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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피, 뇌졸중을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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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피, 뇌졸중을 치료했다

2020.08.28 07:00
건강한 이의 피가 뇌졸중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동물 실험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건강한 이의 피가 뇌졸중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동물 실험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젊고 건강한 사람의 피로 아픈 사람을 낫게 하거나 병을 예방하는 '수혈 치료'가 뇌졸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런쉐팡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신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뇌졸중을 일으킨 쥐에 건강한 쥐의 피를 수혈했더니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이달 25일 공개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며 뇌 기능이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수 시간 내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뇌가 손상될 뿐 아니라 전신 염증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연구팀은 쥐의 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킨 뒤 6~7시간 더 지나 뇌졸중에 걸린 적 없는 건강한 쥐의 피를 수혈했다. 그랬더니 뇌 조직을 파괴하는 단백질분해효소 ‘MMP-9’의 혈중 농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MMP-9는 손상된 뇌 부위에 백혈구가 과도하게 모이며 방출하는 물질이다. 또 염증과 관련된 단백질과 면역세포 수 또한 줄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현재까지 승인한 뇌졸중 치료는 혈전 용해제를 3시간 내로 투여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번 연구는 비록 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이지만 수혈을 하면 7시간이 지난 뒤에도 뇌졸중을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런 교수는 “뇌졸중이 일어난 후 발생하는 면역 반응을 바꾸는 것”이라며 “혈액 기반 치료법이 노화와 신경 퇴행성 질환과 싸우는 치료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고 건강한 이의 피를 노화나 치매 치료제로 쓴다는 개념은 2005년 부부 사이인 마이클 콘보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이리나 콘보이 교수팀이 처음 제안했다. 젊은 쥐와 늙은 쥐 혈관을 연결했더니 늙은 쥐의 근육과 간, 심장 세포가 회복된 것이다. 치매 연구는 숫자가 적지만 임상 연구까지 진행됐다. 토니 위스코레이 스탠퍼드대 교수팀은 2017년 알츠하이머 환자 18명에게 청년 혈장을 수혈하는 임상 실험을 진행했더니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준비할 정도로 일상생활 능력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잇따르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젊은이의 피가 회춘의 영약처럼 꼽히기도 했다. 미국 스타트업 ‘앰브로시아’는 2018년 건강한 청년 혈액을 공급받아 35세 이상 참가자에게 혈장 1리터당 8000달러를 받고 수혈하는 사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FDA는 수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자 급기야 지난해 “젊은이의 혈장을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임상에서 입증된 바 없다”며 이례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혈장을 대량 주입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나거나 수혈을 통한 감염 등 치명적인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FDA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인간의 대규모 혈액 교환은 극히 일부의 악성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증상 완화를 위해 투여한 사례가 전부다. 

 

과학자들은 최근 단순히 '젊은 피'를 주입하는 것보다 혈액에 들어 있는 노화나 치매에 관련된 성분만 추출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위스코레이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하면 사람의 나이를 예측할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콘보이 부부 교수팀은 올 6월 늙은 생쥐의 혈장 속의 낡은 단백질을 새것으로만 바꿔줘도 젊은 피를 수혈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에이징’에 공개했다. 이리나 콘보이 교수는 “꼭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한 건 아니다”며 “늙은 피를 희석하고 노후한 단백질만 바꿔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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