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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과거와 미래]③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는 미국 대학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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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과거와 미래]③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는 미국 대학의 혁신 

2020.10.13 00:00
온라인 강좌를 학습중인 학생의 모습이다.  edX  제공
최상위권 대학들도 온라인 강좌가 촉발할 대학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공개강좌(MOOC·무크)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를 수강 중인 학생의 모습이다. edX 제공

중세와 국민국가 탄생 과정에서 빛을 발하던 유럽 대학의 영광은 전 유럽이 초토화된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사라졌다. 유럽 대학들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20세기 후반 세계적 위상을 지켜 낸 것은 미국의 대학들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시작된 1980년대 이후 미국 대학들은 순위 경쟁에 매몰되었고, 급등한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재정적인 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영리 목적 대학들의 확장으로 고등교육의 공적 기능이 취약해지는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연구 중심 대학으로 표현되는 최상위권 대학들은 건전한 지배 구조, 튼튼한 재정적 기반, 그리고 우수한 유학생 유입을 통해 흔들림 없이 미국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책무성과 수월성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 달성은 교육 비용 절감과 교육 효과 향상이 동시에 달성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새로운 교육 방식 적용과 첨단 기술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면대면 강의와 물리적 캠퍼스로 구성된 대학 모델을 변화시킬 파괴적 기술은 ‘온라인 강좌’라고 주장한다.

 

피터 스트럭(왼쪽)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캣 질레스피 조교가 필라델피아에서 무크(MOOC) 플랫폼에 올릴 강좌를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피터 스트럭(왼쪽)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캣 질레스피 조교가 필라델피아에서 무크(MOOC) 플랫폼에 올릴 강좌를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인터넷의 속도 증가와 무선통신을 이용한 접근성과 편의성 향상은 온라인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앞서 언급한 영리 목적 대학뿐만 아니라 일반 공립대학 및 사립대학들도 적극적으로 온라인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미국에선 2015년 가을 기준으로 약 2000만 명의 대학생들 중 일부 강좌를 온라인 강좌로 수강한 학생은 약 310만 명(15.5%), 모든 강좌를 온라인 강좌로 수강한 학생은 약 280만 명(14.4%)에 달했다. 대학생들의 30%는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셈이다. 2018년 가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과 캘리포니아 전문대학들은 학점 교환이 가능한 1만여 개의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라인 강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판단되며, 온라인 강좌를 활용한 대학 교육의 혁신은 세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대학 내의 교육 비용 절감 및 교육 성과 개선 그리고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시도이다. 여러 주립대학들이 이미 100% 온라인 강좌에 기반한 학사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와 콜로라도대, 센트럴 플로리다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오리건 주립대, 플로리다대, 인디애나대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학위 과정을 통해 낮은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고, 공립대학에 주어진 고등교육 확대라는 책무를 달성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2010년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령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나, 성인 교육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온라인 학위 과정은 공립대학의 새로운 교육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면대면 강의와 온라인 학습 방법을 한 강좌 안에서 함께 제공하는 혼합형 학습(Blended Learning) 방식은 각각의 방법보다 높은 교육 성과가 나오는 것이 입증됐다. 수강생이 많은 수학, 과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좌 및 기초 교양 강좌의 경우 혼합형 학습은 비용 절감과 교육 성과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며,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의 숨겨진 가치는 온라인 학습활동을 통해 생성되는 ‘빅데이터’이다. 온라인의 모든 학습활동은 마우스 클릭 하나까지 모두 기록될 수 있으며,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개별 학생들의 특성과 수준에 맞게 교육 방법과 내용을 변화시킴으로써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온라인 강좌를 대학의 새로운 매출 발생 구조로 보는 시선도 있다. 주요 대학들은 석사 학위 과정 또는 비학위 과정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새로운 매출 발생 구조로 바라보고 있으며,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학교의 명성을 통합해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급증하는 직장인들의 재교육 수요와 평생교육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주제인 데이터 과학(Data Science) 프로그램의 경우 하버드 대학, MIT, 듀크 대학, 미시간 대학, 스탠퍼드 대학, 남캘리포니아대가 비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존스 홉킨스 대학,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노스웨스턴 대학, 일리노이 대학, 위스콘신 대학, 노트르담 대학, 퍼듀 대학 등은 온라인 석사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2014년 유료 온라인 강좌 HBX(Harvard Business X)를 개설해 개교 100여년 만에 최대 변신을 시도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2014년 유료 온라인 강좌 HBX(Harvard Business X)를 개설해 개교 100여년 만에 최대 변신을 시도했다. 하버드X 제공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대학들이 유사한 학위·비학위 과정을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경영학 석사(MBA) 과정도 여러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카네기멜론 대학, 남가주 대학, 인디애나 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메릴랜드 대학,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등의 명성이 높다. 학부 과정이 책무성을 중시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등록금을 책정하는 반면, 석사 과정은 온라인 과정과 오프라인 과정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은 과정으로 선전하며, 같은 수준의 등록금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학위 과정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강좌를 수강할 수 있는데, 최고의 MBA 과정을 운영하는 하버드 대학, 펜실베이니아 대학 등이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HBX로 알려졌던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의 비학위 온라인 과정은 2019년 1월 하버드 경영대학원온라인(Harvard Business School Online)으로 개명됐는데, 2017년에는 8143명의 수강생이 등록했고, 1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8억 달러에 달하는 총 매출에 비하면 아직 작은 금액이지만, 향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강좌를 통해 해당 학문 분야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미래에 예상되는 온라인 강좌 경쟁에 앞서기 위한 전략이다. 파괴적 기술인 온라인 강좌가 야기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작업으로 볼 수도 있다. 온라인공개강좌(MOOC·무크) 플랫폼인 에덱스(Edx)에 참여한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주요 대학들을 비롯해 미국의 코세라(Coursera)와 영국의 퓨처런(FutureLearn)에 참여하는 대학들 역시 온라인 강좌가 촉발할 대학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가 대학의 미래에 얼마나 큰 변화를 야기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많은 대학들이 이미 시작된 변화 속에서 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험의 성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와 협력하고 있는 대학과 기업들. 코세라 제공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와 협력하고 있는 대학과 기업들. 코세라 제공

