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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과학자들의 이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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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과학자들의 이사 풍경

2016.11.04 07:00
UNIST 연구실 재배치… 이사 총비용만 200억 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대형 연구동을 준공하고 한창 이사 중이다. 이사는 내년까지 계속되며, 그 비용만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UNIST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대형 연구동을 준공하고 한창 이사 중이다. 이사는 내년까지 계속되며, 그 비용만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UNIST 제공

 가을 이사철이 막바지에 이르며 과학자들도 연구실 공간을 옮기는 일이 잦다. 실험장비 하나 옮기는 데 수백만 원, 연구실 한 곳이 옮겨가려면 수억 원이 우습게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억’ 소리 나는 과학자들의 이사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이사로 바쁜 곳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교 전체가 움직이는 대규모 이사를 진행하고 있다. 10월 18일부터 대형 연구건물 3개를 더 짓는 ‘연구공간 확충 사업’을 마치고 연구실 재배치를 시작했다. 이번 이사에 들어가는 기본 비용은 10억 원. 여기에 실험장비 이동 및 재설치에 30억 원이 더 들어간다. 전기, 환기시설 공사비용 150억 원은 별도다. 1억 원에 이르는 보험금과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2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이사비용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연구실 이사가 일반적인 이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온도 유지다. 특히 생명과학계 연구실은 이사를 하려면 아이스박스와 드라이아이스가 필수 준비물이다. 냉동 보관이 필요한 시약이 많기 때문이다. 영하 70도 이하를 유지하는 대형 냉장고 ‘딥 프리저’는 전원 공급을 멈춘 후 20분 안에 이사를 완료해야 고장이 없다.


포장이사로 해결할 수 없는 값비싼 실험장비는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충격에 약한 진공관이 들어 있는 전자현미경과 자기장 조절장치가 들어 있는 질량분석기 등은 분해한 후 이사한다. 시가 5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표면 플라스몬 공명장치(SPR)’는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을 얇은 칩에 반사해 단백질과 화합물의 결합을 측정한다. 박찬영 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빛을 발생시킬 때 사용하는 프리즘이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따로 떼어내 운반해야 한다”며 “SPR 장비 한 대를 옮기는 데만 수백만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비뿐만 아니라 실험동물도 문제다. 박태주 UNIST 생명과학과 교수 실험실에선 실험동물로 개구리를 이용하는데, 연구원들과 이사업체 직원이 개구리 수조를 하나씩 맡아 품에 안고 옮겼다. 연구팀은 당분간 개구리들이 새로운 물에 적응하는지 주시할 계획이다.


박태주 교수는 “환경이 달라지면 개구리가 알을 낳지 않을 수 있다”며 “물의 산도(pH)와 전기전도도 등을 이전과 같게 설정하고 개구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 자랄 수 있도록 각종 영양물질도 첨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실 이사는 실험 결과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실제로 이사 때문에 실험 결과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상카르 고시 교수는 예일대에 근무하던 2009년, 학술지 ‘셀’에 TLR11이란 이름의 유전자가 장티푸스 감염을 막는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그런데 이사 이후 실험 결과가 재연되지 않았다.


고시 교수는 “예일대에서 했던 실험의 원본 데이터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사 후 주변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동물 사육장의 미세한 차이가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과학자가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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