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강석기의 과학카페]100억년 뒤 태양계는 어떤 모습일까

통합검색

[강석기의 과학카페]100억년 뒤 태양계는 어떤 모습일까

2020.09.29 15:00
이번 외계 행성 발견으로 100억 년 뒤 태양계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지구는 사라지더라도 목성이나 토성이 백색왜성 태양에 가까이 오면 그 위성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NASA 제공
이번 외계 행성 발견으로 100억 년 뒤 태양계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지구는 사라지더라도 목성이나 토성이 백색왜성 태양에 가까이 오면 그 위성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NASA 제공

수년 전 개명하기 쉽게 법이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바꿨다. 별난 이름은 어릴 때 놀림감이 되기 쉽고 귀여운 이름은 나이가 들수록 어색하다. 부모들이 아기 이름을 지을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오죽하면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라는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과학 분야에도 이름이 부적절해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적색왜성, 갈색왜성, 백색왜성이라는 이름을 살펴보자. 왜성(dwarf)은 크기가 작은 별을 뜻할 것이므로 작은 별을 빛의 색(표면의 색온도)에 따라 이렇게 분류한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실제 위의 추측에 들어맞는 작명은 적색왜성뿐이다. 질량이 태양의 0.08~0.5배인 적색왜성의 중심부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고 있고 표면 온도가 3800K(켈빈. 절대온도 단위로 K=℃+273.15)를 넘지 않는다(참고로 태양의 표면 온도는 5860K다). 적색왜성은 빛이 약해 잘 관측되지는 않지만 수로는 별의 다수를 차지한다.

 

적색왜성보다 덩치가 작은 별(태양 질량의 0.08배 미만)을 가리키는 갈색왜성은 별을 ‘핵융합 반응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고온의 천체’라고 정의할 경우 별이 아니다. 갈색왜성은 질량이 너무 작아 중심부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만한 온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항성(substar) 또는 ‘실패한 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중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만, 중수소 양이 적어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나오는 희미한 별빛도 갈색이 아니다. 

 

백색왜성 역시 엄밀히 말하면 별이 아니라 ‘별의 잔해’다. 중심부에서 더이상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적색왜성과 태양 질량 범위(0.5~8배)인 별의 최후가 바로 백색왜성이다. 다만 적색왜성은 수명이 최소 수백 억 년이라 아직 자연사한 게 없기 때문에 현재 관측되는 백색왜성은 모두 태양 질량 범위 별의 잔해이다. 

 

별은 초기 질량에 따라 삶의 궤적(진화)이 결정된다. 질량이 큰 별(오른쪽)은 핵융합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수명이 짧고 적색초거성을 거쳐 초신성폭발을 일으킨 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을 남긴다. 질량이 작은 별(왼쪽)은 핵융합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 이 가운데 태양 질량 별은 적색거성을 거쳐 외피층은 행성상 성운으로 흩어지고 중심핵은 백색왜성이 된다. 이보다 가볍고 수명이 아주 긴 별인 적색왜성은 수소를 다 태운 뒤 청색왜성을 거쳐 백색왜성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NASA 제공
별은 초기 질량에 따라 삶의 궤적(진화)이 결정된다. 질량이 큰 별(오른쪽)은 핵융합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수명이 짧고 적색초거성을 거쳐 초신성폭발을 일으킨 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을 남긴다. 질량이 작은 별(왼쪽)은 핵융합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 이 가운데 태양 질량 별은 적색거성을 거쳐 외피층은 행성상 성운으로 흩어지고 중심핵은 백색왜성이 된다. 이보다 가볍고 수명이 아주 긴 별인 적색왜성은 수소를 다 태운 뒤 청색왜성을 거쳐 백색왜성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NASA 제공

백색왜성이 막 모습을 드러냈을 때 표면 온도는 10만K에 이르지만 수백억 년에 걸쳐 서서히 식어 결국은 빛을 내지 않는 차가운 흑색왜성이 된다. 따라서 백색왜성은 희미한 파란빛에서 흰빛, 노란빛, 빨간빛 순서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백색왜성은 왜성(난쟁이별)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크기가 대략 지구만하기 때문이다. 다만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 지구 크기면 질량이 태양의 절반에 이른다. 백색왜성이라는 이름이 부적절해 보이는 이유다.

 

별의 잔해라는 범주에서 백색왜성과 묶여 있는 천체가 바로 블랙홀과 중성자별이다. 대략 태양 질량의 30배 이상인 별의 최후가 블랙홀이고 8~30배인 별의 최후가 중성자별이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인기와 비교해볼 때 별의 잔해 가운데 가장 별 볼 일 없는 게 백색왜성 아닐까. 이런 배경에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과는 달리 천체의 특징을 담아내지 못한 이름 탓도 있을 것이다.