 

최상위권 대학들도 온라인 강좌가 촉발할 대학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최소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공개강좌(MOOC·무크)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는 에덱스(Edx)와 협력중인 대학들. 에덱스 제공
무크 플랫폼인 'edX'와 협력하고 있는 대학들. 에덱스 제공

최근 미국 대학들은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높은 자퇴 비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매우 큰 손실이다. 미국 대학들은 이 비율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2010년 입학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753개의 4년제 공립대학의 4년 내 졸업 비율은 35.6%, 6년 내 졸업 비율은 59.0%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학습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수학, 과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외국어 등 주요 공통과목의 학습 효과를 향상시키고 개별 강좌 통과 비율을 높여, 궁극적으로 자퇴 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 강좌는 100% 온라인 강좌가 아니더라도 혼합형 학습 방법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강의 자료 열람, 과제 제출, 연습 문제 풀이 등 다양한 학습활동이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습활동 데이터와 학생들의 개인 이력 데이터를 통합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학생의 진도를 모니터링하고, 개별 학생의 수준과 상황에 맞게 교육 방법을 변화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극대화하는 맞춤형 학습 솔루션들이 개발돼 이미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인 뉴턴(Knewton)이라는 솔루션은 애리조나주립대학에서 2011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이 솔루션을 통해 기초수학 통과 비율이 56%에서 78%로 향상된 것으로 보고됐다. 개인화된 적응형 학습 솔루션 분야에서 맥그로힐의 알렉스(Aleks), 피어슨(Pearson)의 레벨(Rebel) 같은 솔루션들이 경쟁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의 데이터 과학 분야 학위 취득 코스 화면 페이지. 일리노이대, 애리조나주립대 등 주요 대학들이 석사학위 과정 또는 비학위 과정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수업들을 자신의 능력, 직위, 레벨에 따라서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코세라 홈페이지 캡쳐
 '코세라'의 데이터 과학 분야 학위 취득 코스 화면 페이지. 일리노이대, 애리조나주립대 등 주요 대학들이 석사학위 과정 또는 비학위 과정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세라 홈페이지 캡쳐

