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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에세이]바나나는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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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에세이]바나나는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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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수십 년 째 바나나맛우유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B사의 바나나맛우유를 공략하기 위해 M사는 제품 이름까지 이렇게 지었다. 물론 바나나 껍질이 노랗고 속은 옅은 베이지색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이라면 ‘배도 원래 하얗다’고 말해야하지 않을까. 사실 바나나 껍질의 노란색은 너무나 밝고 색감이 좋아서 아기가 말을 배울 때 바나나 그림을 보면서 ‘노랑’이라는 단어를 익힌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바나나색이 나오는데 파란빛이 한 몫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대부분의 과일처럼 바나나 열매도 녹색이었다가 익으면서 색이 변한다. 녹색인 이유는 엽록소 때문. 과일이 익으면서 엽록소가 파괴되고 숨어 있던 노란색이 드러나는데 바나나 껍질의 노란색은 카로티노이드 색소 덕분이다. 그런데 엽록소는 파괴될 때 형광을 내는 중간생성물을 거쳐 분해가 된다. 형광이란 자외선을 받으면 가시광선을 내보내는 현상이다. 보통 중간생성물은 금방 다음 분자로 바뀌기 때문에 미량 존재한다. 그런데 바나나의 경우 엽록소 중간생성물과 산이 반응해 Mc-FCC-56이라는 파란 형광을 내는 안정한 분자로 바뀐다는 것. 그럼에도 바나나가 노랗게 보이는 이유는 햇빛에 자외선보다 가시광선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물론 밤에는 둘 다 거의 없기 때문에 형체가 안 보인다. 그러나 어두운 곳에서 블랙라이트(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를 비추면 파란빛을 발하는 바나나를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발견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베른하르트 크로이틀러 교수가 보내준 사진을 보면 덜 익어 녹색인 바나나에서는 파란빛이 거의 안 나오는데 비해 노랗게 익은 바나나는 파란색이 선명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바나나는 왜 중간생성물을 안정화시켜 노란색에 파란빛을 더했을까. 연구자들은 2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바나나가 익을 때 노란색을 더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 빛은 섞을수록 밝아지기 때문에 파란 형광은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내는 노란색을 좀 더 선명하게 해준다. 바나나의 노란색이 유달리 눈에 잘 띠는 이유다. 또 하나는 이런 중간생성물이 과일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 왠지 앞으로는 잘 익은 바나나를 볼 때마다 이런 예쁜 색이 나오게 한 숨은 공로자인 파란빛이 심안(心眼)에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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