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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거친 삶의 바다에서 마음 근육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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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거친 삶의 바다에서 마음 근육 키우기

2020.07.11 09:00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삶은 거친 바다와 같아서 어제까지 잔잔하다가도 오늘 갑자기 실패를 맛보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실을 경험하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끔찍한 사건에 간접적인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는 등 살아있는 한 우리는 다양한 풍랑을 만나게 된다. 다만 주어진 환경이나 성격, 본인의 사고방식 등에 따라 사람마다 반응하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회복이 힘겨운 사람이 있다. 


흔히 멘탈이 강하다고 하는 이런 특성은 물론 환경이나 타고난 성격의 영향도 크게 받지만, 다행히도 ‘생활 습관’ 의 영역에 가까운 평소의 사고방식이나 일상적인 활동들의 영향 또한 크게 받는다. 즉 회복 탄력성은 ‘근육’과 같아서 타고난 체격의 영향도 받지만 그 근육을 꾸준히 사용하고 발달시키는 사람의 영향 또한 크게 받는다. 


운동도 아무거나 막 한다고 해서 근육이 발달하지 않는 것처럼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데에도 알아두면 좋은 가이드라인이 있다. 미국 심리학회(APA)에 의하면 다수의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우리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우선 첫번째는 관계를 만드는 것(build connections)이다. 힘든 일이 닥쳐올 때면 우리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고 아무도 나의 힘듦을 몰라주는 것 같다는 고립감을 느끼곤 한다. 가뜩이나 힘든데 여기에 더해 기댈 사람이 없다는 단절감까지 느끼는 바람에 더 희망을 잃고 싸우길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 적어도 한 두명 마음을 털어놓고 기댈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며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이 힘들 때 우리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트라우마가 되는 큰 충격을 받았을 때면 혼자 고립되어 있기 보다 애써 친구와 전화 통화라도 하고 식사라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서포트 그룹을 만들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혼자라면 싸워볼 엄두도 내지 않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며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 무시무시하게 강해질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우리의 감정은 기본적으로 누가 “그랬구나. 힘들었구나” 하고 알아주기만 해도 사그라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심각한 질병, 실직, 상실 등 충격적인 일을 겪었을 때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이후 삶의 의지를 비롯해서 회복하는 속도에 큰 차이가 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두 번째는 셀프 케어(self-care)다. 부모가 어린 아이를 돌보듯 내가 미숙한 나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이다. 트라우마나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이 마음에 한정되면 좋겠지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처럼) 정신적 충격은 몸에도 상처를 남긴다. 따라서 힘들 때일수록 잘 먹고 잘 자고 적절한 신체적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을 하거나 종교활동, 일기 쓰기, 살면서 감사했던 일이나 기뻤던 기억들 떠올려보기 같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활동도 좋다. 당장의 힘든 감정을 지우겠다고 술에 빠지거나 애먼 곳이 화풀이를 하고 다니거나 또는 자포자기하는 등의 자기 파괴적 행동들은 피해보자. 

 

세 번째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의미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사람들이 살면서 자신의 삶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행복할 때”이다. 따라서 소중한 사람들 또는 강아지, 고양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작품에 빠져보는 등 “내가 이것 때문에 살지”라는 벅찬 느낌을 절로 불어넣어주는 활동들을 한 두 가지 알아두도록 하자.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또 한 가지 방법은 바로 ‘남을 돕는 것’이다. 해봤다면 알겠지만 우울하고 인생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의 지갑을 찾아주거나 자리를 양보하는 등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돕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급격히 기분이 들뜨곤 한다. 친구에게 재치있는 선물을 줘서 감동을 전하면 그 배로 더 뿌듯한 마음이 내게 돌아오기도 한다. 자존감 즉 ‘자기 가치감’은 사회적 동물에게 있어 곧 쓸모있음감(내가 남에게 쓸모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느낌)과도 직결되어 있다. 때문에 누군가 나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아직 필요로 여겨지는 사람이라는 느낌과 함께 자존감이 상승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만약 의미를 찾고 자시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 “오늘 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 한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새로나온 노래 듣기,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 사오기 같은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내가 해낸 것이 있다면 뭐가 되었든 내가 해낸 것으로 순순히 인정하도록 하자. 


나의 경우 심한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뒷 산에 나가서 30분 산책하고 와서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 나의 메인 시스템들이 고장나서 작동하기를 거부하는 상태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사실 인간승리다. 많은 사람들이 해낸다고 해서 대단한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인간인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내가 애썼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자. 


또 나의 성취들이 평범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삶은 곧 시간이요 그 시간의 대부분을 채우는 것은 어차피 숨 쉬고 잠깐 TV 보다가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하는 평범한 순간들이다.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매 순간이 특별하기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현재는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평범하다며 실망하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10년 전 오늘 내가 들었던 음악, 친구와 함께 나누었던 대화, 그 때 했던 생각 같은 사소한 것들이 내 삶의 작지만 중요한 한 조각으로 남는 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마음 근육 운동법들을 보면 대체로 생활 습관 같이 사소한 것들이다. 건강한 마음 근육은 어느 날 큰 깨달음에 의해 급 형성되기 보다 평소 어떤 건강한 생각을 먹고 건강한 활동을 해왔느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방법들이 사소하다는 사실은 사소한만큼 더 쉽게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주기도 한다. 

 

※참고자료

APA. Building your resilience. https://www.apa.org/topics/resilience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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