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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코로나19 감염되면 건강보다 주변 비난을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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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코로나19 감염되면 건강보다 주변 비난을 더 걱정"

2020.05.20 22:42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이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이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한국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자신의 건강을 잃을 두려움보다 주변에 피해를 끼치며 비난받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줄어드는 반면 분노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의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이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포럼에서 발표했다. 유 교수는 1월 31일~2월 4일, 2월 25일~28일, 3월 25일~27일, 4월 10일~12일, 5월 13일~15일 등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해 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사태 내내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을 5점 척도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엔 2.61~2.88점으로 응답했으나 코로나19에 걸렸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3.66~3.84로 평가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19가 초래할 심각성이 감염될 가능성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능성은 지역에 따라 주로 차이가 났고 위험성은 자신의 건강에 따라 평가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감염됐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을 물었을 때 국민들은 ‘내 감염으로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33.2%로 가장 높게 꼽았다. 경제 영향과 건강 영향이 각각 25%인 것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 교수는 “민폐가 될까 무섭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메르스와 다르고 한국을 외국과 비교했을 때도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자신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고 때로는 특정 공간을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신체의 아픔보다 주변의 비난과 피해가 훨씬 두려운 상황이 설문조사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유 교수는 “감염병을 향한 차별과 비난은 과거에도 있어 왔으나 코로나19가 이렇게 두려움을 주는 병일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주변에 감염자가 있거나 자가격리를 어긴 이들이 있을지를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리는 상황보다도 무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까 두렵다는 응답은 67.5%,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자가격리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 두렵다는 응답이 62.3%였다. 반면 내가 환자가 될까봐 무섭다는 응답은 54.6%였다.

 

국민들은 언론의 보도에 노출되며 감정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볼 때 어떤 감정을 느끼냐는 질문에 불안이라고 대답한 이들은 50~60% 사이를 유지했다. 반면 분노를 느낀다는 응답은 지난 4달간 8%에서 30%로 껑충 뛰었다. 특히 4월에서 5월 사이 분노라고 답한 이들은 16%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시기 공포를 느꼈다는 대답은 17%에서 오히려 4%로 떨어졌다.

 

유 교수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쏟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충실하게 수칙을 지키는 모집단보다는 이를 벗어난 이들에 대한 보도가 많아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에 따라 혐오를 표현하는 대상도 바뀌었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관련 혐오표현 대상을 보면 첫 설문에선 중국과 중국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성소수자와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벗어난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3의 등교가 시작되는 등 한국사회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지금의 삶이 코로나19 이전을 100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질문에 국민들은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병한 이후인 1월 말엔 58.4라고 답했다. 이는 신천지 사태가 발발한 2월 말엔 48.3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조사인 이달 15일에도 52.7에 머물렀다. 유 교수는 “아직도 국민들의 일상은 처음 측정에 비해 여전히 낮다”며 “더 걱정인 것은 일자리나 월급이 보전됐다는 응답이 절반도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트라우마도 상당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를 설문지로 평가해 분석한 결과 관찰이 필요하지 않은 이들은 6.7%에 불과했다. 반면 관찰이 필요한 이들은 77.3%, 즉각 조치가 필요한 이들도 16%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본인이 느끼든 아니든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낄 거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코로나19가 한국에 기회인지 위기인지를 묻는 질문에 60.4%가 기회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코로나19에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50대는 28.4%가 위기라고 응답한 반면 20대는 50.6%가 위기라고 답했다. 자영업자는 50%, 무급가족종사자는 52.6%가 위기라고 답했고 정규직 근로자는 35.7%만 위기라고 답했다.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이들은 50.7%가 위기라고 진단한 반면 700만 원 이상인 이들은 31.1%만 같은 인식을 가졌다.

 

유 교수는 “집을 보면 마모가 된 곳이 있고 아닌곳이 있듯 코로나19도 일부를 더욱 마모시켰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을 많이 입은 집단으로 주부와 대구경북 지역, 저소득층을 곱았다. 유 교수는 “이들을 어떻게 지지할 것인가가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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