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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정이십면체 행성에서 누구도 마주치지 않고 달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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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정이십면체 행성에서 누구도 마주치지 않고 달리는 방법

2020.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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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멀리 멀리 떨어진 어느 정다면체 행성에 매일 열심히 훈련하는 마라토너가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마라토너는 부끄럼이 많아 동네 사람들을 마주치는 걸 싫어한다. 직선으로만 달리는 마라토너가 다른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찾는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정다면체 경로 찾기 ‘사교성 없는 조거’ 문제


“정다면체 행성의 모든 꼭짓점에 집이 있다. 어떤 점에서 출발한 조거(조깅하는 사람)가 다른 집을 하나도 거치지 않고 자기 집까지 직선으로 달릴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구하라.”


이 문제는 지구에서 ‘사교성 없는 조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수학자를 괴롭혀 왔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정다면체의 어느 한 꼭짓점 에서 출발해 다른 어떤 꼭짓점도 지나지 않고 처음 출발한 꼭짓점으로 돌아오는 직선 경로가 있냐는 질문이다. 이런 문제 유형의 역사는 최소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6년 독일 수학자 파울 슈테켈의 논문에 표면 위의 두 점 사이의 최단 경로를 어떻게 찾을지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슈테켈은 입체도형 표면에서의 ‘직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평면에 서의 직선은 생각하기 쉬운데, 굽어 있는 면을 지날 때의 직선, 즉 측지선은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슈테켈이 생각한 방법은 입체도형을 전개도로 펼치는 거였다. 펼친 평면에서 직선을 그리고 다시 접으면 경계를 지나도 기울기가 변하지 않는 직선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었다. 하나의 전개도에 여러 종류의 직선을 그리다 보면 모서리 바깥으로 나가 방향을 바꿔 그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사면체는 그나마 쉽지만 도형이 복잡해질수록 바깥으로 나간 선이 어디로 연결될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아래 그림을 보면서 확인해 보자.
 

 

전개도를 무한히 이어붙인다


한 개의 전개도만으로 다면체에서의 직선(측지선) 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안 수학자들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전개도들을 이어붙이는 것이다. 이어지는 면을 연결해 붙인 평면에서는 전개도에서 방향을 바꿔서 그려야 했던 측지선을 꺾지 않고 그대로 그릴 수 있다.


먼저 정사면체로 생각해보자. 정사면체 전개도를 180도 돌려서 같은 면끼리 붙이면 마름모 모양의 ‘타일’ 이 생긴다. 이 타일은 똑같은 것을 무한히 이어붙여 ‘정사면체 전개도 평면’을 만들 수 있는 최소 단위다. 전개도만 있을 때는 뒤집지 않으면 무한히 이어붙일 수가 없지만 타일은 같은 모양을 계속 연결할 수 있다. 


다른 도형도 마찬가지다. 정육면체는 4개, 정팔 면체는 3개, 정십이면체는 10개, 정이십면체는 6 개의 전개도를 조합하면 무한히 연결할 수 있는 최소 타일이 생긴다. 타일을 이어붙인 평면을 만들었다면 이제 방향을 바꾸지 않고 한 번에 측지선을 그릴 수 있다.


먼저 아래의 정사면체 평면에서 마라토너를 위한 달리기 경로를 찾아볼까? 같은 색깔 점끼리 연결하되 다른 색깔 점을 지나지 않는 측지선을 그리면 된다.

 

정사면체 전개도를 180도 회전해서 붙이면 최소 타일이 생기고, 타일을 계속 연결하면 복잡하고 긴 측지선도 쉽게 그릴 수 있는 평면이 생긴다. 같은 색 점끼리 연결할 때(보라색 선) 항상 다른 색 점을 지난다는 걸 알 수 있다. 빨간 점선과 파란 점선은 63쪽 정사면체 전개도의 측지선을 평면에 그린 것이다. 수학동아DB
정사면체 전개도를 180도 회전해서 붙이면 최소 타일이 생기고, 타일을 계속 연결하면 복잡하고 긴 측지선도 쉽게 그릴 수 있는 평면이 생긴다. 같은 색 점끼리 연결할 때(보라색 선) 항상 다른 색 점을 지난다는 걸 알 수 있다. 빨간 점선과 파란 점선은 수학동아 63쪽 정사면체 전개도의 측지선을 평면에 그린 것이다. 수학동아DB

정사면체 평면을 계속 이어붙이면서 열심히 그려본 사람이라면, 정사면체에는 그런 경로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대충 눈치챘을 거다. 같은 색 꼭짓점으로 가려면 반드시 다른 점을 지날 수밖에 없다. 다른 정다면체도 마찬가지다.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에는 사교성 없는 조거를 위한 달리기 경로가 없다는 게 이미 예전에 밝혀졌다. 문제는 정십이면체였다. 정십이면체에 관한 답은 오래도록 찾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9년 12월 논문 게재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정십이면체에서의 사교성 없는 조거를 위한 경로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논문이 올라왔다. 자야 데브 아트레야 미국 워싱턴대 수학과 교수와 데이비드 올리치노 미국 브루클린칼리지 수학과 교수는 정다면체의 격자 표면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정십이면체에 사교성 없는 조거를 위한 경로가 존재 한다는 걸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알고리듬으로 경로가 정확히 31종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해냈다! 31 가지 중에 가장 간단한 답이 아래 그림이다.

 

 

아트레야 교수는 정십이면체에서만 사교성 없는 조거를 위한 경로가 있는 이유가 정십이면체가 다른 정다면체와 구별되는 기하학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4개 정다면 체는 삼각형, 사각형으로 이뤄져 평면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데 정십이면체는 오각형으로 이뤄져 평면을 빈틈없이 채울 수 없다. 이 점이 다른 결과를 만든 것이다.

 

나머지 30가지 경로가 궁금하다면 아래 파일을 내려받아 확인해 보자.

(☞ 31가지 전개도 평면 파일 다운로드 

 http://userhome.brooklyn.cuny.edu/aulicino/dodecahedron/join_closed_sc_figs.pdf 

 

 

 

※참고자료

-Jayadev S. Athereya and David Aulicino ‘A Trajectory from a Vertex to Itself on the Dodecahedron’,

-Jyadev S. Athereya and David Aulicino ‘Vertex-to-self Trajectories on the Platonic Solids’,

-Jayadev S. Athereya 외 2명 ‘Platonic Solids and high genus covers of lattice surfaces’

 

※관련기사

수학동아 6월호, 찾았다! 정십이면체 표면을 달리는 직선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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