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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생물학 - 당신이 '냉동인간'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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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생물학 - 당신이 '냉동인간'이 된다면...

2001.07.01 15:22
영생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저온 생물학(Cryobiology)만큼 귀가 솔깃한 과학은 드물 터이다. 생명체를 얼려 장시간 보관한 뒤에 녹여 되살리는 저온 보존은 체외수정의 핵심기술이 된 지 오래다. 1954년 사람 정자의 냉동보관에 성공했다. 세계 도처의 정자은행에서는 정자를 오랫동안 냉동 저장한 뒤에 해동하여 난자와 수정시킨다. 1984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냉동된 배아로부터 첫 아기가 태어났다. 난자는 정자나 배아보다 동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냉동난자로 체외수정된 아기는 1986년 독일에서 처음 태어난 이후 1999년 8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까지 7명 정도에 불과하다. 저온 보존은 생명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기술이다. 저온 생물학에서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저온 보존기술은 인공동면과 인체냉동이다. 사람도 일부 동물처럼 동면을 즐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쥐 곰 다람쥐 등은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을 섭씨 3도까지 낮춰 겨울잠을 잔다. 사람은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엔케팔린(enkephalin)을 유도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엔케팔린을 합성할 수 있다면 사람도 체온이 섭씨 3도인 동면 상태가 될 수 있다. 인공동면은 쓰임새가 많다. 먼저 저체온 수술이 가능하다. 환자의 체온을 18도까지 낮추면 두뇌 활동이 거의 정지되고 피의 흐름이 멎는다. 이 상태에서는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 동면은 또 우주여행의 선결과제가 될 것 같다. 사람이 수명보다 긴 시간을 우주선 안에서 지낼 수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2030년이면 겨울잠을 자면서 우주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인체 냉동보존술(cryonics)은 인공동면과는 달리 죽은 사람을 냉동 보관해두었다가 몇 년 뒤 소생시키려는 기술이다. 당신이 죽는 순간 냉동 보존 기술자들이 즉시 당신의 몸을 얼음통에 집어넣는다.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심폐 소생장치를 사용하여 호홉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시킨다. 체온은 동물의 동면 온도와 같은 3도까지 내려간다. 혈액을 모두 빼낸 뒤 기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특수 액체를 집어넣는다. 사체를 냉동보존실로 옮긴 다음에는 특수 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다. 부동액은 세포가 냉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며칠 뒤에 당신의 사체는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96도로 급속 냉각된다. 끝으로 당신은 탱크에 보관되어 냉동인간으로 바뀐다. 2045년께 인체 냉동보존술로 소생한 인간 나올 듯 인체 냉동 보존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콩팥 등 일부 기관은 냉동한 뒤에 기능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뇌의 기능이다. 특히 기억력을 다시 살려내는 일은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다. 뇌 연구가 발전하면 기억과 관련된 뇌의 구조가 밝혀지고 기억 기능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알게 될 터이므로 기억력을 회복시킬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냉동보존 기간에 뇌 세포에 생긴 손상을 수리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저온 생물학자들은 냉동인간의 소생에 회의적이다. 일부에서는 나노기술로 뇌 세포의 손상이 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노 로봇을 세포 안으로 넣어주면 마치 자동차 정비공처럼 손상된 세포를 수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미국에는 인체 냉동 보존 사업을 하는 몇 개의 조직이 있다. 수십명의 인체가 냉동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45년경에 인체 냉동 보존술로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수세기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시체를 방부처리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미라는 그들 나름의 인체보존기술이었다. 냉동인간은 미라처럼 불멸을 향한 인간의 몸부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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