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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금동근]한국 과학수사 뒤늦게 인정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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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금동근]한국 과학수사 뒤늦게 인정한 프랑스

2006.10.14 11:10
두 달 전인 8월 22일. 프랑스 중서부 투르 시의 한적한 주택가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장루이 쿠르조 씨 부부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기자들이었다. 한 프랑스 기자가 “프랑스에서 다시 조사하면 진실이 금방 밝혀질 텐데 과연 거짓말을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뜻밖의 반응이었다. 한국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두 사람이 영아의 부모라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뒤였다. 한국의 수사 수준을 못 믿겠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부부와 그들의 변호사는 “한국의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불신을 토로했다. 범행을 저지른 부인 베로니크 씨는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국이 진실을 밝혀낼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일단 버텨 보자고 생각했을까. 이번 사건 초기 프랑스 언론 보도의 행간에서도 비슷한 뉘앙스를 읽을 수 있었다. 일부 언론은 한국 사법 당국이 과학수사를 거쳐 내놓은 ‘사실’보다 쿠르조 씨 측의 ‘거짓 주장’을 더 비중 있게 다뤘다. 프랑스 사법 당국이 직접 DNA 검사를 해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직후에야 베로니크 씨는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이전에 영아 한 명을 더 살해했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자백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그때서야 한국 수사 당국이 일찌감치 밝힌 검사 결과를 일제히 옮겨 실었다. 프랑스 사법 당국의 책임자도 13일 “한국 수사 당국은 아주 수사를 잘해 왔다”며 뒤늦게 한국 과학 수사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프랑스 당국과 언론이 한국 측 검사를 무시하다 뒤늦게 받아들인 것이다. ‘혹시 한국을 프랑스보다 한참 뒤떨어진 나라로 본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역시 그랬다. 한 프랑스 누리꾼이 보인 반응에서 프랑스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선진국(프랑스)에 비해 많은 국가(한국)가 아주 뒤처진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닌가. 처음부터 진실을 알고 있었던 한국인에게서 창피를 당하면서 좋은 교훈을 얻었다.” 이런 프랑스인들의 태도는 ‘한국보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에 거주하는 기자에게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국력이 뒤지는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당당해지려면 실력을 쌓는 길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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