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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국 분석] 인간 이세돌은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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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국 분석] 인간 이세돌은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지지 않았다

2016.03.17 07:00
이세돌 9단의 끝없는 탐구와 도전

“대국 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에게 계산으로 이겨 보고 싶었다는 말을 이세돌 9단이 했는데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세돌 9단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앞으로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_김찬우 프로6단”

 

▶대국 일시: 2016년 3월 15일 오후 1시
▶대국 장소: 대한민국 서울 포시즌스호텔
▶대국자 : 알파고(백○) vs 이세돌 9단(흑●)

 

○백 16수:

백 1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1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가 사람에 비해서 앞서는 부분은 중앙의 효용성을 평가하는데 있습니다. 사람은 예상하기 힘든 미지의 영역을 컴퓨터라는 막강한 기계를 앞세워 이길 확률을 계산해내기 때문이지요. 오늘도 알파고는 두텁게 중앙으로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여기서 우변에 침입할지 아니면 두텁게 늘어둘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백 20수:

백 2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2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이세돌 9단이 오늘은 과감한 전법을 구사합니다. 우변에 침입해서 먼저 선제 공격을 시도하는데요. 알파고 역시 돌을 버리더라도 중앙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흑 두 점의 머리를 누르며 버팁니다. 끊느냐 젖히느냐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진 이세돌 9단.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흑 21수:

흑 21수(왼쪽)과 참고도(오른쪽).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21수(왼쪽)과 참고도(오른쪽). - 바둑의 제왕 제공


과감하게 끊는 선택을 하는 이세돌 9단.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입니다. 참고도처럼 뒤로 젖혀서 유연하게 두는 것도 가능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강하게 맞서는 것이 이세돌 9단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백 26수:

백 2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2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우하귀에서 백 석 점을 잡으면서 이세돌 9단이 전과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좌하귀를 눈목(目)자로 굳히며 특유의 균형감각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의 치열함이 과연 알파고의 유연함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요?

 

○백 30수:

백 3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3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는 전체적으로 넓게 돌을 펼친는 성향이 있다는 것은 이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중앙은 영역을 확보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전투에 활용하는 가치도 있는데요. 알파고는 이 두 가지 가치를 따로 생각하지 않고 이길 확률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평가합니다. 반면에 사람은 집 가치는 쉽게 평가할 수 있지만 싸움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가치는 평가하기가 어렵지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끼리의 바둑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요?

 

●흑 33수:

흑 3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3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두텁게 중앙을 붙이고 늘어두는 이세돌 9단. 우변의 백 세력을 의식해서 발이 조금 느리지만 두텁게 두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이긴 뒤, 기자 간담회에서 5국에서는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알파고는 혼자 둘 때 백 52% 흑 48%의 승률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세돌 9단은 흑으로 이겨 보고 싶었나봅니다.

 

○백 40수:

백 4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4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우변에 건너붙이는 약점을 보강하며 두텁게 씌워가는 알파고. 저런 부분에서의 계산력은 정말 사람이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으로 보입니다. 상대 모양에 엷은 곳이 있으면 압박하는 수가 이길 확률을 올려준다는 것을 알파고는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네요.

 

●흑 47수:

흑 4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4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중앙으로 힘차게 머리를 내밀어 두는 이세돌 9단. 대국을 지켜볼 때까지는 이전 네 판에 비해 가장 포석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국후에 검토를 해보니 지금 국면은 오히려 백이 약간 두터운 게 아닌가 생각되는 바둑이었습니다. 그만큼 알파고의 중앙 운영 능력은 탁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흑의 대세력 바둑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한데요. 이번이 마지막 판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백 48수:

백 4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4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바로 끊어 오는 알파고. 처음에 이 수를 봤을 때는 수가 안되니까 손해라고 생각했는데요. 오히려 백은 한 점을 미끼로 약점을 지키며 모양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장면에서 사람은 갈등하다가 나중을 고려해서 뒷맛을 남겨 두는데요. 알파고는 모양을 결정짓는 편이 승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아낌없이 결정짓습니다. 저런 부분 역시 사람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백 68수:

백 6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6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우하귀를 선수로 정리하고 상변을 두텁게 막아두는 알파고. 여기까지는 이세돌 9단이 백에게 두터움을 내주기는 했지만 실속을 챙겼기 때문에 흑이 조금이라도 좋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분석하니 바둑은 오히려 백이 조금 더 좋은 상황으로 보이네요. 지금 장면에서는 백의 우중앙 세력을 어떻게 지우느냐가 승부처입니다.

