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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후 ‘잃어버린 8억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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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후 ‘잃어버린 8억년’ 찾는다

2011.12.01 00:00
호주 서쪽 도시 퍼스에서 8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북서쪽으로 한 시간, 거기서 다시 지프차로 사막을 40여 분을 달리면 머치슨 천문대가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전파제한구역(Radio Quite Zone)’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표지판이다. 전파망원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주머니 속 휴대전화도 끄고 차에서 내렸다. 모래바람 사이로 지름 15m의 커다란 접시 모양의 전파망원경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 서울 9배 크기의 관측망 지난달 8일 채널A는 호주 정부의 초청으로 서호주주(州) 중서부 사막에 있는 머치슨 천문대를 찾았다. 머치슨 천문대는 정부가 스카(SKA) 망원경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 특별히 전파를 제한하고 있는 구역이다. 취재에 동행한 리사 하비스미스 호주연방과학원 연구원은 “현재 전파망원경 9대가 시범 설치돼 있다”며 “내년 2월 유치가 확정되면 이곳 주변에 전파망원경 3000대가 세워진다”고 말했다. 스카 프로젝트는 망원경 3000대를 연결해 우주 관측망을 구축하는 거대 관측 국제 프로젝트다. 망원경 3000대가 설치될 경우 총 면적은 5500㎢. 서울 면적의 9배가 넘는다. 이 망원경들이 동시에 가동되면 접시 면적이 5500㎢인 거대한 전파망원경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총 예산 3조원으로 천문학 발생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고 꼽히고 있어, 호주와 남아공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잃어버린 8억년 밝힌다 스카 프로젝트는 빅뱅 이후 8억년 동안 지속된 우주의 ‘암흑기’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빅뱅 직후 은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파는 세기가 굉장히 약해 그동안 전파망원경 1~2대 갖고는 찾아내기 어려웠다. 하비스미스 연구원은 “스카 망원경 네트워크는 망원경 3000대를 이용해 각각에 도달한 전파를 모아서 분석한다”며 “아주 약한 전파까지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카 망원경을 이용하면 그동안 또렷하게 볼 수 없었던 1GHz 이하의 낮은 주파수 대역까지 관측할 수 있다. 기존 망원경들은 대부분 100GHz 이상의 높은 주파수 대역을 관측했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망원경의 분해능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른바 ‘잘 보이는 대역’을 주로 연구해 온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김종수 책임연구원은 “스카 망원경은 1.4GHz 대역의 전파를 내는 수소를 분석할 때 매우 유용하다”며 “수소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우주 생성 초기의 정보를 가득 담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 전파망원경은 지난달 노벨물리학상이 발표된 이후 더 주목받고 있다.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한다’는 연구를 추가로 규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것은 빅뱅 외에 팽창을 가속화시키는 미지의 힘, 일명 암흑 에너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슈미트 호주 국립대 교수는 채널 A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스카 망원경을 사용하면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더 효율적으로 밝힐 수 있다”며 “우주의 팽창속도를 계산할 땐 밝기가 일정한 초신성을 기준으로 하는데, 스카 망원경은 이런 초신성 후보별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망원경은 우주 전체를 스캔하는데 2년이 걸렸지만 스카 망원경으로는 하루면 가능하다. ● 망원경 3000대, 현재 기술로는 ‘도전’ 스카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기술적인 과제가 많다. 우선 전파 관측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전파를 차단해야 한다. 휴대전화나 라디오 같은 일상생활에 쓰이는 전파는 전파망원경이 관측하는 전파보다 100만 배나 더 세다. 전파망원경으로써는 아주 시끄러운 소음이다. 이 때문에 이런 전파들과 최대한 떨어져 있는 사막에 망원경들을 설치하고 여기에 망원경 주변에 전파 차단막을 설치하는 계획까지 검토 중이다. 또 망원경 3000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 양은 현재 인류 전체의 인터넷 사용량과 맞먹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처리하려면 현재 개발된 가장 빠른 컴퓨터보다도 100배 빠른 컴퓨터와 광통신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는 한국 과학자들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천문연 김종수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유럽의 전파망원경과 정보를 주고받을 정도로 관련 기술에 앞서 있다”며 “스카 프로젝트에도 기술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카는 2040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이를 위해 현재 프랑스와 중국, 호주, 남아공 등 9개 나라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고 앞으로 4년 뒤 참여를 희망하는 국가를 11개 더 추가시킬 계획이다. 브라이언 보일 호주연방과학원장은 “경제 위기를 겪는 미국은 향후 10년 간 스카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며 “천문학 연구 주도권이 유럽과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 인도 등 아사아 국가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icrosoft Silverlight 가져오기 채널A 뉴스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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