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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오줌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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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오줌의 재발견

2020.08.25 16:04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얼마 전 이상한 기사를 읽었다. 대마초를 피워 실형(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한 연예인이 집행유예 기간 불시 소변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음에도 혐의없음으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모발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죄가 있는 사람을 풀어줘도 문제지만 죄가 없는 사람을 유죄로 만드는 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두 검사의 결과가 다를 경우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리는 건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이 논란이 된 건 과거 이런 사례에서는 투약을 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모발 검사가 소변 검사보다 감도가 낮아 투약 횟수가 적을 경우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왜 반대가 됐을까.

 

피의자 측은 소변 검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대신 소변 시료를 얻는 과정에서 컵에 변기 물이 묻어 약물에 오염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기 물에 필로폰이 녹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임에도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게 뜻밖이다. 

 

백번 양보해 어떤 과정을 통해 필로폰 가루가 변기 물에 녹아들었다고 쳐도 검사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소변 검사에서 필로폰(메스암페타민)뿐 아니라 그 대사산물인 암페타민도 검출됐기 때문이다. 만일 필로폰 가루가 변기 물에 녹은 것이라면 대사산물인 암페타민까지 나온 건 설명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건 아니라서 그 연예인이 운이 좋았다며 넘어갈 수 있지만 만일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이런 식의 결론(단순 과실)이 나왔다면 피해자 측은 억울해서 밤잠을 설칠 것이다.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지난 7월 학술지 ‘네이처 음식’에 실린 한 논문이 떠올랐다. 소변에 들어있는 음식물의 대사산물을 분석해 그 사람의 식단을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음식물에 들어있는 67가지 영양성분과 소변에 들어있는 46가지 대사산물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했다는 것이다. 맥주가 연상되는 노르스름한 액체에 이토록 많은 성분이 들어있고 이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니 놀랍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왼쪽 맨 위)과 대사산물들의 분자구조다. 메스암페타민은 체내에서 대사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복용한 메스암페타민의 30~54%는 그 자체로 오줌으로 배설되고 10~23%는 첫 번째 대사산물인 암페타민(왼쪽 위에서 두 번째)의 형태로 배설된다. 필로폰을 투약한 사람의 오줌을 분석하면 두 분자가 검출되는 이유다. 위키피디아 제공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왼쪽 맨 위)과 대사산물들의 분자구조다. 메스암페타민은 체내에서 대사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복용한 메스암페타민의 30~54%는 그 자체로 오줌으로 배설되고 10~23%는 첫 번째 대사산물인 암페타민(왼쪽 위에서 두 번째)의 형태로 배설된다. 필로폰을 투약한 사람의 오줌을 분석하면 두 분자가 검출되는 이유다. 위키피디아 제공

 

소변 내 음식 대사산물 46종 분석

 

인체가 유지되려면 들어온 만큼 나가야 한다. 음식이 들어와 대사되고 남은 찌꺼기가 배설물로 나간다. 땀은 물론 날숨(이산화탄소)으로도 배설물이 나가지만 주된 통로는 똥과 오줌이다. 우리는 매일 평균 1.4리터의 소변을 보는데, 물이 91~96%를 차지한다. 겉모습뿐 아니라 물의 구성비도 맥주와 비슷한 셈이다. 다만 맥주에서는 알코올(에탄올)이 4~5%를 차지하지만 오줌에서는 단백질 대사 산물인 요소와 미네랄인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이 주성분이다. 

 

오줌 속에는 이 밖에도 수많은 대사산물이 들어있는데,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종류와 상대적인 양이 다르다. 예를 들어 술을 먹은 날 소변에는 에탄올과 함께 그 대사산물인 에틸글루커로나이드(ethyl glucuronide)와 아세톤이 들어있다. 

 

소변에 들어있는 음식 대사산물로는 각종 아미노산과 숙신산, 구연산은 물론 지방산도 포함돼 있다. 이런 물질들은 엄밀히 말하면 노폐물이 아니지만 신장에서 혈액을 거르는 동적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변으로 배출되는 영양성분이다. 그 결과 하루에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열량은 평균 78칼로리에 이른다. 대변으로 손실되는 열량이 평균 175칼로리이므로 우리가 섭취한 열량의 10% 이상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똥오줌에 실려 몸 밖으로 나가는 셈이다.

 

런던대가 주축이 된 영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NMR(핵자기공명) 분석법을 이용해 소변에 포함된 음식의 대사산물을 한 번에 분석해 식단을 추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오늘날 만연한 만성질환의 주요인이 잘못된 식습관임에도 식단을 묻는 설문만으로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따라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사에게 혼날까봐 술을 마시고도 안 마셨다고 답하면 그냥 넘어가기 마련이다.

