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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과거와 미래]⑩ 젊은이가 줄어드는 시대, 양극화 시대의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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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과거와 미래]⑩ 젊은이가 줄어드는 시대, 양극화 시대의 대학

2020.12.01 16:53
싱가포르 스킬스퓨쳐, 싱가포르 국립대, 마이크로소프트, 링크드인이 협력하여 빅데이터와 분석을 활용, 현지 인력의 ′기술 차이′를 탐색하는 과정을 가진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제공
싱가포르 스킬스퓨쳐, 싱가포르 국립대, 마이크로소프트, 링크드인이 협력하여 빅데이터와 분석을 활용, 현지 인력의 '기술 차이'를 탐색하는 과정을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제공

미국 경제학자 폴 로모 뉴욕대 교수와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는 국가의 경제성장은 축적된 지식과 교육을 통해 생성된 인적 자본에 달려 있다느 ‘내생적 성장 이론’을 주장했다. 신성장 이론을 주장한 필립 아기온 콜레주드프랑스 교수와 피터 호위트 브라운대 교수는 대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질의 고등교육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고등교육보다 성인교육과 직무 교육을 포함하는 평생교육이 경제성장에 더욱 큰 기여를 한다는 이론이 인정받고 있다. 로모 교수는 과거에는 고등교육을 통해 인적 자본을 확충해 왔지만, 미래에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복합적인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실무 현장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래 사회에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학습과 소득(Learning and earning)”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로 다뤄질 만큼 강조되고 있다. 평생교육의 가치를 이와 같이 경제적 측면과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스킬스퓨처(SkillsFuture)라는 직무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구직자와 근로자들은 기업에서 필요한 직무 능력을 향상시켜 노동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직무 능력 향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부총리가 의장인 스킬스퓨처 위원회가 전체 프로그램을 관리하며, 스킬스퓨처싱가포르(SSG)와 워크포스싱가포르(WSG) 등 정부 기관을 새로 설립해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직무 역량 강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스킬스퓨처 공제(SkillFuture Credit Scheme)는 25세 이상 국민에게 대학을 비롯한 정부 인가기관에서 직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이수할 경우 소정의 금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7년 한 해에만 28만 명이 수혜를 받았다. 40세 이상의 경력자들은 ‘스킬스퓨처 직장인 능력향상 보조금(SkillFuture Mid-Career Enhanced Subsidy)’를 통해 정부인가 기관 교육 프로그램 수강비 90% 보조를 받을 수 있는데 같은 해 약 12만 명이 수혜를 받았다. 2018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에서는 약2만3000개의 강좌를 전문대와 기술학교가 제공했고 대학에서 제작한 코세라 강좌도 인정해주고 있다. 그 밖에 학생, 사회 초년생, 경력자 등 교육 대상에 따라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포털사이트 제공
싱가포르 정부 포털사이트 제공

한국은 2007년 개정된 평생교육법에 따라 평생교육을 학력보완교육, 성인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의 총 6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 평생교육의 일반적인 여건은 평생교육의 선진 국가들과 비교하여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재정적으로는 2018년 교육부의 평생교육 관련 예산이 5900억 원으로 교육부 전체 예산 68조 원의 0.8%에 불과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기금을 통해 지원되는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지원액이 2018년 1조8천억 원이다. 이 직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은 520만 명에 달한다. 또한 공식적인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재정 지원으로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인 성인 학습자들에게 지원되는 국가 장학금이 있다. 2017년 전체 대학재적생 수가 308만 명이고,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의 재적생 수가 29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2018년 3조6000억 원의 국가 장학금 중 약 1500억원 정도가 평생교육에 지원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 밖에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평생교육 기관들에 투입되는 지방 재정도 포함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살펴보면, 법정 기관으로 교육부 산하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광역 자치 단체에 17개 평생교육진흥원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시ㆍ군ㆍ구에 475개의 평생 학습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시민단체 부설학습기관이 500개, 특수대학원 820개 등 평생교육 기관의 개수가 5225개에 달한다. 아울러 총 평생 학습 참여자 수가 16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자료를 보면 평생교육 관련 정부의 재정 지원과 물리적 인프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여건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덴마크,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의 평생교육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평생 교육은 참여율과 교육 성과 측면에서 모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유럽의 시민대학이 강조하는 인간다운 삶과 관련된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은 정부 지원이 매우 미진하다. 교육 방송과 한국형온라인공개강의(K-MOOC)의 인문사회학 강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지자체, 백화점까지 인문교양 강좌를 개설하는 상황은 이런 수요에 대한 대응이 부족함을 입증한다. 정부에서 집중하고 있는 직업능력향상교육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2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의 성인교육 참여율이 평가 대상 18개 국가들 중 12위였으며, 특히 생산 주축 연령대인 35~44세 인구의 경우 최하위로 평가된다. OECD에서 주관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의 16~24세 인구는 높은 역량을 갖고 있으나, 25세 이후 65세까지 하락 폭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이후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연령부터 역량 감소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평생교육 참여가 급격히 줄어드는 국내 현황과 관계가 있으며, 개인의 평생교육 참여 여부가 역량 유지와 아주 밀접하게 관계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또한 4차산업 혁명 시대에 필요한 협동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직장 내 학습이 OCED 평균 이하로 평가됐다. 전 생애 주기에 걸친 학습 기회 확대와 평생교육 참여 문화 정착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근거들이다.