대학의 모델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파괴적 혁신들도 있다. 미국의 실용적인 철학은 기존의 대학과 완전히 다른 형식의 대학을 인증해 주고 있으며, 가장 각광 받는 사례로 미네르바 학교와 올린 공대가 있다. 미네르바 학교는 2012년 벤 넬슨이 창업 투자회사로부터 2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시작됐다. 개인 프린팅 서비스 회사인 스냅피시의 최고재무책임자와 대표이사를 맡았고, 스냅피시 이전에는 벤처기업의 인수 합병 전문가로 활동했던 벤 넬슨은 대학의 교육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고자 미네르바 학교를 설립했다. 

 

미네르바 학교는 전통적인 대학의 특징인 물리적 캠퍼스, 도서관 및 강의실 공간, 고정된 지역, 면대면 일방향 강의, 전통적인 커리큘럼, 종신교수제, 제한된 기숙사 제공 등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방식으로 고등교육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미네르바 학교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 토론 및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하며, 해당 과목에 대한 개별 학습은 무크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캠퍼스도 없고 강의실도 따로 있지 않으며, 학습활동과 직접 관계되지 않은 시설은 제공하지 않는다. 강의는 간단한 퀴즈로 시작하여 퀴즈로 종료한다.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의 모습이 비디오로 공유되며, 강의 시간 동안 학습활동은 자체 학습 시스템을 통해 기록되고, 이 활동 기록의 분석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습 관련 조언이 제공된다. 인문학, 계산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경영학의 다섯 가지 전공이 있다. 

 

세계적인 리더 배출을 지향하는 이 학교는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의 출신 국가 구성이 균형 잡혀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1학년 생활을 마친 후 총 6개의 해외 도시, 즉 서울, 하이데라바드,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타이페이에서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운다. 미네르바 학교의 1년 등록금은 1만3450달러이며 기숙사 비용, 식비, 서적 구입 등 모든 추가 비용을 포함한 총 예상 비용은 2019~2020학년도 기준으로 3만950달러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미국 사립대학의 평균 예상 비용이 2017~2018학년도기준 4만6950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저렴하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생활하는 경험을 고려하면 그 비용은 더욱 저렴하게 느껴진다. 

 

미네르바 학교는 창업 투자로 설립된 만큼, 이 학교에서 개발된 커리큘럼과 학습 시스템은 판매가능한 방식으로 포장되어 기존의 대학 시스템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미시간대 같은 초대형 연구 중심 대학보다는 전통적인 소규모 자유 교양 대학(Liberal Art College)을 파괴하는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미네르바스쿨 교수가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방식. 미네르바 유투브 화면 캡쳐
미네르바스쿨 교수가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방식. 미네르바 유투브 화면 캡쳐

올린 공대는 군수 기업을 운영했던 프랭클린 올린의 기부금으로 1997년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됐다. 2002년부터 학생들이 입학해 2019년 현재, 약 35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작은 학교이지만, MIT에서 작성한 보고서에서 공학 교육을 이끄는 현재의 리더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리더로 언급될 만큼 공학 교육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대학이다. 올린 공대의 초대 학장인 리차드 밀러는 미래의 혁신 경제에서는 지식과 기술보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적 사고방식, 다학제적 사고방식, 윤리적 사고방식, 공감적 사고방식, 사업가적 사고방식, 국제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좁은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전통적인 공학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좁은 전문 분야의 교과목 대신 사회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융합 과목, 학생들이 직접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 참여 강좌,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

