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는 ‘타이밍’… 산업 흐름 알아야 성공한다”

2013.04.30 11:17

▲제3회 BT 전문가 좌담회가 7일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의 사회로 서울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최근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각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 바이오산업에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바이오는 전자산업처럼 키워야 한다. 다른 나라의 앞선 제도와 기술을 재빨리 도입해서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한국은 과거 전자산업에서 ‘메모리다 그러면 메모리 쪽으로 확 밀고나가는’ 방식으로 성과를 거뒀던 것처럼 바이오도 정부가 끌어주는 게 필요하다.”(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올 1분기(1~3월) 때 회사 가치가 급증한 바이오 기업들이 생겨났다. 심지어는 대표 제약회사인 동아제약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바이오벤처도 등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종의 버블(거품)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버블 때문에 초기단계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벤처들이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임정희 인터베스트 바이오팀 이사)

국내 바이오 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토론하는 자리에 학자, 기업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투자기관 관계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최근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각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 바이오산업에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서울회의실에서 ‘제3회 BT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이 좌담회는 생명공학(BT) 분야 주요 현안들을 주제로 매월 열리는 토론의 장으로 향후 국가 연구개발(R&D)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열리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이사, 권재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임정희 인터베스트 바이오팀 이사 등 4인의 토론자가 참석했으며 ‘바이오벤처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2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였다. 서정선 회장이 좌장을,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국내 바이오산업의 현황, 당면과제, 향후 전망, 벤처기업인의 자세 등의 순서로 토론이 진행됐다.

서정선 회장, “바이오는 전자산업처럼 육성…3년 내 기회 잡아야”

서정선 회장은 “바이오산업은 과거 전자산업을 키웠던 방식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며 “처음부터 맨바닥에서 기술개발을 하고 그걸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고 하는 방식으로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앞서가는 나라의 기술과 제도 등을 적극 도입한 뒤 그 토대 위에 ‘빠른 산업화’를 이루는 것은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 미국은 바이오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정책적으로 앞서 나가기가 무척 힘이 들지만, 한국은 아직 정부가 진두지휘하며 이해당사자들을 끌고나가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 회장은 정부가 바이오 연구의 모든 단계를 다 끌고 가는 방식은 경계했다. 그는 “정부는 민간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지난 10년간의 교훈은 정부가 연구비 투자에서 좀더 정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바이오의 흐름에 대해 ‘신약개발에서 개량신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정부, 기업 모두 블록버스터(연 매출 1억달러 이상의 신약) 개발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으나 위험부담이 높다”며 “만인을 위한 블록버스터 신약보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신약에 몰두한다면 임상테스트 등에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시장에 진입할 기회도 더 크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어 ‘바이오는 타이밍’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현재 각자 지역에 맞는 맞춤 바이오에 몰두하고 있지만, 3년 이내에 인구 38억의 아시아로 본격 진출할 것”이라며 “우리 바이오산업에게 주어진 시간은 3년뿐이며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할까. 서 회장은 “한국은 IT 기술과 50년간 축적된 의료 수준이 세계 정상급 수준이며, 아시아 진출이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게놈 산업’에 특히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부터 아시아 각국에 과감한 의료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아시아인에 관한 방대한 의학 정보가 인천에 모이게 된다면, 이를 우리의 IT 기술로 정보 처리를 할 수 있고 인천에는 전세계적인 제약회사가 몰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재현 과장, “제약사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기준 바뀌고 있어…인수합병 촉발될 것”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인 권재현 과장은 최근 국내 제약사에 대한 기업가치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으며, 대기업의 바이오 진출이 가시화되는 등 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예로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하는 바이오 관련 세미나가 지난해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렸지만, 올해는 한 달에 15~20회 수준이라고 전했다.

권 과장은 “1월만 해도 ‘약을 누가 얼마나 많이 팔았냐’와 같은 영업력이 제약회사의 주가를 결정했지만, 최근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는 소위 ‘신성장판’이라고 부르는 요소”라고 밝혔다. 여기서 신성장판이란 신약, 글로벌, 바이오를 뜻한다.