 

한국의 16~24세 인구는 높은 역량을 갖고 있으나, 25세 이후 65세까지 하락 폭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의 16~24세 인구는 높은 역량을 갖고 있으나, 25세 이후 65세까지 하락 폭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평생교육의 패러다임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관리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시도해야 한다. ‘평생교육’이라는 교육 공급자 중심의 시각은 ‘평생 학습’이라는 학습자 중심의 시각으로 바뀌어야 하며, 평생 학습을 문화 운동으로 전개하는 발상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원이 부족한 인문 교양 교육, 문화 예술 교육, 시민 참여 교육의 강화를 위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민간 단체, 민간 조직, 지역별 학습 동아리가 해당 지역의 대학 교수, 대학 강사, 평생 교육사 등과 연계한 평생 학습 계획을 제안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상향식 운영을 도입해야 한다. 서점을 평생 학습과 연결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동네 책방’ 운동도 정부가 지원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시민들과 지역 학자들이 자율적으로 설립한 광주시의 자유시민대학과 같은 활동은 상향식 운영의 사례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관련 재정 운영을 교육기관 중심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으로 철학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 사업 중 내일 배움 카드제, 청년 취업 지원 교육 훈련, 국가 기간ㆍ전략 산업 직종 훈련은 학습자에게 재정이 직접 지원되며, 재직자 교육은 학습자와 기업에게 재정이 지원된다. 앞서 언급한 평생 학습을 문화 운동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 재정 운영도 학습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학습자에게 평생교육 바우처를 제공하고 학습자는 민간 기업, 평생교육관, K-MOOC, 일반대학, 전문대학, 앞에서 언급한 자유시민대학 등 다양한 교육 플랫폼에서 원하는 학습을 선택하고, 자신이 참여하는 평생 학습 프로그램에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때다. 평생교육체계에 공개와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령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위기를 맞게 되는 대학들을 평생교육에적극 활용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이 확보하고 있는 강의실, 도서관, 기숙사 공간과 같은 물적 인프라와 교수 및 행정 인력과 같은 인적 인프라를 활용하면, 평생교육의 품질, 범위, 교육 방법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에는 평생학습중심대학 육성 사업, 2016년에는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 사업을 운영했고, 2017년부터 이들 사업을 통합해 평생교육체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전국의 5개 권역에서 23개의 일반대학과 7개의 전문대학이 선정되어 2020년부터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단과대학, 학부, 또는 학과를 설치하고 전담 학위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대학을 평생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학사 학위 과정이 중심이 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 2004년 이미 대학 진학률이 80%을 넘은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구호와 4년이라는 긴 기간이 필요한 학사 과정 중심의 평생교육은 성인 학습자들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성인학습자들에게 학사 학위 과정을 제공해 온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의 충원률이 줄고 있는 상황은 이런 추론의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대학의 활용은 상향식 평생교육과 평생교육 바우처를 담아낼 수 있는 비학위 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학위 기간이 짧은 특수대학원의 석사 과정 확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학위 과정의 경우 ‘컴퓨터 코딩’,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처럼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에 대해 자율적이고 신축적인 정원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 해외 사례와 같이 온라인 석사 과정을 확대하고, 성인 학습자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원하는 강좌를 여러 대학으로부터 수강하고 스스로 석사 학위를 설계할 수 있는 혁신도 고려해야 한다.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같이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한국사회는 광복 후 짧은 기간 동안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근대적 성찰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유교 농경 사회에서 서구 자본주의 사회로 급속히 변신해 왔다. 그 결과 개인의 해방과 자유, 인권 보장과 같은 근대 정신의 핵심을 수용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담당할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 철학,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한국형 콜레쥬 드 프랑스와 같은 기관을 설립하고,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담당한다면 한 가지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기관의 대중 교육을 통해 근대 정신의 수용, 민주적 시민 의식 고양,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이해,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처럼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부족한 소양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논쟁적인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국가가 부여한 최고의 권위를 갖고 보이텔스바흐 3대 원칙에 준하는 기준에 따라 보수, 중도, 진보의 시각을 설명해 준다면, 진영 간의 극심한 반목을 완화하는 역할 수행도 가능하다. 콜레쥬 드 프랑스와는 달리 인문 사회 분야의 권위자들로만 구성하고, 종신 임용보다는 3년 정도의 임기제를 통해 변화와 활력을 유지하며, 최고의 예우로 권위자를 초빙한다면, 침체되고 있는 인문 사회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대학에게 생존의 위기를 가속하는 동시에, 평생교육에서 역할 확대라는 기회도 가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 뚜렷해지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평생 학습의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대학에게 주어진 새로운 사명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줄어드는 시대, 대학은 사라지지 않지만 동시에 혁명적인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코로나19로 가속되고 있다.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이 연재는 지난 6월 5일 출판된 필자의 저서《대학의 과거와 미래》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대학에서 공간 정보 취득, 관리, 분석, 시각화, 활용과 관련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공간정보 벤처 기업에서 5년간 기술총괄이사로 일했다. 연세대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OSE) 센터장, 교육부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K-MOOC) 기획위원, 미래교육 실무 자문단, 국가 평생교육진흥원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코세라에서 ‘공간 데이터 과학과 응용(Spatial Data Science and Applications)’라는 MOOC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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