼저 사랑에 빠졌는지에 관해 종종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커플도 있지만, 실체는 대개 이렇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개와 인간의 만남도 그랬다. 4만 년 전, ‘이제 개라도 한 마리 키울까? 늑대를 먼저 길들여서 개로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한 원시인은 없었다. 회색늑대도 마찬가지다. ‘더 두 발로 걷는 동물을 보면 왠지 꼬리를 치고 싶단 말이야. 같이 살자고 청해야지’라고 생각한 원시견도 없었다. 


다만 개와 인간은 이미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사회적 동물이었다. 무리를 지어 살았다. 그리고 사냥을 좋아했다. 게다가 사냥에 성공하면 사냥감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었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전적응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인간과 개는 종종 같은 지역에서 사냥했는데, 가끔은 같은 사냥감을 쫓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힘을 합치면 사냥 성공률이 더 높아졌다. 아마 종 간 협력의 효과를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원시 인류도, 회색늑대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협력적 사냥을 성공하면 포획물을 고루 나누어 먹는다는 것을. 늑대 무리의 협력, 그리고 인간 무리의 협력은 곧 인간과 늑대의 협력적 사냥으로 이어졌다. 사냥감은 나누었다.


맛있는 음식을 볼 때, 그 혹은 그녀가 먼저 생각나면 필경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개와 인간도 그랬다. 맛있는 사냥감을 보면 서로를 떠올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개와 인간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길들임

 

애완견의 모습. 위키피디아(Noel Zia Lee)제공
애완견의 모습. 위키피디아(Noel Zia Lee)제공

아마 첫 만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을 것이다. 늑대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여러 번 진행되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일단 늑대는 잘 짖지 않는다. 보름달을 바라보며 구슬프게 우는 늑대는 잘 알려진 대중적 밈이지만, 사실 늑대는 과묵하다. 인간을 보고 꼬리를 살랑거리지도 않는다. 개에 비하면 늑대는 조심스럽고 예민하다. 인간을 경계한다. 조금만 다가서도 금세 도망간다. 


그런데 불안을 이기고 초기 인류의 캠프에 다가온 늑대가 있었다. 배가 고팠겠지. 플라이스토세 후기, 가혹한 빙하기는 인간과 늑대의 개체 수를 크게 줄였다. 그래도 협력을 선택한 인간과 개의 적합도가 조금 더 높았을 것이다. 개체 수가 적고 선택압이 높으면 진화는 아주 빠르게 일어난다. 


1959년 드리트리 벨라예프라는 러시아 과학자가 여우를 인공적으로 교배하기 시작했다. 불과 서른 세대 후 야생 여우는 완전히 ‘개’가 되었다. 인간 앞에서 아주 순한 행동을 보였다. 생김새도 변했다. 점박이 여우가 나타났다. 귀는 쳐졌고, 다리는 짧아졌다. 얼굴도 둥글게 되었다. 짝짓기도 더 자주 했다. ‘개’가 된 여우는 인간에게 꼬리를 흔들었고, 인간의 마음을 살폈다. 불과 50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런 과정이 더 천천히 진행되었겠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험난한 자연환경은 늑대에게 ‘개’가 될 것을 강요했고, 아마 인간에게도 ‘애견인’이 될 것을 강요했다.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우리는 종종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 


개는 심지어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늑대보다 훨씬 자주 짖는다. 낑낑대고 칭얼댄다. 온갖 표정을 다 짓는다. 게다가 인간의 언어도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한다. 


식성도 바뀌었다. 육식을 하던 늑대는, 이제 아무거나 잘 먹는 개가 되었다. 신석기가 시작되면서 고기 대신 빵이나 밥도 먹어야 했다.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늘어났다. 바닷가에 사는 개는 조개도 먹고 생선도 먹는다. 심지어 과일도 먹는다. 인간이 먹을 수 있으면, 대개는 개도 먹을 수 있다(물론 예외도 있다. 개에게 술을 권하지는 말자). 

 

개 같은 성격

 

개는 아주 사교적이고, 친근하다. 충성심도 강하고, 진득하다. 좀처럼 주인을 바꾸지 않는데, 아마 세로토닌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도 그렇다. 세로토닌 유전자는 관계의 지속성과 관련된다. 인간의 남녀가 오래도록 사랑하는 현상과 인간과 개가 오래도록 사랑하는 현상은 동일한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는 것을 보인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만 사랑하는 성격은, 한 주인만 사랑하는 개의 성격과 본질적으로 같다. 물론 바람을 피우는 인간이 있듯이, 아무에게나 꼬리를 치는 바람둥이 개도 가끔 있다.


우리는 흔히 성격이 더러운 사람을 보고 ‘개 같은 성격’이라고 깎아내리지만, 사실 개로서는 엄청나게 억울한 일이다. 개의 성격은 늑대보다는 인간과 더 가깝다. 심지어 인간이 흔히 걸리는 다양한 정신질환도 걸린다. 사랑받지 못한 개가 보이는 심리적 증상은,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이 경험하는 증상과 비슷하다. 

 

개는 아주 빠른 속도로 ‘개’가 되었다. 인간이 ‘인간’이 된 속도보다 빠르다. 인간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보다 개를 통해서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아직 연구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개를 이해하면,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개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행동은 다 인간의 행동이 아닌가? 역설적인 말이지만, 개보다 인간이 더 개 같은 경우가 있다.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인류학 및 진화의학을 강의하며, 정신장애의 진화적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에 '내 마음은 왜 이럴까' '인류와 질병'을 연재했다.  번역서로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행동과학》,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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