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Design] ‘특별하게 이상한’ 자동차들

2015.02.02 14:28

자동차는 현대 문화를 대표하는 기계 중 하나다. 이제는 생활 필수품의 반열에 들어서인지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박스 안에 지친 직장인들이 별 감흥도 없이 이동수단으로만 사용하는 자동차지만, 백여 년이 넘는 역사에서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각인된 자동차들도 있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생소하지만 그만큼 특별했던 자동차들을 모아보았다.

 

렐리언트 로빈(Reliant Robin)

 


영국의 자동차 회사인 렐리언트는 1935년 설립됐다. 이 작은 회사는 특이하게도 바퀴가 세 개인 삼륜차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영국에서 삼륜차는 바이크로 분류되기에 등록비나 보험료가 싸기 때문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비슷한 이유로 삼륜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많았지만 렐리언트의 ‘로빈’은 특별했다. 바로 옆으로 자빠지는 데는 따를 자동차가 없었던 것. 로빈은 아이들이 세발 자전거를 타다 핸들을 지나치게 꺾었을 때 쓰러지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잘 넘어졌다.재미있는 것은 이게 나름대로 명성거리가 되었다는 것. 영국 BBC의 유명 자동차 프로그램, <탑 기어>의 제레미 클락슨 역시 이 차를 갖고 있었지만 하도 자주 넘어져서 결국엔 버렸다고 발언했다. 이런 악명과는 달리 놀랍게도 로빈은 통계상으로는 영국에서 가장 안전한 차다. 로빈 중 0.9%의 차량만 다른 차와 사고가 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운전자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극도로 조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타우트 스캐럽(Stout Scarab)

 


국내에서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지만, 미니밴은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보편적인 가족용 자동차이면서도 따분하기 그지없는 차다. 그런데 이 미니밴도 처음 출현했을 때는 야심차고 획기적인 컨셉이었으니, 1936년 출시된 ‘스타우트 스캐럽(Stout Scarab)’이 그 사례다.

미국의 비행기 엔지니어인 윌리엄 부시넬 스타우트는 1907년부터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스타우트는 1935년 비행기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을 살려 비행기에서 본뜬 독특한 스타일과 구조를 지닌 ‘스캐럽’을 개발했다. 스캐럽은 제대로 혁신적인 차였다. 단지 최초의 미니밴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고객의 니즈에도 맞추어 조정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지니고 있었으며, 후방의 좌석은 테이블을 포함하여 구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간접 조명과 온도조절장치를 덧붙였으니, 스캐럽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거실’이었다.문제는 가격. 스캐럽은 당시 5,000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현재 가치로 따지면 90,000 달러에 이른다. 지금이야 이보다 비싼 차들도 있긴 하다만, 가족용 자동차로 10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심하긴 하다. 이 때문에 1934년부터 1939년까지, 단 9대의 스캐럽만 출하되었다.

 

닷지 바이퍼(Dodge Viper) RT/10

 


바이퍼는 현대를 대표하는 ‘머슬 카’다. 바이퍼는 스케치가 실체화된, 이상적인 사례로 꼽힌다. 1989년 디트로이트 모터 쇼에 바이퍼가 콘셉트 카로 출품되었을 때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결과, 바이퍼는 콘셉트 카에서 거의 바뀌지 않고 정식 출시되었다.심지어는 편의사양도 콘셉트 카 그대로였는지, 1992년 출시된 바이퍼는 단순함의 극치였다. 5만 달러의 가격에 받는 것이라고는 거대한 엔진과 미끈하게 빠진 차체가 거의 전부였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하드 탑 옵션도 없고 바깥쪽의 문 손잡이나 옆유리창조차 없었다. 편의사양은 낙제점이지만 바이퍼는 여전히 최고의 머슬 카 중 하나로 통한다.

 

람보르기니 쿤타치(Lamborghini Countach)

 


쿤타치는 디자인 컨셉이나 출시 목적 자체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름 자체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감탄사다. 우리말로 치면 '우와' 정도라고는 하나 그냥 우와는 아니고...차마 못적겠다. 어쨌든 격한 감정으로 내뱉는 비속어라고 보면 된다. 이전에 알려진 '카운텍'이라는 이름은 영어식으로 읽은 것. 일설에 따르면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가 람보르기니의 자동차 디자이너인 베르토네가 마르첼로 간디니의 카운택 최종 디자인을 보고 내뱉은 감탄사였다고 한다. 물론 반절은 '뭐 이런 게 다 있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의외로 사장인 페트루치오 람보르기니는 베르토네의 반응을 마음에 들어해서 그 점잖지 못한 감탄사를 그냥 이름으로 정했다나. 이름부터 '스페인 투우에서 활약한 황소나 투우사의 이름에서 따 온다'는 람보르기니의 작명방식에서 벗어난 이단아였던 셈.

결론부터 말하면, 람보르기니의 모험은 성공이었다. 쿤타치는 운전석을 최대한 앞쪽으로 끌어당긴 형태였으며, 1974년 이 차가 출시된 이래 ‘슈퍼카’로 분류되는 차량이라면 거의 모두가 따르는 디자인 컨셉을 정립했다. 그리고 슈퍼카로 분류되는 차량이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운전자의 편안함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전통도 확립했다.

쿤타치의 디자인은 공기 저항을 낮추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내부 공간을 확보하는 데는 영 비효율적이다. 키가 큰 편인 사람은 쿤타치에 타기 버거워했으며 바닥 공간도 좁아서 페달을 제대로 밟으려면 신발을 벗어야 할 지경이었다. 엔진 소리는 운전석에 그대로 전달되어 시끄럽기 짝이 없었으며 날씨가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운전석은 찜통이 되기 일쑤였다. 후방 창문은 좁아터진데다 스포일러라도 달면 후방시야가 완전히 막혀버려서 '후방주차하려면 문턱어 걸터앉은 채 하는 편이 낫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그렇다고는 해도 쿤타치는 슈퍼카의 고전이다. 쿤타치의 공격적인 디자인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왔으며 이후 슈퍼카 디자인의 향방을 결정했다. 게다가 쿤타치에서 처음 선보인 특유의 시저 도어, 앞쪽으로 가위처럼 기울여서 여는 문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긴 하다. 어찌 보면 이름을 절묘하게 잘 지은 셈이다.

 

출처 Listverse
저자 Patrick Fuller
번역 및 재구성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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