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으는 에너지 하베스팅

2015.07.07 16:50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 꼭 확인해야 하는 표시가 있다. 바로 에너지 소비 효율이다. 투입한 에너지 대비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표시한 에너지 효율은 기술의 발달로 계속해서 높아졌다.

 

오늘날 가장 효율적인 기계 중 하나는 터빈이다. 발전기에 사용하는 터빈은 터빈을 돌리기 위해 투입된 기체의 에너지 대비 90% 정도를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 물론 터빈을 돌릴 가스를 만들기 위해 투입한 열에너지는 무시한 값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도 놀라운 효율이다.

 

그렇다면 100% 효율의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 아쉽게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기계는 언제나 열이나 분자운동의 형태로 일정 정도의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그나마 터빈도 아주 특수한 예에 불과할 뿐, 이러한 기계들이 결합하여 복잡한 기기를 만들면 에너지 효율은 더 낮아진다. 말 그대로 버려지는 에너지는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에너지를 모아서 다시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다. 이름대로 에너지를 수확하여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무엇을 수확하느냐에 따라 열전 하베스팅과 압전 하베스팅으로 나뉜다. 열전은 버려지는 열을 모으는 것, 압전은 분자 운동이나 모양의 변화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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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열을 모아라, 열전 하베스팅

이미 버려지는 열을 회수하는 시스템은 있다. 대규모 에너지 변환과정을 포함하는 발전소나 산업체에서는 대량으로 발생하는 고온 폐열을 회수하는 것이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가스터빈이나 열교환기를 추가로 발전기에 장착하여 버려지는 열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처럼 비교적 작은 시스템에는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스템에 사용하려면 좀 더 간단한 구조를 가지며 단위 모듈화를 통해 크기를 바꾸기 쉬운 폐열회수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 변환 물리 현상이 바로 ‘열전 현상’이다. 열전 현상은 재료 양쪽의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기전력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를 이용하여 만든 대표적인 소자가 ‘펠티어 소자’다.

 

열전은 단일 재료 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변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스템 구조가 단순하며 신뢰성이 높고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부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친환경 기술로 큰 가치가 있다. 또한, n형과 p형의 반도체 재료로 이루어진 단위 모듈로 만들 수 있어 회수 대상이 되는 폐열에 적합한 크기로 조절하기 쉽다. 이에 따라 열전은 폐열 회수뿐만 아니라 자연열을 이용한 발전, 인체열을 이용한 에너지 확보에 적용할 수 있는 에너지 변환기술로서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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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1차 에너지 소비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약 60%의 에너지가 폐열의 형태로 배출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45%의 에너지만이 기존의 폐열 회수 시스템을 통해 회수되고 있다. 그러나 폐열 회수 시스템은 고온에서 제대로 작동하므로 낮은 온도의 열은 회수하기 어렵다. 반면 열전소자를 이용한 폐열 회수 시스템은 구조가 간단하고 열원에 직접 부착해 부가적인 발전 시스템 없이 바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폐열을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열전소자는 고온 공정이 없는 소규모의 산업체에서도 적용이 가능해 현재 회수되지 못하고 방출되고 있는 55%의 열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

 