권 과장에 따르면 약국에서 약이 얼마나 팔렸는지 알려주는 ‘원외처방 서비스’가 2002년 등장하면서 2004년부터 이 자료를 토대로 한 제약사의 영업력이 주가와 연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주가의 원외처방 의존도가 약화되더니 지금은 신성장판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

권 과장은 새로운 평가기준에 들어맞는 제약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6개월간 국내 주요 제약사의 주가 변동을 보니 S사가 290%, H사가 126% 상승했지만 D사, Y사, N사 등은 30% 내외 상승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S사는 신약·글로벌·바이오 모두, H사는 신약·글로벌에서 앞서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 과장은 “그동안 국내 상장된 35개 제약사는 대부분 오너 중심의 경영을 하고, 영업이익률이 10% 수준으로 거의 비슷해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최근의 변화된 패러다임은 벤처 투자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며 제약사 간의 인수합병 촉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바이오벤처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성장한 ‘성공모델’이 필요하며, 대학 등의 ‘풀뿌리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권 과장은 “정부는 나눠주기식 연구지원은 지양하고, 시장원리에 맞춰 각 분야 성공 기업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이와 함께 초기 단계의 원천기술을 담당하는 대학의 풀뿌리 연구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정희 이사, “바이오벤처들 자금난 겪고 있어…M&A 통한 투자로 바뀌어야”

벤처투자회사에 종사하는 임 이사는 지난 1분기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부 바이오 기업의 회사 가치가 급등하는 등 거품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임 이사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87개 투자회사가 총 944억원을 투자했지만, 이 중 바이오에 투자된 자금은 40억원 수준”이라며 “바이오벤처 상당수가 자금난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기간동안 회사 가치가 급등해 5000억~1조원 가치에 달하는 바이오기업들이 등장했다”며 “이같은 거품현상은 초기단계 자금이 필요한 여타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수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이사는 “현재 투자사 입장에서는 기업공개(IPO) 상장을 통한 투자와 회수 외에는 제도적으로 마땅한 투자방법이 없다”며 “초기단계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벤처들의 IPO 상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2005년부터 선보이던 우회상장도 규제가 많아지면서 시들해진 상황이라는 것.

그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법률적인 보완과 개정이 필요하다”며 “M&A가 활성화되면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확보가 한층 원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한오 대표이사, “정량적 비즈니스 모델 수립…정확한 기업가치 평가 시스템 마련해야”

박 대표는 바이오에서도 이제 정량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최근 바이오 업계에 대한 임 이사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줄기세포주가 이끄는 시장은 너무 부풀려져 있는 반면 시작 단계의 바이오벤처 상당수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모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바이오벤처에 투자가 저조한 이유는 시가총액이나 회사가치에 대해 투자기관과 바이오벤처 간의 현격한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바이오 관련 전문 비즈니스 모델이 갖춰져 있지 않고, 기업분석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허의 유효성, 시장점유 가능성, 매출 규모 등의 자료가 생명정책연구센터와 같은 신뢰성있는 기관에 집중돼 시장분석, 수요분석, 경쟁력분석에 대한 정확한 평가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같은 시스템이 갖춰져야 벤처투자자들이 투자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여의도 증권가에서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더욱 신뢰를 갖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으며 (한탕을 하려는) 일부 불순한 바이오벤처 기업인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이 미국의 바이오산업 보고서와 330여 개 바이오기업의 자료들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한국 바이오 산업의 전망과 평가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회 BT전문가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권재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이사, 임정희 인터베스트 바이오팀 이사




● 전문가 4인이 꼽은 바이오벤처의 과제와 전망
①IT 기술과 접목, ‘게놈 산업’에 집중=전자산업처럼 정부 지원 하에 빠른 성장 도모, 특정대상 신약 개발에 초점, 3년 내 아시아 시장 본격 진출 대비
②바이오벤처 성공모델 확보=바이오기업 가치평가기준 변화, 나눠주기식 정부 지원 지양,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기업 확보, 대학 등 풀뿌리 연구 지원 강화
③M&A 투자 위한 제도 마련=M&A를 통한 투자방식 필요, 관련 법률 개정 및 보완
④정확한 기업가치 평가시스템 필요=정량적 바이오 비즈니스 모델 수립, 공신력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평가시스템 마련

※ 이 좌담회 시리즈는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의 공동기획으로 취재, 보도되고 있습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