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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전 유럽을 공포로 몰고간 흑사병, 지금은 항생제로 치료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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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전 유럽을 공포로 몰고간 흑사병, 지금은 항생제로 치료 가능해져

2020.07.08 17:03
과도한 공포는 금물…방역당국 "국내 위험도 낮아"
의사가 림프절 흑사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진찰 중인 모습이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항생제만 있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미국 CDC 제공
의사가 림프절 흑사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진찰 중인 모습이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항생제만 있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미국 CDC 제공

중국과 몽골에서 쥐를 통해 주로 옮는 감염병인 흑사병 환자가 3명 발생하고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이 지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이은 새로운 감염병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당시엔 치료가 어려운 병이었으나 최근엔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국내 방역당국은 치료제와 치료시스템을 갖춰 대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네이멍구 정부는 이달 7일 기자회견에서 “네이멍구 지역 3곳에서 페스트균이 검출됐고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15명이 자가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선 5일 목축업자 1명이 림프샘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네이멍구에 따르면 환자는 야생동물을 먹거나 동물 사체를 접촉한 적은 없었으나 균이 발견된 지점 근처에서 줄곧 생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멍구 북서쪽 몽골에서도 이달 1일 흑사병 환자 2명이 나왔다. 형제 2명이 설치류의 일종인 마못을 사냥해 고기를 먹은 후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마못을 사냥해 먹은 다른 1명도 흑사병 의심 증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열성 인수공통감염병이다. 페스트균을 갖고 있는 쥐벼룩이 옮긴다. 쥐벼룩을 가진 들쥐나 마멋 등 야생 설치류가 사람에게 옮기거나 쥐를 잡아먹은 고양이가 옮기기도 한다. 주로 설치류가 감염되지만 개나 고양이 등 200종이 넘는 포유류가 감염될 수 있다. 14세기 중세 유럽 전 지역에 수년간 유행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숨지게 한 강력한 전염병이기도 하다.

 

흑사병은 감염 부위에 따라 림프샘 흑사병, 폐 흑사병, 패혈증 흑사병으로 나눈다. 14세기에 유행했던 흑사병이기도 한 림프샘 흑사병이 75% 정도를 차지한다. 흑사병은 잠복기를 거친 후 발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샘 흑사병은 감염된 림프절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고름이 찬다. 패혈성 흑사병은 출혈성 반점이나 혈액 응고가 일어나며 검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 흑사병은 호흡곤란이나 흉통, 기침 등이 나타나고 치료를 받아도 완전히 낫기 힘들다.

 

사람간 감염도 가능하지만 코로나19처럼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림프샘 흑사병 환자의 고름에 접촉하는 경우나 폐 폐스트 환자가 기침하면서 내뿜는 침방울에 노출될 때 사람간 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페스트를 옮기는 세균인 페스트균(왼쪽)과, 페스트균을 쥐나 고양이, 사람에게 옮기는 쥐벼룩(오른쪽). 위키미디어 제공
페스트를 옮기는 세균인 페스트균(왼쪽)과, 페스트균을 쥐나 고양이, 사람에게 옮기는 쥐벼룩(오른쪽). 위키미디어 제공

과거엔 치료가 어려웠으나 최근엔 항생제가 개발돼 빨리 발견만 하면 치료가 가능해졌다.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의 항생제를 쓴다.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어 흑사병과 연관된 지역을 다녀왔거나 한 경우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흑사병은 전 세계에서 간간이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흑사병은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 대륙에서 유행 또는 산발적인 발생이 보고되는 병이다. 가장 최근에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2017년 8월부터 11월까지 2400명의 환자가 발생해 200여 명이 사망한 유행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에서도 2015년 흑사병으로 3명이 사망하는 등 뉴멕시코주, 애리조나주, 콜로라도주 등 미국 서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흑사병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네이멍구와 티베트 등에서 간헐적으로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 환자가 확인된 네이멍구는 흑사병이 풍토병화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흑사병 환자 3명이 발생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쥐벼룩 박멸 작업을 벌였다. 티베트에서는 2008년 흑사병으로 2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중국과 몽골에서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하자 주변국들은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몽골에 인접한 러시아 자치공화국들은 페스트균의 원인으로 지목된 마못의 사냥을 금지했다. 시베리아 투바공화국은 마못 사냥을 금지하며 여행하는 자국민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동물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알타이 공화국도 마못 사냥 금지와 함께 검문소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한국도 중국에서 흑사병이 발생할 때마다 긴장하고 있으나 방역당국은 치료제와 치료방법 등을 갖춰놓아 대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달 6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흑사병은 치료 가능한 병으로 치료제도 있고 치료의 경험이나 프로토콜을 정립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그 위험도도 낮다”며 “코로나19 하에서 다른 감염병의 동시발생으로 인한 위험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흑사병이나 황열 같은 경우는 외국에서 계속해 발생하고 있고 검역법에서 검역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발생하는 즉시 통보돼 검역단계에서 조치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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