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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배, 마약 왜 끊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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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배, 마약 왜 끊지 못할까

2007.03.13 15:27
지난해 9월 안모씨(44)는 한 모텔에서 히로뽕 0.03g을 투약하고 스스로 경찰에 신고 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즉시 안씨를 검거했다. 안씨는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않겠다. 이번에는 정말 마약을 끊겠다”며 “수감 중에 재활교육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안씨는 지난 1999년에도 히로뽕을 투약했다가 구속된 적이 있었다. 대구교도소에서 8개월간 복역하다 출소한지 2주일도 안돼 다시 히로뽕을 투약한 것이다. 이처럼 마약은 자기통제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무엇이 이토록 약물에 탐닉케 하는 것일까. 본능이 이성을 누르는 ‘중독’ 약 50년 전 과학자들은 쥐의 뇌 특정부위를 전극으로 자극하자 음식 섭취와 교미 기능이 퇴화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곳을 자극하면 쥐가 쾌감을 얻기 때문에 구태여 음식 섭취나 교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부위를 ‘쾌감회로’라고 이름지었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멋있는 이성을 보면 ‘즐거움’을 느낀다. 음식을 먹는 것이 괴롭다면 먹지 않다가 결국 굶어죽을 것이다. 그리고 성행위가 즐겁지 않다면 종족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조물주는 개체와 종족 유지를 위해 뇌의 일부에 이런 행위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회로를 심어놓았다. 이곳이 바로 쾌감회로다. 뇌의 여러 부위 중 가운데의 복측피개부위(VTA), 그 앞쪽 아래에 있는 미상핵, 이마 바로 뒤의 전전두엽 등이 쾌감회로에 속한다. 복측피개부위에서 만들어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미상핵과 전전두엽으로 들어가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엑스터시, 코카인, 헤로인, 대마초 그리고 청소년들의 남용으로 문제가 됐던 덱스트로메소르판 같은 약물뿐만 아니라 인터넷 중독과 도박 중독의 경우에도 쾌감회로가 활성화된다. 그러면 미상핵과 전전두엽에 장기간 동안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음식이나 성행위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 훨씬 강력한 쾌감을 일으킨다. 쾌감회로로 장기간 고농도의 도파민이 들어가면 신경세포가 글루탐산을 많이 분비한다. 글루탐산은 미상핵 주변의 신경세포들이 좀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하는 물질들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신경세포들이 약물로 느낀 강력한 쾌감을 기억하고 이를 반복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약물 중독자가 약물을 계속 복용하지 않으면 허전함이나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다. 그런데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물질들이 오랫동안 활성화되면 신경세포들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구조가 변형되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이를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한다. 약물에 의해 계속해서 도파민이 증가하면 미상핵 주변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쾌감회로 전체가 변형되기에 이른다. 결국 뇌가 약물에 중독되는 셈. 변형된 복측피개부위는 약물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켜 약물을 ‘원하는 정도’를 강하게 만든다. 또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인 편도는 약물에 대한 기억을 계속 유지해 약물을 ‘갈구’하게 만들고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약물을 다시 찾게 유도한다. 예를 들어 코카인 중독자에게 코카인을 상기시키는 영상물을 보여주면 코카인에 대한 갈망이 증가하는데, 이때 편도가 활성화된다. 정상적인 쾌감회로의 경우 전전두엽은 쾌감을 추구하는 미상핵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전전두엽이 오랫동안 도파민의 영향을 받으면 미상핵의 ‘본능’을 억제하는 ‘이성’적인 힘이 약해진다. 약물 중독자가 자신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위법 행위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끊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정신분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이모씨(34)는 덱스트로메소르판이 포함된 기침억제제인 러미라를 100알이나 먹고 환각에 빠져 “나는 조물주, 어머니는 악마”라며 자신의 어머니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쾌감회로의 변형 말고도 중독자들이 약물을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감, 우울, 손 떨림, 울화, 경련, 식은땀, 졸림 같은 참기 힘든 금단증상이 두려워서다. 금단증상은 약물에 빠져드는 탐닉현상과 관련된 쾌감회로 이외에 청반, 흑질부, 척수배부신경절 같은 뇌의 다른 부위에서 나타난다. 금단증상에 관여하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쾌감회로가 아닌 뇌의 다른 부위에서 분비된다. 결국 탐닉현상과 금단증상은 별개인 셈이다. 7년 지나도 신경세포 회복 안돼 많은 사람들이 탐닉하는 알코올과 니코틴 역시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쾌감회로가 변형돼버린 중독자는 술이나 담배를 계속해서 찾는다. 담배 속의 니코틴은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니코틴은 신경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해 미상핵이 스스로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만들어 탐닉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중추신경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니코틴 수용체는 형태가 다양하다. 어떤 수용체는 니코틴과 결합해 우수한 진통효과를 보이는데, 동물실험 결과 독성이 거의 없었다. 