 

●흑 69수:

흑 69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69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상변을 최대한으로 삭감하는 이세돌 9단. 주변에 약한 돌이 없으니 얼마든지 강하게 싸울 수 있다는 판단인데요. 알파고와의 대국은 복잡한 싸움보다는 단순한 진행이 좋습니다. 복잡한 싸움은 여러가지 유리한 선택이 있지만 단순한 국면으로 가면 좋은 수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가 실수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백 70수:

백 7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7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이 수는 다소 무리한 느낌입니다. 흑 한 점은 전혀 잡힐 돌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거기다가 좌변의 흑이 단단해서 흑 한 점이 살기만 하면 백은 얻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이세돌 9단이 흑 한 점을 어떻게 수습하는가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백 78수:

백 7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7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상변을 다 허용하고 중앙을 두텁게 눌러가는 알파고. 이 진행은 상변 흑을 잡지 못하면 우변 집이 다 깨지기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됩니다. 다만 흑도 자칫하다가는 전체 흑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 바둑을 지켜보는 해설자들은 흑이 무조건 중앙으로 늘어 둘 자리라고 했었습니다.

 

●흑 79수:

흑 79수(왼쪽). 5국 당시 해설자들은 흑 79수가 이세돌 9단 답지 않은 수라며, 오른쪽의 참고도처럼 둬가야 한다고 했다.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79수(왼쪽). 5국 당시 해설자들은 흑 79수가 이세돌 9단 답지 않은 수라며, 오른쪽의 참고도처럼 둬가야 한다고 했다. - 바둑의 제왕 제공


한참을 장고하던 흑이 이 수를 착점하자 해설자들은 이세돌 9단 답지 않은 수라고 했는데요. 4국에서 알파고에게서 승리했던 전략으로 바둑을 두려면 당연히 참고도처럼 늘어서 버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막상 급소를 맞고 눌러가면 이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냉정한 알파고를 맞아 이세돌 9단도 참고 인내하며 알파고의 주특기인 계산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4국과는 전혀 다른 전략으로 바둑을 끌고 가겠지요.

 

○백 136수:

백 13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13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보통 프로기사끼리의 대국에서는 상대가 의표를 찔러와 손해를 보게 되면 당황해서 손해를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그렇게 상대를 흔들어 이득을 취하는 능력이 탁월한 기사입니다. 그런 이세돌 9단에게 어쩌면 알파고는 정말 힘든 상대일지 모르겠습니다.


좌하귀에 침입한 흑을 1선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고 흑의 급소를 찔러가는 알파고. 이런 부분에서의 대처 능력은 알파고 최대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흑 147수:

흑 14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14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는 이세돌 9단. 여기서 백이 가만히 이어준다면 흑도 해볼만 합니다. 지금 국면에서는 큰 자리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 진행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형세의 유불리를 따져보기에는 1분이라는 시간은 사람에게 너무 짧습니다. 하지만 알파고에게 1분 안에 사람의 수백, 수천 배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다는 것이 알파고의 최대 무기일지도 모릅니다.

 

○백 154수:

백 154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154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우변을 선수로 정리하고 중앙을 끊어가는 알파고. 이렇게 되면 흑이 이기기는 힘든 바둑입니다. 이후에도 120수 이상을 더 진행해서 280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맹추격했지만 결국 알파고의 계산력을 따라잡지는 못했습니다.

 

끝까지 계가를 했으면 한 집 반 정도 부족한 바둑인데요. 승패를 떠나서 알파고의 주특기인 계산력에 맞서서 이겨보려는 이세돌 9단의 태도는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이세돌 9단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280수 끝. 백 불계승. 

 

※필자소개
김찬우. 프로6단이자 ㈜에이아이바둑 대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바둑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현재는 바둑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 누구나 쉽게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즐기며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바둑의 제왕’ 앱을 개발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편집자주 3월 9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겁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력에 도전하는데 있어, 오랫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승리를 거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고 알려진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말이지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 팀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지도 모릅니다. 데미스 하사미스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를) 달에 착륙시켰다(We landed it on the moon).”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대체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 9단을 공략한 걸까요? 북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은별’을 우리나라에 보급하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김찬우 프로 6단이 이번 대국을 설명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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