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산업화, 포스코·삼성같은 일류기업 나서야”

2013.04.30 11:05

"페니실린 발견은 영국이 했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미국이다. 구연산을 팔던 화이자는 페니실린 대량 생산에 성공해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화이자의 뒤에는 원자폭탄 개발에 맞먹는 투자를 감행한 미국 정부가 뒤에 있었다. 세계 1위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와 조정역할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이선복 한국생물공학회장)

"기술 가치 평가에 대한 개발자와 기업간의 눈높이 차이가 너무 크다. 이 부분이 좁혀져야 한다. 큰 회사에서는 나름의 가치평가 기준을 만들고 있지만, 산업화가 활성화되려면 국가기관에서 몇 가지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어 줘야 한다."(김명진 LG생명과학 상무)

"산업화에 대한 지원은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보다 몰라서 못하는 부분도 참 많다. 예전에 의료기기를 개발해 놓고 인·허가를 받으려 보니 기존에 맞는 것이 없어서 제도까지 고쳐가며 진행했다. 식약청에서 일하는 사람들 인력과 정보가 부족하다. 개발자나 기업인들이 도와줘야 한다. 정부도 IT를 육성할 때 썼던 툴을 어떻게 바이오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배은희 한나라당 국회의원)

"대한민국은 바이오를 육성한다는 아이덴티티를 국제사회에 알렸으면 좋겠다. 국제 바이오행사에 가보면, 아시아는 거의 없고, 있다면 일본이다. 한국은 아주 가끔 눈에 띌 뿐이다. 국제교류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브라이언 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생명공학정책센터와 한국생물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2회 생명공학좌담회 전경. 이날 좌담회는 공개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자, 기업인, 정책입안자가 한 자리에 모여 바이오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가능성을 논했다. ‘국내의 BT분야 R&D 성과가 반드시 산업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통의 비전 아래 각 분야 BT전문가들의 농익은 현장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한국생물공학회는 9일 포항공과대학교 포스코국제관에서 ‘제2회 BT전문가 좌담회’를 공동 주최했다.

좌담회에는 김명진 LG생명과학 상무, 배은희 한나라당 국회의원, 브라이언 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이선복 한국생물공학회장 등 4인의 토론자가 참석했으며 ‘바이오산업,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소통과 공유의 장이 펼쳐졌다.

생명공학정책포럼과 연계, 공개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이선복 학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국내 바이오산업의 현황, 문제점, 활성화 방안 등의 순서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김명진 상무, "기술은 매출로 이어질 때 의미 있어…해외시장 노려야"

국내 선두 바이오제약업체의 하나인 LG생명과학의 김명진 상무는 "국내 바이오시장의 규모는 전세계 대비 2% 미만의 미약한 수준"이라며 "특히 소규모 기업, 국내 시장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상무는 "국가 기간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사업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만족하지 말고 기술을 매출로 이어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제품화까지의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한 바이오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초기에 외부에 팔아버리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것. 처음부터 바이오산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전략·자금 마련 등의 계획을 짜야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상무는 "바이오산업은 기업의 덩치가 크지 않으면 위기를 다루지 못하는 분야"라며 "국내 기업들은 산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지속적인 사업화가 되지 못하고 상업적 경쟁력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바이오산업이 기간산업이 되기엔 미약하지만 다행인 것은 국내 바이오산업이 연구인력과 기술이 쌓이며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제품과 서비스를 강화해 세계시장을 겨냥한다면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효과 등에서 타 산업에 비해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의 활성화 방안으로 가치평가에 대한 모델 정립, 사업화 허가·마케팅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제도개선 등을 제안했다.

배은희 의원, "사업화 각 단계 전문가가 바이오 산업에 들어와야"

BT분야 연구자에서 바이오기업 CEO를 거쳐 현재는 정책 입안자로 활동하고 있는 배은희 의원은 바이오산업의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에서 문제가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이공계에서는 공대 빼고는 다 바이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이오산업은 경계가 확실치 않고 범위도 넓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분야가 어디인지 정의할 수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배 의원에 따르면 바이오산업은 초창기에는 산업자원부의 ‘화학과’에서 현재는 지식경제부에서 바이오나노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또 산업별로 마련된 육성법에도 바이오 부분은 빠져 있어 바이오산업을 지원할 법적근거가 확실치 않다.

또 바이오산업의 정의가 불분명한 것은 낮은 인식으로 이어져 사업화 전문가들이 바이오산업 분야에 진입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었다.

배 의원은 "바이오산업은 기술개발이 오래 걸리고 어렵기 때문에 기술개발자가 사업화까지 맡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다"며 "투자·마케팅·경영 전문가들이 각 사업화 단계에서 참여하지 못한 것이 산업 성장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시장을 만들어 주고, 학·연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정의와 평가 기준을 만들어가는 시도가 있어야 기간산업화가 될 수 있다"고 전하며 "현장에서도 사업화 과정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브라이언 김 부사장, "전문성·국제표준 갖춰야…투자 롤모델이 필요"

단백질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국내 최대 생명공학 기업 셀트리온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 승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브라이언 김 수석부사장도 좌담회를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김 부사장은 "10년 전 처음 한국의 투자자들을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여전히 산업 인프라 구축이 미비하다"며 "제품화 과정에서 간단한 테스트나 아주 작은 부분도 외국의 기관에 의뢰하며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고 국제 표준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학교에서는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반대로 기업에서는 활용도가 약한 것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산업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적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바이오산업이 기간산업이 되기엔 아직까지도 투자나 관심도가 낮다"며 "롤모델이 존재해야 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 차원의 국제 네트워크 구축, 학회의 정보 수집과 공유, 국제교류 활성화 등을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요소로 거론했다.

이선복 학회장, "리딩 기업 있어야… 정부의 조정능력이 발휘돼야"

KAIST 생물공학과 출신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장과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이선복 한국생물공학회장도 좌담회를 통해 ‘바이오분야 세계 1등 기업이 탄생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조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를 관철시켰다.

이 학회장은 "포스코의 연 매출은 32조고, 삼성전자는 99조인데 바이오산업은 3조"라며 "세계 수준의 기업인 포스코와 삼성전자가 철강과 전자산업을 이끌었기 때문에 해당 분야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바이오산업에도 리딩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회장이 이를 위한 방안으로 꼽은 것은 정부의 조정능력. 그는 "광범위한 바이오산업의 응용분야 중에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꼽아야 한다"며 "좋든 싫든 1위를 찾아내서 그 부분에 집중 투자해야 세계 1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각계 전문가 4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로부터 김명진 LG생명과학 상무, 배은희 한나라당 국회의원, 브라이언 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이선복 한국생물공학회장.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