또 어떤 수용체는 니코틴과 결합하면 운동기능, 집중력,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따라서 운동능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피부에 붙이는 저용량 니코틴 패치는 임상연구 결과 파킨슨병 환자의 집중력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기의 알코올 섭취는 생각보다 훨씬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 음주는 성인에 비해 뇌의 발달에 더 유해하다고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과 기억 장애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뇌 핵심부위의 발달이 생후 수년 내에 끝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20대 초반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청소년기에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부위인 전뇌피질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에서 어렸을 때보다 신경 연결이 더욱 정교하게 구성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소년들이 과도한 음주를 반드시 삼가야 할 이유다. 엑스터시는 메스암페타민의 구조를 약간 변형시킨 약물로, 외국 유학생들로부터 시작돼 현재는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서까지 남용이 증가하고 있다. 엑스터시는 복용할 때 감각을 상승시키고 원기를 강화시켜 밤새도록 파티에서 춤을 출 수 있게 해 디스코비스켓, 스쿠비스낵으로도 불린다. 미국의 경우 최소 1회 이상 복용한 사람이 1000만명이 넘으며 주 사용자의 연령은 18~25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처럼 무해한 것 같지만 최근 엑스터시가 뇌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과복용시 4~6시간 동안 혼돈이나 피해망상을 느끼며, 구역질이 나고 체온이 상승하며 콩팥과 심장이 손상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 엑스터시는 뇌기능에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원숭이에게 2주 동안 엑스터시를 복용시켰더니 세로토닌 신경세포의 돌기가 손상된 것. 게다가 이 원숭이를 7년 후에 관찰했을 때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인체 연구에서도 엑스터시를 복용하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세로토닌 신경세포의 돌기가 감소했으며 복용 경험이 많을수록 더 많이 감소했다. 또 복용 후 기억과 사고력이 떨어졌고, 6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그 영향이 남아있음이 확인됐다. 대치요법과 백신 연구 활발 현재 약물 중독과 관련된 뇌 연구는 서로 다른 약물에 중독됐을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화학반응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쾌감회로의 강력한 활성을 억제해 중독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물 탐닉현상을 완전히 억제하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금단증상을 완화하면서 약물을 끊게 하기 위해 중독된 약물과 작용이 비슷하나 효력이 약한 약물을 투여하다가 서서히 줄이는 대치요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담배를 끊는데 저용량 니코틴 패치를 사용하거나 모르핀 중독자에게 모르핀과 구조는 비슷하나 서서히 작용하는 메사돈을 투여하는 것이 좋은 예다. 남용 약물에 대한 백신을 투여하는 방법도 있다. 즉 백신이 약물과 결합해 약물이 직접 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현재 코카인과 니코틴 백신이 임상시험 중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중독자가 남용 약물을 바꾸면 즉시 효과가 없어진다는 결점이 있다. 약물 탐닉에 글루탐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글루탐산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도 연구 중이다. 또한 흰쥐에게 장기간 모르핀을 투여하면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는 모르핀이 도파민 신경세포를 공격한다는 뜻.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 체내에서 손상된 신경세포를 회복시키는 신경성장인자를 추가로 주입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신경성장인자를 몸 밖에서 주입하면 뇌로 곧바로 들어가지 못한다. 두개골에 구멍을 내 직접 투여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뇌로 바로 전달되는 작은 분자량의 또다른 신경성장인자도 찾고 있다. 최근 미국 국립약물중독연구소(NIDA)는 약물 중독 치료 원칙을 발표했다. 자의든 타의든 중독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등 적정 기간 동안 치료가 가능한 환경에 두고,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하면서 환자의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증상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의 건강과 행복뿐만 아니라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이루기 위해 약물 중독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약물 중독자는 환자다. 이들이 건강한 정신과 신체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법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약물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특효약은 없다. 그러나 탐닉과 중독 과정을 좀더 정확히 밝혀내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기원 교수는 1987년 전남대에서 약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에서 의학과 교수, 의과학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20년 전 모르핀 연구를 시작으로 현재 메스암페타민을 비롯한 각종 남용 약물의 탐닉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생약에서 치료제 후보 물질을 몇가지 찾아내기도 했다. 그는 “뇌 연구는 아직도 밝혀야 할 부분이 많아 지적인 호기심과 창조적 사고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훌륭한 놀이터와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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