 

지구는 50억 년 뒤 사라질 듯

 

태양의 일생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현재 46억 살인 태양은 수소를 절반쯤 태운 상태로 앞으로 50억 년 뒤에는 적색거성으로 바뀌고 행성상성운으로 외피층을 잃은 뒤 약 70억 년 뒤 백색왜성으로 남을 것이다. 100억 년 뒤 백색왜성 태양은 표면 온도가 1만K 밑으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태양의 일생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현재 46억 살인 태양은 수소를 절반쯤 태운 상태로 앞으로 50억 년 뒤에는 적색거성으로 바뀌고 행성상성운으로 외피층을 잃은 뒤 약 70억 년 뒤 백색왜성으로 남을 것이다. 100억 년 뒤 백색왜성 태양은 표면 온도가 1만K 밑으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그럼에도 백색왜성은 우리에게 남다른 존재다. 태양의 최후가 바로 백색왜성이기 때문이다. 약 46억 년 전 수소 분자구름에서 태어난 태양은 모양을 갖춘 뒤 지금까지 중심핵에서 꾸준히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있고 앞으로도 50억 년 가량 더 태울 것이다. 그러나 중심핵의 수소 원자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면 중심핵이 자체 중력으로 수축해 온도가 올라가고 그 결과 중심핵을 둘러싼 껍질에 있는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시작하며 외피층이 급팽창해 적색거성이 된다(표면 온도는 낮아져 붉게 보인다). 

 

중심부가 수축을 계속해 온도가 1억 도를 넘어가면 헬륨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탄소와 산소가 만들어진다. 이때 외피층이 급팽창해 ‘행성상 성운’으로 흩어지고 중심핵만 남는다. 이 과정이 약 20억 년에 걸쳐 일어나므로 대략 70억 년 뒤의 얘기다. 남은 중심핵인 백색왜성은 수백 억 년에 걸쳐 식으며 결국은 흑색왜성이 될 것이다. 따라서 100억 년 뒤 태양은 표면 온도가 지금과 비슷한 백색왜성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 사이 태양계의 식구들은 어떻게 될까.

 

50억 년 뒤 중심핵에서 수소를 소진한 태양이 팽창하기 시작하면 지름이 100배 이상 커져 오늘날 수성과 금성 공전궤도를 넘어서 지구 공전궤도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지구가 적색거성 태양에 잡아먹힐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설사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바로 옆 적색거성 태양의 엄청난 열기에 잿더미가 돼 있을 것이다. 물론 생명체는 진작에 사라진 상태다. 

 

태양에서 꽤 멀찍이 떨어져 있고 자체 질량도 꽤 되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거대행성들은 어떻게 될까. 태양이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바뀌는 사이 목성과 토성의 공전궤도도 꽤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태양과 가까워져 먹히거나 강한 중력의 기조력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 반면 태양과 멀어져 태양계를 벗어날 수도 있다. 

 

백색왜성 도는 목성 크기 행성 발견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는 지구 크기의 1.4배인 백색왜성 주위를 도는 목성 크기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두 천체를 묘사한 상상도로 왼쪽 아래가 백색왜성 WD 1856+534이고 오른쪽 위가 행성이다. NASA 제공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는 지구 크기의 1.4배인 백색왜성 주위를 도는 목성 크기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두 천체를 묘사한 상상도로 왼쪽 아래가 백색왜성 WD 1856+534이고 오른쪽 위가 행성이다. NASA 제공

학술지 ‘네이처’ 9월 17일자에는 백색왜성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 관측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지금까지 외계 행성 4000여 개가 발견됐지만, 백색왜성에 속한 행성은 최초다. 지구에서 불과 82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백색왜성 ‘WD 1856+534’(이하 1856) 주위를 목성 크기의 행성(WD 1856+1856b로 명명. 이하 1856b)이 1.4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1856은 지름이 지구의 1.4배로 추정되므로 행성 지름이 7배나 더 큰 셈이다. 물론 질량은 1856이 태양의 절반으로 기껏해야 목성의 14배인 행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856의 표면 온도는 4710K로 백색왜성이 된 지 59억 년쯤 지난 것으로 계산됐다. 태양보다 약간 더 큰 별이 수십 억 년에 걸쳐 수소 핵융합 반응을 하고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59억 년 전 백색왜성이 된 뒤 서서히 식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1856b는 대표적인 외계 행성 발견 방법인 통과법으로 찾았다.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면(일식) 가리는 면적에 비례해 어두워지듯이 행성이 항성을 가리면 별빛이 줄어든다. 보통은 항성이 행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감소 폭은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1856b는 1856보다 훨씬 커 별빛이 최대 56%나 줄었다. 공전궤도면과 관측선의 각도가 좀 더 작았다면 100% 가렸을 것이다.

