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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정부의 과학기술계 비정규직 해결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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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정부의 과학기술계 비정규직 해결의 모순

2020.12.17 15:00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채용설명회 현장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채용설명회 현장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과학기술계 역시 노동시장의 일부분으로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 만, 과학기술계에서는 아직까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이 취약한 편이다. 과학기술인력은 타 분야 인력과는 달리 전문학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직종에 종사 함으로써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으며,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덜 받는 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경향은 비정규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타 분야의 비정규직 근로자와는 달리 임금, 복리후생 등의 측면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정민, “과학기술인력의 임금격차에 대한 실증적 연구 -정규직·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중에서⁠


과학기술계의 비정규직 차별


2019년 통계지표로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전체 일자리의 36%를 차지한다⁠. 20202년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152만 3000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문제는 오래된 숙제다. 경영자와 노동자의 대립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비정규직의 증가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며, 전세계적으로 그런 식의 해법이 통용되지도 않는다. 

 

과학기술계 역시 한국사회의 일부다. 고학력의 연구개발인력이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계의 특성상, 타분야에 비해 임금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과학기술계의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은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과학기술계 비정규직의 임금은 2008년 정규직 대비 56% 수준에서 2013년 53%로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계 또한 비정규직 문제에서 여성과 청년이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과학기술계 비정규직만의 특성이라면, 비과학기술인의 경우 비정규직의 평균연령이 43.5세인데 반해 과학기술인의 경우 36세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또한 다른 분야에 비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임금의 격차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 과학기술계다. 즉, 과학기술계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은 개인의 생산성 차이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즉, 비정규직으로서 받는 차별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인권변호사 대통령이라는 상징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탄생했다. 취임 초부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사람이 먼저라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에 진정성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일자리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비정규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정부의 통제가 어려운 민간영역에서 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행률을 평가하는 ‘문재인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이행률은 대부분 ‘지체’로 평가되어 있다⁠. 

 

대통령이 공약을 제시하면, 관료들은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단 한 줄에 불과한 공약이라도 공약이행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관료들은 각종 방법을 동원해서 국가통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일자리를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두었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계 관료들이 대통령의 국정수행률 목표를 채우기 위해 좋은 분야가 된다. 왜냐하면 의사나 변호사의 숫자나 임금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의협이나 변협과 같은 이익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운 일이 되지만, 과학기술계의 경우 국가의 통제에 반대하거나 조직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단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5. 그렇게 과학기술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위한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라는 정책은 과학기술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정출연의 무리한 정규직화를 초래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정책의 집행은 정출연의 미래전략을 위협한다.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일 인천 영종도 소재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현 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이 지닌 모순


관료들이 정치권력에 봉사하기 위해 가장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곳이 공공기관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문제 헤법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단순화되면서, 과학기술관료들은 과학기술계의 공공기관 즉, 과학기술부 산하의 정부출연연구소의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근대화에 큰 공헌을 한 한국의 정부출연연구소는 명목상으로는 독립적인 연구기관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과학기술정통부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속해 있는 연구소에 불과하다. 연구기관의 독립적 운영이라는 철학을 위해 독일식 연구회 제도를 도입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설립했지만 그 위상과 역할은 여전히 과학기술인들 사이에서 의문을 사고 있다⁠. 국가주도의 하향식 과학기술정책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과기연구회는 정출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부와 정출연의 사이에서 우산 역할을 전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계 일자리 정책은 정부 관료의 말에 절대적으로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정출연에 집중되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숭고한 철학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책이 현장에 대한 고려나 현실적인 맥락을 벗어나 획일적으로 진행될 경우, 반드시 큰 부작용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출연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그랬다. 2017년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두고 진통을 겪는다. 출연연의 경영을 맡은 기관장들은 정규직을 공개경쟁을 통해 새로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했고, 연구원 노조는 기존의 비정규직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출연 정규직 문제가 난관에 봉착하자, 과기정통부는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빠르게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한다. 2017년에 7명에 불과하던 정출연의 정규직화는 2018년 한 해에만 2178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아무리 좋은 신념과 철학을 지닌 정책이라 해도, 이렇게 급작스러운 변화는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3년간 공공기관의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인건비는 3000억 가량 증가했고 이에 따라 연구비용은 4000억 가량이 감소했다. 즉, 정출연의 무리한 정규직화로 인해 과학기술계의 일자리 통계지표는 분명 향상되었지만, 이로 인해 연구기관의 장기적인 전략 수립은 불가능해졌고, 연구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연구기관의 본연의 임무인 연구능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 초래된 셈이다. 