 

올린 공대에는 구체적인 전공이 없다. 약 900여 개의 기업, 연구소, 비영리단체들이 올린 공대 학생들의 학습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과 관련된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학생들의 주요 학습 방법이다. 특히 4학년 때는 두 학기에 걸쳐 참여 기업이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 설계 팀 프로젝트(SCOPE)를 진행한다. 올린 공대의 성과는 기업의 채용에서도 입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린 공대 졸업생을 매니저 직급으로 바로 채용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 대학도 갖지 못한 특별한 혜택이다.


미네르바 학교와 올린 공대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혁신 대학들이라면, 그밖에 수많은 소규모 사립대학과 여러 대형 대학들까지 차별화된 방식으로 대학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고등교육에 풍부한 다양성과 역동성을 제공하고 있다. 록펠러 대학, 쿠퍼 유니온, 더 뉴스쿨, 하버비드 대학, 챕만 대학, 뱁슨 대학, 페퍼다인 대학, 오자크 대학 등은 그 대표적인 소규모 사립대학들이다. 여성에게만 문호가 개방된 자유 교양 대학인 웰슬리 대학, 스미스 대학, 스크립스 대학 그리고 대형 사립대학인 라이스 대학, 에모리 대학,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 흑인 대학으로 유명한 하워드 대학, 자비어 대학, 최고의 흑인 여성 대학인 스펠만 대학, 아이비 리그 대학만큼 입학이 어려운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대형 주립대학으로 미국 공립대학 혁신의 대표 주자인 애리조나 주립대학 등도 이런 다양성과 역동성을 제공하는 대학들이다. 미국 대학들은 독자적 교육 목표와 개별적 역사 배경을 지닌 대학들의 다양성과 외부의 교육 혁신을 편견 없이 흡수하는 유연성과 역동성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 대학들이 전세계 고등교육의 표준을 만들어 온 힘이기도 하다.

 

시장 지향형 고등교육의 대표 국가인 미국의 대학들은 4년제 대학이 약 3000여 개 2년제 대학이 약 1500개에 이른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프론티어 정신이 대학 운영에도 적용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재정 지원 축소 속에서, 대학들은 순위 경쟁에 매몰되어 교육과 관련 없는 투자를 했고, 그 결과 등록금이 급등했다. 대학생들은 재정적인 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영리 목적 대학들로 인해 고등교육의 공적 기능이 취약해진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공립대학, 사립대학 구분 없이 지역 사회의 학외자로 구성된 이사회가 대학 지배 구조의 정점에서 대학의 공적 기능을 흔들림 없이 수호하고 있다. 또 축소되었다고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등록금 수입과 기부금 등 민간 지원 금액을 포함하면, 미국의 고등교육 지출 규모는 압도적인 세계 1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지출 비율 역시 세계 1위, 대학생 1인당 지출은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미국 대학 사회의 수용성과 공정성은 전 세계 최고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이들이 미국 대학을 더욱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건전한 지배 구조, 풍부한 재정 확보, 우수한 인재 집중, 즉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한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특유의 다양성, 유연성, 역동성을 기반으로 열린 경쟁과 끊임 없는 혁신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도래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나아가 온라인 강좌와 맞춤형 학습이 촉발할 고등교육의 새로운 표준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이 연재는 지난 6월 5일 출판된 필자의 저서《대학의 과거와 미래》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대학에서 공간 정보 취득, 관리, 분석, 시각화, 활용과 관련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공간정보 벤처 기업에서 5년간 기술총괄이사로 일했다. 연세대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OSE) 센터장, 교육부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K-MOOC) 기획위원, 미래교육 실무 자문단, 국가 평생교육진흥원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코세라에서 ‘공간 데이터 과학과 응용(Spatial Data Science and Applications)’라는 MOOC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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