 

연구자들은 음식에 들어있는 모든 영양성분인 영양체(nutriome)의 체내 대사과정 데이터를 통합해 소변에 들어있는 모든 대사체(metabolome)와 연결했다. 그 결과 분석할 수 있는 67가지 영양성분과 46가지 대사산물 사이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앞서 예로 든 술의 영양성분인 에탄올과 소변 내 대사산물인 에탄올(대사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온 것)과 에틸글루커로나이드, 아세톤이 양(+)의 관계를 이루는 식이다.

 

의사가 육류(소고기/돼지고기)는 되도록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조언을 했다고 하자. 환자는 의사의 말을 잘 따르고 있다고 했는데 막상 소변의 대사체 수치를 보니 육류의 대사산물인 아세틸카르니틴(O-acethylcarnitine)과 카르니틴의 수치는 높고 채소를 많이 먹을 때 만들어지는 메틸시스테인설폭사이드(S-methylcysteine sulfoxide)와 히푸레이트(hippurate)의 수치가 낮다면 역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럴 때 데이터를 제시하며 “아직 부족하니 더 노력하자”며 바른길로 이끌 수 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NMR로 소변 내 음식 대사산물을 분석하는데 5분밖에 안 걸린다”며 “소변 대사체가 영양과 건강의 관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식의 영양성분(세로축)과 소변의 대사산물(가로축)의 개별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지도로 빨간색은 양의 관계, 파란색은 음의 관계다. 소변의 대사체를 분석해 이 관계를 적용하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네이처 음식′ 제공
음식의 영양성분(세로축)과 소변의 대사산물(가로축)의 개별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지도로 빨간색은 양의 관계, 파란색은 음의 관계다. 소변의 대사체를 분석해 이 관계를 적용하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네이처 음식' 제공

내 소변은 몇 점일까

 

런던대 연구자들은 같은 학술지 6월호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에서 소변의 대사체를 분석해 이를 점수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소변의 대사체를 분석해 수치화한 식이대사형점수(dietary metabotype score. 줄여서 DMS)를 만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식단1을 먹었을 때 DMS는 +1이고 25%만 따르는 식단4를 먹었을 때는 DMS가 –1로 되게 각 대사산물의 계수를 맞췄다. 물론 이 값은 통계적인 평균으로 똑같은 식사를 해도 개인에 따라 음식 성분별 대사율이 달라 소변에서 측정한 DMS도 다를 것이다. 

 

연구자들은 DMS가 정말 식단을 제대로 반영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네 가지 식단을 3일씩 주면서 소변의 DMS를 조사했다. 식단1과 식단2(WHO 지침을 75% 따름), 식단3(WHO 지침을 50% 따름), 식단4다. 예를 들어 하루 섭취하는 과일과 채소의 양은 식단1에서 식단4로 갈수록 줄어들고 당분과 지방의 양은 늘어나는 식이다.

 

참가자들은 평소대로 먹었을 때 DMS가 제각각이었지만 실험에 참가해 식단1로 바꾸자 DMS 차이가 크게 줄면서 대체로 올라갔다. 반면 평소대로 먹다가 식단4로 바꾸자 DMS 차이가 크게 줄면서 대체로 내려갔다. 개인차가 존재함에도 음식의 질이 소변의 대사체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적이고 꽤 큼을 알 수 있는 결과다.

 

고대 그리스 의사들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소변 시료를 담을 플라스크를 갖고 다녔다고 한다. 소변의 색과 투명도, 냄새, 맛, 거품 정도는 몸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서기 1세기에 활약한 의사 카파도키아의 아레테우스는 오줌의 맛이 달짝지근한 게 주요 특징인 대사질환에 ‘당뇨병(diabetes)’이라는 병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동양의학에서도 오줌은 중요한 진단 지표로 쓰였다.

 

물론 현대의학에서도 소변 검사가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데 쓰이고 있지만 소변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어 소변의 감각 정보를 적극 활용한 옛 의사들에 비해 퇴보한 느낌도 있다. 이번에 연구자들이 개발한, NMR을 이용한 소변 대사체 분석법은 소변이 건강을 들여다보는 창이라고 믿었던 옛 의사들의 믿음을 현대과학으로 재현하는 첫 발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 런던대 연구자들은 소변의 대사체를 분석해 수치화한 식이대사형점수(DMS)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평소 식단이 제각각이라 DMS 값도 넓게 분포하지만 WHO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양질의 식단을 제공받자 상향평준화됐다(왼쪽). 반면 지침을 외면한 질 낮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하향평준화됐다(오른쪽). DMS가 식단의 질을 평가하는 유용한 지표라는 말이다. ′네이처 음식′ 제공
영국 런던대 연구자들은 소변의 대사체를 분석해 수치화한 식이대사형점수(DMS)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평소 식단이 제각각이라 DMS 값도 넓게 분포하지만 WHO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양질의 식단을 제공받자 상향평준화됐다(왼쪽). 반면 지침을 외면한 질 낮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하향평준화됐다(오른쪽). DMS가 식단의 질을 평가하는 유용한 지표라는 말이다. '네이처 음식'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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