 

정부가 국민세금을 출연해서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전략을 위해 투자하는 정출연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책임은 국가에 필요한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고 이를 실행하는데 있다. 정출연은 연구소이며,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일자리를 만드는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연구를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게 수행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각각의 정출연마다 처해 있는 인력구조 상황이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한 결과, 위에서 언급한 비정상적인 인건비 증가와 연구비 감소로 인한 연구능력의 저하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첫째,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사회에서 기업과 대학이라는 민간영역의 연구개발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출연이 지닌 연구능력의 위상과 역할, 나아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항상 제기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강행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2011년 이후 정체되어 있던 정출연의 전체인력 규모를 더욱 악화시키게 되었고, 전체적으로 젊은 신진 학자들의 등용문이 되어야 할 정출연 인력의 고령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즉, 정출연의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통계를 맞추기 위해 강행된 획일적 정규직화로 인해 정출연의 미래가 위험해졌다는 뜻이다. 정출연의 핵심인 연구인력 채용은 채용 티오가 줄어들었고, 이 부작용은 한 두해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조차 정출연 정규직화를 50%만 전환해도 향후 몇 년간 신규채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문제였다⁠.

 

둘째, 무리한 정규직화로 인한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해에 수 천명의 인원이 제대로 정비조차 되지 않은 가이드라인을 거쳐 정규직화되면서, 이곳저곳에서 가이드라인을 위반해 채용된 정규직을 두고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규직화로 인해 노사간의 갈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야 하지만, 정규직화의 방식에서 각 정출연마다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무리한 정규직화로 인해 비정규직 출신들에겐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쟁을 거쳐 정규직으로 입사한 기존의 연구인력들이 이번 조치로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과의 형평성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정출연 인력 10명 중 7명은 이번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정규직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현장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정책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사회는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넘어서야 할 문제는 정말 많다. 과학기술계는 지난 몇 년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실험을 온 몸으로 체험한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가 되었다. 대통령이 공약했던 것처럼 분명 통계적으로는 과학기술계의 정규직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책의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와 실증적 근거들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선의에 근거한 정책이라 해도 국가의 장기적인 전략을 훼손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출연 일자리 해법이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를 의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무리한 정규직화의 강행으로 인해 국가의 장기적인 과학기술연구를 수행해왔던 정출연의 미래는 어두워졌다. 향후 과학기술계 정출연은 예전처럼 많은 정규직 연구원들을 채용할 수 없다. 이미 2018년 한해에만 향후 십여년간 써야할 정규직 분량을 대부분 소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학기술계 정출연은 각각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채용에 있어서도 서로의 입장이 갈린다. 그건 연구소의 연구분야와 맥락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어떻게 탄력적으로 운용하느냐에 있어 모든 정출연이 서로 다른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현실적인 과학기술계 관료들은 이런 현실적 고려를 무시한채, 자신들의 말에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정출연의 일자리 문제를, 단지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춘다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처리해버렸다. 게다가 정부의 기조에 맞춘다는 이유로, 고학력의 전문가를 선발해야 하는 정출연에서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강행하면서, 현재 정출연의 고급과학기술인력 선발은 국제적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19. 현 정부의 과학기술계 인사가 3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참고자료
-과학기술인력의 임금격차에 대한 실증적 연구. '정규직·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연구보고 2016-032. 심정민.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TRKO201600010894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0291198037369
-과학기술인력의 임금격차에 대한 실증적 연구. – 정규직·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연구보고 2016-032. 심정민.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TRKO201600010894
-http://moonmeter.kr/search.jsp?keyword=%EB%B9%84%EC%A0%95%EA%B7%9C%EC%A7%81
-동아사이언스, 김우재 '멜서스의 학위공장과 과학기술인협회'를 참고,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0312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라는 정책은 과학기술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정출연의 무리한 정규직화를 초래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정책의 집행은 정출연의 미래전략을 위협한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0930
-http://m.daejonilbo.com/mnews.asp?pk_no=1430664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0/2017101003139.html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5&aid=0004433719
-과학기술분야 정출연의 정규직화라는 좋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정책의 집횅으로 인해 정출연의 미래는 불안해지고 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5&aid=0004433719
-이민형. (2016). [정부출연연구소 50 년 특집] 출연연구기관 역사적 변화 과정과 미래 발전 방향. 과학기술정책, 26(4), 18-25.
-https://www.mk.co.kr/news/it/view/2019/11/931770/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02242.html
-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62963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446602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2930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0930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010195665i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62037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20&replyAll=&reply_sc_order_by=C
-정출연의 획일적 정규직화 문제는, 현 정부의 선의가 현실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될 경우 나타날 미래의 위협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1020&replyAll=&reply_sc_order_by=C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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