 

이처럼 통과법은 백색왜성의 행성을 찾는데 효과적인 방법처럼 보이지만 이제야 처음 발견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백색왜성이 워낙 작아 빛이 미미한 데다 행성이 가리는 시간도 짧기 때문이다. WD 1856b도 백색왜성 앞을 통과하는 시간이 8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관측 간격이 이보다 넓으면 눈치채지 못한다.

 

한편 공전주기가 1.4일에 불과하다는 건 공전 거리가 무척 짧다는 뜻이다. 실제 두 천체의 거리는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2%에 불과하고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 사이 거리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1856이 나이 드는 사이 1856b의 공전궤도 역시 큰 변화를 겪었고 그럼에도 온전히 살아남았음을 의미한다. 

 

1856이 적색거성으로 엄청나게 부풀어 오르고 외피층이 행성상성운으로 흩어졌을 때도 피해를 보지 않았을 거리에 있던 행성이 그 뒤 중심에 남은 백색왜성 쪽으로 다가가 지금의 궤도에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1856b 말고도 여러 행성이 살아 남았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궤도를 크게 바꾸어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추가 관측을 통해 또 다른 행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쉽게도 1856의 빛이 너무 약하고 스펙트럼 정보도 부족해 1856b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공전주기 등을 고려했을 때 대략 목성 크기이고 질량은 목성의 14배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 천체가 작은 갈색왜성(질량의 하한선이 목성의 13배)일 수도 있지만, 쌍성계에서는 질량이 적어도 목성의 50배는 돼야 하므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백색왜성 행성과 생명체

 

백색왜성 WD 1856+534와 목성 크기 행성의 거리는 태양과 지구 거리의 2%에 불과하다. WD 1856+534는 적색거성일 때 반지름이 태양과 지구 거리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인다(위). 태양과 지구, WD 1856+534, 목성 크기 행성의 크기를 비교했다(아래). 네이처 제공
백색왜성 WD 1856+534와 목성 크기 행성의 거리는 태양과 지구 거리의 2%에 불과하다. WD 1856+534는 적색거성일 때 반지름이 태양과 지구 거리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인다(위). 태양과 지구, WD 1856+534, 목성 크기 행성의 크기를 비교했다(아래). 네이처 제공

그렇다면 1856b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얼핏 생각하면 표면 온도가 4710K나 되는 백색왜성 바로 옆에 있으므로 엄청난 고온일 것 같지만 백색왜성이 워낙 작아 복사열도 미미하다. 연구자들은 1856b의 질량이 작다면 표면 온도가 165K(영하 108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생명체가 살기에는 온도가 너무 낮다. 앞으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올라간다면 1856b에 대한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흥미로운 언급을 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이 정도 질량의 행성이 백색왜성에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면 강한 중력의 기조력에 찢기고 파편은 먹혀 사라져야 하는데 멀쩡하게 살아남아 공전하고 있다는 건 백색왜성에 지구형 행성도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백색왜성의 행성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워싱턴대 천문학과 에릭 아골 교수는 지난 2011년 학술지 ‘천체물리저널레터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백색왜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조건을 제시했다. 태양 질량의 0.4~0.9배이고 표면 온도가 1만K 미만인 백색왜성 주위를 지구형 행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0.5~2% 거리로 공전할 경우 액체인 물이 존재할 수 있고 이 상태가 적어도 30억 년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0억 년 뒤 태양계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지구는 벌써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목성(또는 토성)은 살아남아 1856b처럼 백색왜성 태양 가까이 돌고 있다. 백색왜성 태양의 표면 온도와 거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목성의 위성 유로파(또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 놀랍게도 여기에는 인류도 포함돼 있다. 

 

이삼십 억 년 뒤 태양의 복사열이 너무 강해져 지구가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르자 인류는 유로파와 타이탄에 이주할 사람들을 뽑아 보낼 것이다. 위성에 도착해 타임캡슐에서 잠든 채 수십 억 년을 보낸 사람들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됐다는 우주선 센서의 신호에 깨어나 백색위성 태양 옆 유로파(또는 타이탄)에서 두 번째 지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나리오로 SF영화를 만들면 꽤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