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코로나19 변이로 전파력 정말 높아졌나…전문가들 "감염력 높아져도 사람간 전파력 증가는 미지수"

통합검색

코로나19 변이로 전파력 정말 높아졌나…전문가들 "감염력 높아져도 사람간 전파력 증가는 미지수"

2020.07.08 16:41
"변종 아닌 이미 널리 알려진 변이" 과도한 우려보다는 치료제 백신 연구 정교화 기회로" 지적도
코로나19 환자 가득찬 브라질 병원 집중치료실. 최근 유럽과 미국, 남미 등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 때문에 감염력과 전파력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감염력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파력은 차이가 적을 수 있는 만큼 차분히 연구를 기다려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EPA=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환자 가득찬 브라질 병원 집중치료실. 최근 유럽과 미국, 남미 등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 때문에 감염력과 전파력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감염력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파력은 차이가 적을 수 있는 만큼 차분히 연구를 기다려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EPA=연합뉴스 제공

해외 연구팀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특정 염기서열 변이가 감염력 차이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뒤, 국내에서는 “전파력이 높아진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때마침 “국내 환자의 검체 500여 개의 염기서열을 해독한 결과 이 가운데 300여 개가 문제의 변이를 지닌 계통으로 확인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보다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 등 일부 제약사는 8일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에 더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변이 공포’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 세포실험에서 바이러스의 인체세포 감염 또는 침투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일 뿐, 이것이 실제로 개인간의 바이러스 ‘전파’를 늘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는 반론도 있다. 역학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는 1.2배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는 연구도 있다. 많은 환자를 낸 유럽과 미국은 이미 이 변이를 지닌 계통의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고 있고 연구도 상당수가 사실상 이 변이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이 계통의 바이러스를 강조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변이 정보는 구조 연구를 통해 저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을 정교하게 개발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변이는 약 3만 개로 이뤄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염기서열(RNA) 가운데 2만3402~2만3404번 염기에 발생한 변이다.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입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돌기 단백질 ‘스파이크’의 614번 아미노산을 아스파트산(D)에서 글리신(G)로 바꿨다.


이 변이는 이미 1~2월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3월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급격히 증가해 현재는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주류’가 됐다. 2일 미국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와 영국 셰필드대 의대 연구팀은 이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G614)와 변이를 지니지 않은 바이러스(D614)에 각각 감염된 환자의 검체를 채취해 특정 유전자 검출이 얼마나 쉽게 빨리 이뤄지는지를 통해 체내 바이러스량을 역추정했다. 그 결과 변이를 일으킨 G614의 체내 바이러스량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바이러스를 이용해 위험성이 없는 실험용 바이러스 유사체를 만들어 G614 및 D614 스파이크단백질을 붙이고 세포 감염력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G614가 세포 감염력이 최대 2.6~9.3배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구조 연구를 통해 감염력 차이를 가져온 원인을 가설로 제시하기도 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와 임원필 미국 리하이대 교수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에 침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정교한 구조를 당 분자(빨간색)까지 포함해 밝히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제공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와 임원필 미국 리하이대 교수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세포에 침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정교한 구조를 당 분자(빨간색)까지 포함해 밝히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제공

이 연구 결과는 앞서 4월 말 같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확대한 것이다. 또 지난달 12일 최혜련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팀이 G614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를 5배 증가시키고, 이 단백질이 ACE2와 결합할 때 관여하는 부위(S1)의 이탈을 줄여 인체 세포 감염력을 높였다고 주장한 논문과도 비슷한 주장을 담고 있다.

 

●구조적 차이가 감염력 차이 가져올 수 있어...하지만 전파력은 별개 문제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구조생물학계는 변이가 구조 차이를 불러와 감염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감염력과 사람간 전파력은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614번 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존재한다”라며 “하지만 감염력과 전파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게놈 전문가인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도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팀도 논문에서 ‘감염력과 전파력은 동의어가 아니며 변이에 의한 체내 바이러스량 증가가 전파를 증가시키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게놈 데이터가 999개로 적은 데다 전파를 밝히기에는 임상 데이터도 부족해 아직은 전파력이 높다고 확정 지을 과학적 근거가 없다. 추가 연구를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다 많은 게놈을 이용한 연구에서 실제 역학적 차이가 미미하게 나오기도 했다. 김 상무는 “6월 말 영국에서 3만 명의 게놈 데이터를 이용해 그 중 임상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수천 개를 연구한 결과 이 변이에 따른 실제 감염력의 차이는 1.22배 정도라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라며 "이 정도도 충분히 큰 차이지만, 6배나 10배 전파가 빠르다는 주장과는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코로나19 게노믹스UK 컨소시엄(COG-UK)이 6월 25일 공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게놈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G614 변이에 따른 바이러스의 역학적 증가 속도와 기초재생산지수(R0)를 비교한 결과 G614가 증가속도는 1.22배(아래 그래프), R0는 1.16배 높았다. 

