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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잊혀진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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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잊혀진 과학자들

2020.10.08 13:22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다나 캐롤 등 선구적 업적 누락 아쉬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전문가 중 한 명인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 1세대 징크핑거 때부터 현재까지 유전자 교정을 개척해 온 전문가 중 한 명인 다나 캐롤 미국 유타대 교수. 빌니우스대, 유타대 제공

염기서열을 정교하게 인식하고 자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7일 저녁(한국시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발표 직후 기자의 전화를 받은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수석연구위원은 수상자 명단을 듣고 잠시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두 사람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작동 원리를 최초로 규명한 연구자로 당연히 수상해야 할 연구자”라며 “다만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위 사진)가 받지 못한 것은 예상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개념 동시에 제시했지만 묻혀버린 리투아니아 과학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전문가 중 한 명인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빌니우스대 제공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전문가 중 한 명인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교수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빌니우스대 제공

생명과학계의 판도를 바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이 기술을 개척하는 데 공헌했지만 잊혀진 비운의 과학자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 명은 이번 수상자와 독립적으로 관련 연구를 수행했음에도 이번 수상자 명단에 들지 않아 의외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3세대라고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이전에 처음 유전자가위를 창안했던 연구자들이 빠진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언급한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교수는 올해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병원체과학연구소 교수과 별도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구체적인 작동 과정을 발견한 연구자로 꼽힌다. 

 

그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핵심은, 기존에 세균에서 발견된 면역 관여 염기서열인 크리스퍼와 염기서열 절단 단백질 ‘캐스나인(Cas9)’을 동시에 사용하면 정교한 유전자가위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식스닉스 교수는 두 연구자와 별도로 Cas9이 원하는 염기서열을 절단할 수 있음을 밝혀 이를 생명과학 학술지 ‘셀 리포츠’에 투고했지만 게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을 투고했지만 심사가 길어졌다. 그런 가운데 이번 수상자인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교수팀이 약간 늦게 ‘사이언스’에 투고한 논문이 빠르게 게재 허가를 받으며 먼저 세상에 나왔다.


이후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생명과학계의 스타가 된 사이에 식스니스 교수는 잊혀졌다. 2015년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에도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교수만 수상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후 식스닉스 교수의 업적이 재조명되면서 2018년 미국 카블리재단이 수여하는 과학상인 카블리상 나노과학분야 수상자에 세 명이 나란히 포함됐다. 하지만 2년 뒤 노벨상에서는 식스니스 교수가 다시 빠졌다. 

 

1세대 유전자가위를 고안해 유전자가위를 게놈 교정에 쓸 수 있도록 한 선구적 연구자들도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1세대 징크핑거 때부터 현재까지 유전자 교정을 개척해 온 전문가 중 한 명인 다나 캐롤 미국 유타대 교수다. 유타대 제공
1세대 유전자가위를 고안해 유전자가위를 게놈 교정에 쓸 수 있도록 한 선구적 연구자들도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1세대 징크핑거 때부터 현재까지 유전자 교정을 개척해 온 전문가 중 한 명인 다나 캐롤 미국 유타대 교수다. 유타대 제공

●잊혀진 유전자가위 창안자와 ‘크리스퍼’ 발견자

 

또다른 관점에서 이번 수상을 바라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번에 수상한 두 전문가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창안한 선구자다. 유전자가위의 창안자나 크리스퍼를 발견한 연구자는 따로 있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석중 툴젠 치료제사업부 본부장은 “두 사람의 업적에 이견은 없다”며 “다만 1세대 유전자가위인 징크핑거와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까지 모두 연구해 온 유전자가위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징크핑거 창안자가 빠졌다는 사실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김진수 선임연구위원도 7일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퍼 이전에 게놈 교정에 징크핑거 뉴클리에이스 효소를 도입한 다나 캐롤 미국 유타대 교수(위 사진)가 빠진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징크핑거는 1990년대에 처음 등장한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DNA와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과 아연 이온으로 구성된 분자 기계로 10개 내외의 염기서열을 인식해 자를 수 있다. 뛰어나고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널리 활용되지 못한 비운의 기술이었다. 김석중 본부장은 “초기에 징크핑거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도구로써 등장했는데 RNA간섭(RNAi)이라는 보다 손쉽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현상이 발견되면 잊혔다”며 “유전자 교정 가능성도 처음 보였는데 이후 2세대 탈렌이 등장하면서 역시 밀려났고 3세대 크리스퍼까지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대중과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는 ‘유전자가위=크리스퍼’라는 공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징크핑거는 유전자가위의 응용 방향을 보였고 크리스퍼/캐스9은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대중적 기술, 도구가 돼 ‘유전자가위의 민주화’를 열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절단 효소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 많이 알려진 크리스퍼-카스9(Cas9‧왼쪽)은 이중가닥 DNA를 절단하는 반면, 크리스퍼-카스13(Cas13)은 단일가닥 RNA를 절단하는 등 종류에 따라 교정하고자 하는 표적이 다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절단 효소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 많이 알려진 크리스퍼-카스9(Cas9‧왼쪽)은 이중가닥 DNA를 절단하는 반면, 크리스퍼-카스13(Cas13)은 단일가닥 RNA를 절단하는 등 종류에 따라 교정하고자 하는 표적이 다르다.

크리스퍼라는 염기서열을 처음 발견한 학자도 있다. 크리스퍼는 원래 대장균의 게놈에 존재하던 특이한 상보적 염기서열이었다. 예를 들어 단어라면 ‘가나다’ 다음에 ‘다나가’가 나오는 식이어서 서로 결합할 수 있는 서열이었다(회문구조). 소우 이시노 일본 오사카대 교수가 1987년 처음 발견했다.

 

이후 덴마크 연구자들이 유산균을 연구하다 이 서열 속의 일부 염기서열이 바이러스의 서열이며, 이는 세균이 지닌 바이러스 면역 시스템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세균이 그 서열 일부를 게놈에 포함시켜 기억하다 나중에 다시 침입하면 자르는 방법으로 면역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교수, 식스니스 교수가 발견하고 메커니즘을 밝힌 Cas9은 바로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 크리스퍼 자체를 발견한 연구자들 역시 이번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수상은 철저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발명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이다.


그 외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인간이나 동물, 식물 세포 등 진핵생물에 적용해 실질적인 치료와 농작물 개량에 응용할 길을 연 장펑 미국 브로드연구소 교수와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선임연구위원도 수상에서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응용할 길을 튼 과학자들로 추후 크리스퍼 분야에서 추가 노벨상이 나올 경우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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