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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우울증과 만성통증, 속살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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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우울증과 만성통증, 속살을 드러내다

2011.11.19 00:00
[동아일보] ◇ 통증 연대기/멜러니 선스트럼 지음·노승영 옮김/2만 원·442쪽·에이도스 ◇ 프로작 네이션/엘리자베스 워첼 지음·김유미 옮김/1만6500원·488쪽·민음인

《‘우울증과 만성통증.’ 현대인들에게 흔한 병이다. 우울증이 통증을 부르기도 하고, 만성통증이 우울증을 낳기도 한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병을 극복하기 위한 싸움의 절반은 자신의 증상을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두 여성작가가 우울증과 만성통증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담은 책을 펴냈다. 주제는 무겁지만 솔직하고 유려한 문체로 현대인의 심리를 파헤친다.》 ■ 통증 연대기

올해 개봉한 권상우 정려원 주연의 영화 ‘통증’에는 두 남녀가 나온다. 남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인 ‘선천적 무통각증’을, 여자는 조그만 상처가 나도 피가 멈추지 않는 ‘혈우병’을 앓는다. 여자가 먼저 죽을 듯하지만, 결론은 남자가 먼저 죽는다. 남자는 쇠몽둥이로 머리를 맞아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통증을 모르기 때문에 몸을 함부로 다루다 젊은 나이에 죽는다. 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정교한 뇌신경 시스템이다. 사람은 부상하거나 상처를 입으면 심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줄임으로써 몸을 나른하게 만들어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외과의사의 수술실은 공포의 도가니였다. 수술대는 도살장처럼 피범벅이었고, 환자는 메스 아래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수술은 처형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흥미진진한 볼거리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피를 쏟으며 몸부림치는 살덩어리”를 대상으로 위와 폐를 잘라내는 세밀한 수술을 시행할 수 없었다. 1846년 에테르를 이용한 수술 마취법 공개시연은 현대 의학 발전과 통증에 대한 인식을 바꾼 획기적 사건이었다. 고대에는 통증은 ‘은유’의 세계였다. 통증의 원인을 귀신이 씌었거나, 죄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중세 신성재판에서 마녀에게 극심한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은 죄를 씻고 영혼을 구하는 ‘영혼의 연금술’이었다. 이 책은 통증에 대한 문화사적, 의학적 역사를 다룬다. 또한 작가 자신의 치열한 만성통증 치료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통증을 ‘은유’가 아닌 ‘질병’으로 바라보면서 근대과학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전승훈 동아일보 기자 raphy@donga.com    ■ 프로작 네이션

우울증 환자에겐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울의 나락에 깊이 잠겨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득하니 들어주는 것만큼 고역스러운 일도 없다. 저자가 스물여섯 살이던 1994년 미국에서 발표한 이 책은 15년간 만성 우울증을 앓아온 저자의 일상과 감정을 그대로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우울증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독자는 책 속의 우울기가 자신에게 스멀스멀 전염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막 사춘기로 들어서던 열두 살 때 좌우명은 이랬다. ‘모든 것은 가짜이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러니 뭐가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이 소녀는 점심시간마다 학교 탈의실에 숨어 면도칼로 자신의 다리에 여러 가지 모양의 상처를 내며 마음속 평화를 누렸다. 저자는 이전까지는 공부 잘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고 스스로 말한다. 한데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우울증을 앓게 됐다는 것. 이혼한 부모는 딸 양육과 경제적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갈등해왔다. 저자가 이를 상세히 묘사한 것으로 미루어 가정불화도 그의 우울증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저자는 약물과 마약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지탱했다. 자살도 시도했다. 그는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아무런 감정, 반응,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묘사한다. 이 책은 우울증 극복기가 아니다. 그가 끝내 우울증을 치유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그저 우울했던 자신의 인생을 글로 쏟아냄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신성미 동아일보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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