 

두 가지 바이러스 변이 계통에 따라 증가율이 어떻게 다른지를 영국 내 63개 계통 약 3만 개 게놈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한 영국 코로나19 게노믹스 컨소시엄(COG-UK)의 6월 말 보고서 일부다. D614(왼쪽)에 비해 G614가 전파 속도 평균(빨간선)이 1.22배 빠른 것으로 측정됐다. 게놈 데이터별 임상 정보를 이용해 계산했고, 그래프 세로축은 연간 증가율로 높을수록 증가속도가 빠른 것이다. COG-UK 보고서 캡쳐
두 가지 바이러스 변이 계통에 따라 증가율이 어떻게 다른지를 영국 내 약 3만 개 게놈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한 영국 코로나19 게노믹스 컨소시엄(COG-UK)의 6월 말 보고서 일부다. 50개 이상의 게놈 시료를 확보한 63개 계통을 대상으로 했다. D614(왼쪽)에 비해 G614가 전파 속도 평균(빨간선)이 1.22배 빠른 것으로 측정됐다. 게놈 데이터별 임상 정보를 이용해 계산했고, 그래프 세로축은 연간 증가율로 높을수록 증가속도가 빠른 것이다. COG-UK 보고서 캡쳐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며 매일 바이러스 변이를 확인하고 있는 비영리국제기구인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나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직 이 변이에 대해 특별히 공식적인 발표를 한 적이 없다. 이 변이는 바이러스의 계통을 확인하기 위해 GISAID가 정한 9개의 ‘마커(표지)’ 중 하나로, 이 변이에 의해 G라는 계통이 생겼다. 이 계통은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빠르게 수가 늘어서 현재 G, GH, GR 세 계통으로 세분화된 상태다. 


하지만 이들 계통을 분류한 기준은 게놈 샘플 수 증가다. 일종의 ‘분가’일 뿐 그 자체로는 감염력 증가 등 기능적 의미나 전파력 증가 등 임상적인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G와 GH, GR 계통이 3월 이후 단기간에 크게 비율이 늘어난 것이 이 바이러스의 감염력과 전파력을 증명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단지 새로운 지역에 건너간 계통이 ‘무주공산’에서 홀로 새롭게 번성하면서 수가 크게 늘어나는 ‘창시자효과’ 때문이라는 반론도 공존한다. 

 

●불확실한 감염력 강조보다는 치료제·백신 개발 위한 구조 차이 연구가 생산적


무엇보다 현재 시점에서 G 계통 바이러스의 '불확실한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공중보건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할지 불분명하다. 만약 감염력과 전파력이 강하다고 증명됐고 현재 해외 유입과 지역감염을 통해 그 수가 크게 늘고 있다면 방역조치를 급히 강화해야 하지만, 현재 방역당국은 바이러스 계통에 따라 방역조치를 바꾼다는 발표를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변이를 치료제나 백신의 효과를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G614 변이는 일찍부터 관찰된 주요한 변이 중 하나라 많은 제약사와 국제기구, 연구소 등에서 변이의 영향을 추적하고 있고, 연구에도 반영하고 있다. 따로 바이러스 계통을 따지지 않더라도, 현재 바이러스 기초연구는 물론 치료제와 백신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이 변이를 지닌 계통이라 이미 많은 연구가 이 변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셀트리온이 8일 "G614에 더 잘 맞는 항체치료제를 개발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다.


김 상무는 “현재 이 변이에 대해 이토록 관심을 갖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무조건적인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크 단백질 614번 아미노산 변이의 두 유형을 비교한 넥스트스트레인의 분석 자료다. D614 유형(녹색)은 초기에 확산하던 유형이다. 이후 유럽을 기점으로 G614 유형(노란색)이 널리 확산했다. 미국에서도 이 유형이 동부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해 지금은 다수가 됐다. 한국은 초기에 D 유형만 보고됐지만, 이태원 사태 등에서 G 유형이 보고되기 시작해 지금은 둘 다 존재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륙에서 G614 유형이 더 많지만, 단지 바이러스 유행이 많다고 해서 감염력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위). 가운데는 약 3만 개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 지도다. 지도 위 삐죽 솟은 부분이 변이 다양성을 표시한 그래프다. 다양한 영역에 변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진한 녹색으로 표시한 S라는 표시 영역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RNA 영역이며, 여기에 솟은 피크가 614번 아미노산 변이다(가운데). 아래는 D와 G614 변이를 계통별로 비교한 계통도다(아래). 넥스트스트레인 화면 캡쳐
스파이크 단백질 614번 아미노산 변이의 두 유형을 비교한 넥스트스트레인의 분석 자료다. D614 유형(녹색)은 초기에 확산하던 유형이다. 이후 유럽을 기점으로 G614 유형(노란색)이 널리 확산했다. 미국에서도 이 유형이 동부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해 지금은 다수가 됐다. 한국은 초기에 D 유형만 보고됐지만, 이태원 사태 등에서 G 유형이 보고되기 시작해 지금은 둘 다 존재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륙에서 G614 유형이 더 많지만, 단지 바이러스 유행이 많다고 해서 감염력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위). 가운데는 약 3만 개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 지도다. 지도 위 삐죽 솟은 부분이 변이 다양성을 표시한 그래프다. 다양한 영역에 변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진한 녹색으로 표시한 S라는 표시 영역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RNA 영역이며, 여기에 솟은 피크가 614번 아미노산 변이다(가운데). 아래는 D와 G614 변이를 계통별로 비교한 계통도다(아래). 넥스트스트레인 화면 캡쳐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0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