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원자력 안전 미래 향한 ‘뉴 클리어로드’ 의 출발

2015.10.23 10:04

유럽의 국가들은 ‘유라톰(EURATOM)’이라는 기관을 통해 국가별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원자력 관련사항들을 연구하고 관리한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된 동북아시아에서도 유라톰과 같은 협력이 가능할까? 지난 8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최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한·중·일 3국 원자력 협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향방을 내다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오는 11월 개최될 제3차 한·중·일 원자력 고위급규제자회의(TRM)에 앞서 사전 논의의 성격을 띠고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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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북아시아 원자력안전 협의체’라는 구상을 공표한 바 있다. 외교정책의 중요한 한 축인 동북아시아 평화 협력의 일환이었다. 왜 하필 원자력이었을까?한·중·일 3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했다. 그러나 그간의 협력은 명확한 체계 없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박 대통령의 협의체 구상은 원자력 안전 관리 야에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구체적인 행동과 성과를 도출하자는 데 목표가 있었다.

 

원자력안전 협력 제안은 기존 TRM의 외연을 확대해 동북아 원자력안전 심포지엄(TRM+)을 추가 개최함으로써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8월 26일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주최로 열린 ‘동북아 원자력안전협력 심포지엄’은 바로 어떻게 동북아시아 협력을 이끌어낼지 살피는 자리였다.

 

동북아 원자력안전 협력 심포지엄은 국내 원자력계의 의지와 역량 결집을 위한 자리인 동시에 내일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결의로 시작한 행사
심포지엄은 인사말과 기조연설로 구성된 오전, 각 분야 발제와 토론으로 이루어진 오후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태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 등 관련분야의 중요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원자력 관련 기관에서 약 300여 명이 모였다.

 

첫 순서는 행사를 주최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김호성 이사장의 개회사로 문을 열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심포엄의 취지를 “국내 원자력계의 의지와 역량 결집을 위한 자리”라며 “내일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중·일 3국의 협력이 ‘동북아 뉴–클리어로드’를 이루어 미래의 번영을 이끌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개회를 선언했다.

 

이후 내외 귀빈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성게용 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과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동북아 원자력협력협의체 논의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행사가 원자력 안전과 함께 핵 안보를 강화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발표자와 내외 귀빈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했다.

 

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한 지역의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은 그 지역에 비용을 유발하지만 전 지구적인 혜택을 낳는다”는 로버트 스테빈스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심포지엄이 원자력 안전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어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동북아 3국 협력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어 삼각협력구도를 구축해 나가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며 영상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원자력안전협의체가 동북아시아 3국이 협력과 평화라는 기조를 강화하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에서도 국제적인 협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진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정근모 한국전력공사 원자력상임고문은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정 고문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기저부하전력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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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의 긴밀한 협력으로 아시아 원자력 안전 분야의 글로벌 리더 역할 기대

 

동북아 협력의 열쇠는 인력과 정보 교류
이어진 오후 세션에서는 여섯 명의 발표자가 동북아시아 원자력 협력을 정책과 기술,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동북아 원자력안전협의체 추진을 위한 산학연역할’이라는 주제로 한·중·일 3국 협력 방안의 큰 틀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원전산업이 원숙기에 접어든 일본은 폐로에 관심을 두는 반면, 한참 확장기에 있는 중국은 건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데 비해, 한국은 건설과 폐로 모두 당면한 과제라 삼국 협력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박윤원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동북아 원자력안전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향후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동북아시아의 위상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2030년이면 전 세계 원전의 1/3이 동북아에 집중돼 원자력안전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리더의 위상에 부합하는 안정적이고 신뢰성 높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책 세션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어진 기술 세션에서 심화됐다. 기술 세션의 첫 발표자인 이세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비상대책단장은 원전사고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체계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단장은 동북아시아 3국의 상시적 정보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행히 동북아시아 3국은 동일한 문화권에 속해 있어 타 지역보다 상호 정보교류가 수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은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3국간 R&D 협력방안에 대해 논했다. 백 본부장은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원전 운영과 비상상황 대처 전 과정에 걸쳐충분한 지식을 쌓는 것이다”라며 “이 때문에 R&D 부문에서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철 한국수력원자력 기술전략처장은 기업이 주체인 원자력 협력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이 처장은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 원전 운영사들은 WANO(World Association of Nuclear Operators) 도쿄센터의 회원사로서 상호 협력하고 있다”며, 운영사들이 원전 운영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안전점검을 수행하거나, 상호 기술과 인력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아직 국가별로 운영환경이 달라 원자력 안전공조체제를 점진적으로 완전하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유호식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핵안보본부장은 원자력 안전과 안보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유 본부장은 “후쿠시마 사고는 자연재해가 원인이었으나 인재(人災)였다”며, “고의적인 테러에 의해 유사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안전 이상으로 안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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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 협력을 통해 상호 보완해야
발표 세션이 끝난 후에는 오후 세션 발표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좌장을 맡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발표자간의 상호 질의응답을 제안하여, 발표자들은 서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심층적인 대화를 나누었다.첫 질문으로 정동욱 교수가 이승철 처장에게 협력의 각론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원전이 결코 고급 기술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처장은 따라서 한·중·일 3국이 원전 운영과 관리 과정에서 어떤 안전문화를 함께 조성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윤원 교수는 정 교수에게 협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공동의 규제 기준이 필요할 텐데, 이를 어떻게 설정할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안전관리체계나 수준 모두 삼국이 다를 뿐 아니라 각자의 국가적 자존심도 강해 공통의 규제와 같은 강제적 요소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막연한 안전문화를 공유한다는 수준 이상의 구체적 협력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백원필 본부장이 ‘유럽과는 다른 동북아 3국의 분위기’를 지적하며 견고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질문한 데 대해, 박 교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럽연합 각 회원국들이 전체 공동체 차원에서 협력을 원만하게 이어가고 있지만, 박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이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천천히 형성됐음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 운영 중인 TRM과 TRM+는 어디까지나 완전한 협력에 이르는 첫 단계로서


기초적인 협의체 수준에 이르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발표자들의 의견과 질의응답을 통해 바라본 한·중·일 3국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었다. 한·중·일 모두 단독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세 나라가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황호택 주간은 이 날의 행사를 마무리하며 이러한 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원전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안전한 운영에 필요한 기술력, 운영정보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언론자유,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성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한·중·일 3국은 각자가 이 요건들을 완벽하게 구비하지는 못했지만 협력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원전 시대를 앞두고 한·중·일 3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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