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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어떻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불러온 2차 파도를 막아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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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어떻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불러온 2차 파도를 막아냈나

2020.04.20 18:17
지난달 30일 홍콩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의 테이블과 의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음식점의 경우 테이블당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고, 테이블 간 거리도 1.5m씩 띄우도록 했다. 홍콩 AP=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30일 홍콩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의 테이블과 의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음식점의 경우 테이블당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고, 테이블 간 거리도 1.5m씩 띄우도록 했다. 홍콩 AP=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음 달 5일까지 이어가되 강도를 다소 낮추기로 하며 생활방역 전환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섣부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지역사회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생활방역 이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홍콩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홍콩은 발병 후 42일간 환자 수를 100명 이내로 통제하며 자신감을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으나 환자 수가 한 달 만에 7배로 뛰는 감염 확산이 발생했다. 이에 홍콩이 택한 것은 빠른 국경 닫기와 더욱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우펭 홍콩대 공중보건스쿨 교수 연구팀은 홍콩이 지난 3개월간 코로나19를 확산을 어떻게 막아냈는지를 수치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랜싯 공중보건'에 이달 17일 소개했다.

 

홍콩은 중국 후베이성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발발했을 당시 한국과 함께 전파 위험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였다. 홍콩은 중국과 교역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9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홍콩은 인구 740만의 도시국가로 인구밀도가 높아 집단감염이 발발하면 감염병이 빠르게 퍼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콩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한국보다 사흘 빠른 1월 17일 첫 환자가 발생했고 2월 4일엔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가 됐다.

 

홍콩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경험을 되살렸다. 정부는 1월 28일 공무원들에게 재택근무 명령을 내리는 한편 민간기업에 유연근무를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빠르게 실시했다. 발병 초기 중국 국경은 막지 않았다. 이에 홍콩 시민들과 의료계가 중국을 국경 차단에 나서라며 들고 일어나자 홍콩 정부는 첫 사망자가 발생한 날에 중국 국경을 막고 중국을 거쳐 온 여행객과 홍콩 시민을 2주간 격리 조치했다.

 

그 결과 홍콩은 첫 환자가 나타난 지 42일이 지난 2월 28일까지 확진 환자 수를 96명으로 막으며 코로나19 확산을 조기에 차단한 국가로 분류됐다. 연구팀 분석에서는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평가하는 ‘재생산지수(Rt)’는 2월 동안 1에 가까운 값을 유지하다가 2월 26일에는 0.5까지 떨어졌다. 재생산지수가 1보다 낮으면 감염병이 점차 소멸하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도 감염병 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나서면서 재택근무에 들어갔던 홍콩 공무원 18만 명은 지난달 2일부터 다시 관공서로 출근했다. 민간기업도 재택근무를 해제했고 사람들은 다시 식당이나 공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감염자 수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홍콩의 감염자 수는 한 달만에 7배나 늘어 지난달 31일에는 715명까지 늘었다. 이때는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급격한 전파가 일어났다. 외국 환자가 유입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며 지역사회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결국 지난달 29일에는 하루 신규 환자 수가 82명까지 늘어나며 제2의 물결이 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 시기 재생산지수도 급격히 상승했다. 공무원들이 출근을 시작한 3월 2일부터 3월 6일까지 Rt값은 1.5로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가 퍼져나갈 여건이 갖춰진 것이다.

 

방역에 구멍이 뚫리자 홍콩은 국경을 걸어잠그는 조치를 강화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전보다 훨씬 강화했다. 홍콩은 지난달 19일 입국자 전원을 2주간 격리 조치한 데 이어 25일부터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환승을 중단했다. 전 세계 입국자를 격리 조치한 국가는 홍콩이 최초다. 공무원과 민간기업은 같은 달 23일부터 다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홍콩 정부는 집단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된 가라오케와 나이트클럽, 목욕탕, 헬스장,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2주 휴업을 명령하고 5명 이상이 모이는 것도 금지했다. 이달 2일부터는 홍콩 내 모든 술집과 클럽도 2주일 휴업에 들어갔다.

 

홍콩 정부가 조치를 다시 강화하자 코로나19 확산세는 다시 수그러들었다. 이달 19일 홍콩 누적 확진 환자 수는 1023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신규 환자 수는 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감염병 전파세도 줄어들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Rt 값은 1보다 조금 높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때도 감염을 막아낸 이유로 홍콩의 국경 걸어잠그기와 빠른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시민들의 행동 양식 변화 등 4가지를 지목했다. 특히 사스를 학습한 홍콩 시민들의 의식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2003년 홍콩에서는 사스에 1750명이 감염됐고 29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 사망자 774명 중 약 40%가 홍콩에서 나왔다.

 

시민들의 행동 변화는 연구팀이 홍콩 시민 1000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다. 연구팀은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인 1월 20~23일과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식한 2월 11~14일,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확산하던 3월 10~13일 세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다. 자신을 코로나19에서 지킬 자신감이 있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50.5%였던 응답률은 59.2%, 68%로 점차 높아졌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식이 점차 강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얼마나 지키는지도 조사했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한다는 응답은 처음엔 61.3%에서 90.2%로 높아졌다. 하지만 세 번째에는 85.1%로 다소 떨어졌다. 연구팀은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다는 응답은 74.5%에서 97.5%, 98.8%로 계속해 높아졌고, 손을 씻는다는 응답도 71.1%에서 92.5%, 93%로 올랐다. 감염병 확산을 막는 기본적인 조치는 철저하게 지킨 것이다.

 

연구팀은 휴교를 이어간 것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홍콩은 2월 3일 학교 문을 닫은 후 조치가 완화됐을 때도 학교 문을 열지 않으며 휴교를 이어갔다. 비교 대상이 없어 휴교에 따른 코로나19의 전파 감소 정도를 계산할 수 없기에 연구팀은 대신 독감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2월 한달 동안 인플루엔자로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의 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신종플루가 대유행했을 때도 홍콩은 학교를 닫았으나 당시 감소율은 10%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둘을 비교할 수는 없으나 휴교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병행한 것이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데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 평가했다. 홍콩은 이달 20일까지는 휴교가 확정된 상태로 휴교가 이어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 1저자인 벤자민 카울링 홍콩대 교수는 이달 18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홍콩은 국경을 잠그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같은 조치를 빠르게 행하며 중국과 미국 및 서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매우 파괴적인 조치에 의지하지 않았다"며 "방역 당국의 대응 만으로도 코로나19 전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2003년 사스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홍콩은 다른 국가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능력이 잘 갖춰져 있었다”며 “신종 감염병을 다루는 검사 능력과 병원 수용력,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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