열전 성능이 더 높아지면 폐열 회수를 넘어 자연에 존재하는 열에너지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자연에너지에 해당되는 태양에너지는 시간당 10만TWh에 달하는 에너지를 내는데, 이 중 상당부분이 복사열의 형태로 우주로 방출된다. 현재 상용화된 태양광 발전소자에 열전을 기반으로 하는 태양열 발전소자를 복합시킨 태양에너지 복합 발전소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것이 상용화될 경우 막대한 양의 청정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자연 열에너지에는 지열과 해수열이 있다. 지열에너지의 부존량은 1년간 1만TWh이며, 7개의 해안도시를 기준으로 할 때 확보할 수 있는 해수열 에너지 부존량은 1년간 32TWh이다. 열전 기반의 발전소자는 크기의 가변성과 더불어 내구성이 높고 유지 보수가 거의 필요하지 않아 이런 자연에너지 발전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열전 성능이 더 높아지면 아주 적은 양의 열에너지도 회수할 수 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체온 수준의 열도 전력으로 변환할 수 있는 것이다. 대략 20%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확보하더라도 1W에 달하는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개인이 몸에 지니는 전자기기가 증가함에 따라 이런 모바일 기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됐다. 특히 배터리와 구동 효율은 갈수록 향상되는 기기의 성능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한데, 아마도 충전이 필요 없는 반영구적인 구동 방식은 모바일 기기의 마지막 성장단계가 될 것이다. 열전소자를 이용해 인체열 발전이 가능해지면 모바일 기기의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시티즌(CITIZEN)사에서는 열전소자로 배터리나 태엽 없이 구동하는 손목시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의 경우 인체열 회수로 충분한 양의 보조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일부 대기업에서 열전소자를 응용해 상용화하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르면 에너지가 생긴다, 압전 하베스팅
솔솔 부는 바람, 사람의 움직임, 자동차 엔진의 떨림, 빌딩이나 다리의 흔들림….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버려지는 에너지, 특히 기계적 에너지가 많다. 압전체를 이용해 이런 에너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바로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piezoelectric energy harvest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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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전 하베스팅은 다른 발전 방법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날씨에 관계없이 실내외 기계진동을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풍력, 바다의 파도 등 다양한 형태의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다.압전 에너지 하베스팅은 대규모의 발전장치에서부터 소형 나노기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즉 군수용 발전장치, 의료용 장치의 보조 전원, 자동차의 2차 발전장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공심장, 심장 박동기처럼 인체에 응용하거나 건축 구조물 진단용 센서 전원 등의 소규모 전원, 로봇 등의 차세대 전자장치의 전원으로 응용할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또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은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의 에너지원으로도 검토되고 있다.

 

압전 소자의 응용 사례는 기기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규모에 따라 매크로 규모와 마이크로 규모로 분류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나 자동차 등의 기계적 동작을 이용한 매크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국내외 여러 회사에서 관심을 갖고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파워리프(POWERleap)’사는 사람들이 밟으면 압전체가 응력을 받아 전기가 생성되는 바닥판을 만들었고, 일본의 ‘음력발전’은 사람이 걷거나 차량이 주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진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기인 ‘발전마루’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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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규모의 에너지 하베스팅의 대표적인 사례는 압전 나노선을 활용한 것이다. 나노선을 활용한 전력 발생 소자기술은 2009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미래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나노선을 이용하면 미세한 진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다. 2008년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산화아연 나노선들을 수직으로 심은 섬유 두 가닥을 꼬아 움직일 때마다 전기가 발생하는 섬유를 개발하고 ‘파워 셔츠’를 만들어서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많은 가닥의 발전 섬유로 만든 셔츠나 재킷만 입으면 옷 속에 나노발전기가 빽빽이 들어차 사람이 걷을 때는 물론 숨을 쉴 때도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전원에 연결하거나 보조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휴대용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군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기술로 일상생활이나 행군만으로도 알아서 각종 전자장비를 충전해주는 군복이 있다면 전원을 공급받기 힘든 곳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 군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분야는 의료다. 전문가들은 나노발전기가 몸속에서 혈류, 혈압, 혈당을 측정하는 나노센서 같은 나노장치에 결합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예를 들어 혈액이 흐를 때 생기는 난류에 따라 흔들리는 나노발전기가 전기를 만들면 나노센서는 각종 정보를 측정해 무선으로 보내는 원리다. 또 나노발전기는 인체에 이식하는 약물전달시스템에 유용하다. 현재 인슐린이나 항암제는 체외에서 투여하지만, 앞으로 약물전달시스템이 나노발전기와 결합하면 체내에 삽입돼 스스로 제시간에 약물을 공급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아톰스토리(http://atomstory.or.kr)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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