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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 Y염색체 밀려난 네안데르탈인 남성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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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 Y염색체 밀려난 네안데르탈인 남성 유전자

2020.10.02 06:00
독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 분석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의 복원도다. 스미소니언박물관 제공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인의 복원도다. 스미소니언박물관 제공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가까운 친척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위 사진)은 현생인류보다 흉곽이 넓고 근육질을 지닌 모습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는 근접전을 통한 사냥 과정에서 입은 듯한 상처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이 친척인류가 육탄전에 단련된 강인한 체구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런 네안데르탈인 남성과 현생인류 남성 사이의 경쟁에서 궁극적인 승리는 현생인류가 거둔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성 염색체(Y염색체)를 정밀하게 분석한 첫 연구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가 최소 10만 년 전 이전에 만난 현생인류의 Y염색체로 완전히 대체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현생인류 남성과 네안데르탈인 여성 사이의 이종교배가 이른 시기에 존재했으며, 이 과정에서 태어난 혼혈 남성 자손의 Y염색체가 어떤 이유로 네안데르탈인 남성이 지녔던 Y염색체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지녀 이후 다른 모든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를 바꿨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존 추정보다 이른 시기부터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바깥 진출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도 일찍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져 왔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자넷 켈소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팀은 중국과학원, 프랑스 보르도대, 영국 프란시스크릭연구소팀과 공동으로 네안데르탈인 3명의 Y염색체를 해독해 이를 현생인류 및 또다른 친척인류인 ‘데니소바인’과 비교한 결과 약 10만~35만 년 전에 현생인류 조상이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해 유라시아 대륙의 네안데르탈인과 만났으며, 그 과정에서 남성 후손에게 현생인류의 Y염색체를 집중적으로 남겨 결국 대체시켰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9월 26일자에 발표됐다.

 

2010년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팀은 최초로 네안데르탈인 화석으로부터 파편화된 염기서열 조각을 추출해 게놈 초안을 해독, 분석하는 데 성공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약 8만~4만 년 전 서로 이종교배를 통해 자손을 남겼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류는 게놈 안에 1.5~2%의 네안데르탈인 염기서열을 포함하고 있다. 이후 후속 연구를 통해 인류는 이 시기 외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했으며, 또다른 인류인 데니소바인과도 후손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연구가 이뤄질수록 세 인류 사이의 ‘가계도’가 복잡하게 꼬인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성염색체를 제외한 염색체(상염색체)를 비교해 보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현생인류와 최소 55만 년 전 이전에 분리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만 전해져서 모계 혈통을 짐작하게 해주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팀의 2016년 연구를 보면 초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매우 비슷하고 데니소바인과는 덜 비슷하다. 

 

현생인류(검은선)와 네안데르탈인(파란선), 데니소바인(녹색선)의 계통도다. 굵은 선이 Y염색체이고 가는 선이 미토콘드리아 DNA다. Y염색체 분석 결과를 다룬 이번 논문에 따르면 데니소바인은 다른 두 인류와 약 70만 년 전, 현생인류와 네아네르탈인은 약 37만 년 전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굵은 파란선)는 35만~10만 년 전에 현생인류의 Y염색체에 의해 대체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2016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 사이언스 논문 캡쳐
현생인류(검은선)와 네안데르탈인(파란선), 데니소바인(녹색선)의 계통도다. 굵은 선이 Y염색체이고 가는 선이 미토콘드리아 DNA다. Y염색체 분석 결과를 다룬 이번 논문에 따르면 데니소바인은 다른 두 인류와 약 70만 년 전, 현생인류와 네아네르탈인은 약 37만 년 전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굵은 파란선)는 35만~10만 년 전에 현생인류의 Y염색체에 의해 대체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2016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 사이언스 논문 캡쳐

연구팀은 원래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데니소바인과 더 비슷했지만 약 35만~15만 년 전에 현생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이 만나 이종교배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네안데르탈인에게 전달됐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이어져서 부계 혈통을 추적하게 해주는 Y염색체를 분석하려 했지만, 발견된 남성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매우 적은 데다 그나마 있는 소수의 남성 화석도 오염이 심해 해독과 분석이 어려웠다.

 

이번에 연구팀은 새롭게 제작한 Y염색체 탐지용 DNA 조각(프로브)를 이용해 Y염색체 염기서열 인식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스페인과 벨기에, 러시아에서 발견된 5만~3만 년 전 남성 네안데르탈인 화석 3구와 러시아에서 발견된 13만~6만 년 전 남성 데니소바인 화석 2구에서 Y염색체 서열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Y염색체를 비교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는 현생인류의 Y염색체와 매우 비슷하고 데니소바인과는 비슷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염기서열 변화 정도를 역추적해 현생인류 남성과 네안데르탈인 여성이 35만~10만 년 전에 아프리카 밖에서 만나 이종교배를 했으며, 그 결과 태어난 남성 후손의 Y염색체가 어떤 이유에선가 보다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를 늘려 결국 모든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Y염색체를 대체했다고 밝혔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왼쪽)과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오른쪽).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에게 면역 등 유전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왼쪽)과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오른쪽).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에게 면역 등 유전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다. 인류는 8만~4만 년 전 이전 아프리카 밖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훨씬 이전에도 아프리카 밖에 진출했고,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에게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 및 Y염색체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다만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보면 이 때 아프리카를 빠져나간 인류는 모두 죽어서 자손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에 퍼져 있는 인류는 모두 8만~4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난 인류의 후손이다. 

 

현생인류의 Y염색체가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를 모두 대체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켈 시에럽 덴마크 아르후스대 교수는 같은 날 사이언스에 발표한 해설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인구가 더 적었는데 인구가 적으면 해로운 변이가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며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에 더 해로운 변이가 많아 도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에럽 교수는 “그 외에 현생인류 및 네안데르탈인의 X,Y 염색체가 서로 맞지 않아 남성 네안데르탈인의 생식능력을 떨어뜨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35만~10만 년 전 남성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해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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