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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기인 육성, 경력단절 넘어 리더십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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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기인 육성, 경력단절 넘어 리더십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 놔야"

2020.09.09 07:51
제167회 한림원탁토론회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이달 8일 열린 167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이달 8일 열린 167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여성 과학기술인의 체계적 양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경력단절 문제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급 연구자로 키우는 '성장 사다리'를 놓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달 8일 온라인으로 열린 167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아 “여성과기인 육성에 관한 법률이 2002년 통과됐고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정부 부처에서 보이는 여성 대표성과 달리 과학계는 여전히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부러진 성장사다리, 닮고 싶은 여성과학기술리더가 있는가'를 주제로 열렸다.

 

김 교수는 우선 정부 부처에서는 여성 비율을 상당히 높였지만 과학계는 여전히 그렇지 않다 비교 자료를 제시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의 위촉직은 특정 성별이 60% 이상을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2017년 여성의 위촉직 비율 40%를 넘기면서 이를 달성했다. 하지만 2018년 마무리된 3차 여성과기인 육성계획에서 제시했던 목표인 여성과기인 연구책임자 비율 15%는 한참 못 미치는 10.2%로 달성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3차 계획은 성장 사다리와 관련한 중견 및 리더급 비율 목표가 많았는데 이들도 목표보다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여성 과기인 문제를 단순히 경력단절 문제로 한정하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여성과기인 문제를 파이프라인 누수를 막는다고 해서 과학계에 들어왔다 이탈하는 문제로 봐 왔다”며 “이렇게 되면 단순히 경력을 이어주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대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 사다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여성이 리더십을 가지고 발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그걸 뒷받침하는 제도적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력이 늘어날수록 여성과학인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공계 자연계열 대학생 중 여성은 49%, 공학계열 대학생 중 여성은 21.7%다. 하지만 재직자 신규채용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8.9%로 줄어든다. 승진자 중 여성의 비율은 17.4%로 더욱 줄어든다.

 

경력단계별로 보면 성장사다리가 부러진 것이 더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공계 대학 전임강사의 경력단계별 현황을 보면 채용단계에서 정규직 중 여성 비율은 22.4%지만 비정규직은 33.6%로 늘어난다. 승진에서도 조교수 승진 중 여성 비율은 26.5%, 부교수에선 27.1%지만 정교수에선 14.4%로 떨어진다. 보직에서도 학과장을 맡는 비중은 17%, 부속기관장은 15.5%, 학장이나 대학원장을 맡는 경우는 11.9%, 실장이나 처장을 맡는 비중은 10%로 점점 줄어든다.

 

공공연구기관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비슷하게 일어난다. 채용단계 정규직 중 여성 비중은 31.9%, 비정규직 중 비율은 43%다. 직급별로 보면 연구원급 중 여성 비율은 36.7%, 선임연구원급은 20.6%, 책임연구원은 7.7%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팀장급 중간관리자는 11.2%에 불과하고 임원급 이상 최상급관리자는 8.6%에 머무른다. 김 교수는 “민간연구기관도 공공연구기관과 비슷하다”며 “많은 여성이 이공계에서 졸업하지만 실제로 가는 직장에서 보면 직급이 부족해질수록 여성이 부족해지는 통계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성은 대형연구과제를 맡는 경우도 적고 과제 규모도 차이가 나는 문제도 크다. 김 교수는 “대형연구과제 여성책임자 비율은 2017년 8.8%”라며 “연구재단 자료를 정리한 신용현 전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남성연구책임자 과제 규모가 여성의 평균 3배인데 비율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 김 교수는 올해 미국 3개 한림원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주목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는 연방이 지원하는 수혜기관은 성과 인종 등 다양성에 대한 평등 감사를 실시하도록 제언했다”며 “또 수월성을 전제로 연구비가 골고루 배분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국내 여성과학기술인도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여성과학기술인총연합회는 올해 6월 한림원과 함께 산학연 중견급 이상 여성과기인들을 모아 성장사다리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교수는 “나온 논의를 정리하면 성장사다리를 아래와 위 모두 확대하고 지원하는 방향과 리더활동 촉진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문화확산과 정책기반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신진연구자 지원, 연구장비 및 시설 운영 기술직 직업군화, 육아휴직 대체인력 제도개선 등이 제안됐다.

 

마련된 정책이 잘 적용되는지 지켜보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임신출산기 여성교원 지원을 위한 강의 면제나 책임시수 감면 등의 조치가 대학에서 점차 정착하고 있다”며 “하지만 제도가 있는것과 운영은 다른 만큼 실제 학과에서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재단에서 2018년 여성과기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기간 연장제도를 운영하도록 했으나 대학에서는 실제로 시행한 곳이 없었다는 것도 사례로 들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계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번 토론회가 167회 한림원탁토론회라고 하는데 여성과학기술인력과 관련한 논의는 총 4번밖에 없었다”며 “이 문제가 지금에야 토론회 형태로 지적된다는 게 주제가 잘 안다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차 여성과기인육성 기본계획이 진행중인데 가장 달성이 안되고 답답한 부분이 성장 사다리”라며 “여성과기인 정책방향이 경력만 이어주고 알아서 해라가 아닌 인재인 만큼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애리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은 이날 한국연구재단의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문 본부장은 "향후 10년 내 과학기술 인력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견된 상황에서 여성 과기인 양성 및 활용 확대를 위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김상건 동국대 약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 박문정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조현숙 전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 이영옥 한국전력기술 인력개발원 교수,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이사 등이 참여했다.

 

한민구 한림원 원장은 “정부가 육성계획을 통해 여성 이공계 진학률을 높이고 경제활동 유입을 확대하는 등 어느정도 성과 이뤘지만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 지속적인 남녀 격차 발생하고 있다"며 "과학기술계 및 산업계에는 여전히 여성 인재 비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여성과학기술인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문화 확산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전략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과기한림원에서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주도로 추진 중인 ‘여성과학기술인 성장사다리 강화 방안' 정책연구의 일환으로 열렸다. 토론회의 논의내용을 반영하여 연내 연구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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