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스웨덴에서 ‘체감’과 ‘지속성’ 배운다

2014년 12월 19일 15:30

해외 모범 사례 중 오스트리아 귀싱과 스웨덴 함마르비는 우리에게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귀싱은 정부, 기업, 주민의 협업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함마르비는 자원 순환 모델을 통해 환경 부하를 50% 경감이란 목표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일반적으로는 친환경적인, 즉 신재생에너
지 설비를 도입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청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마을 등을 떠올릴 것
이다. 그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자급률이 높아지고 나아가 100%를 달성하기라도 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그러한 마을은 시범사업 등의 형태로 조성돼 왔고, 나름대로 의미와 성과가 있었다.
과거 정부 지원으로 시행됐던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현재는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
업이란 명칭으로 시행 중) 등이 그것이다. 태양광발전과 같이 초기 설치비용이 높은 신재생에
너지 설비는 정부가 금액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보급 확산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설치 이후, 실제로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확산됐는가 하는 부분
에선 아쉬움도 남는다. 왜냐하면 ‘친환경 에너지’라는 요소가, 주민의 삶에 밀접하게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약 5년 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지
원을 받아 태양광발전 설비를 집에 설치한 후, 얼마 동안은 전기요금이 나오지 않거나 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그 체감 효과는 곧 사라졌다고 한다. 즉, 전기요금이 저렴해지니 다시 새로
운 가전기기를 사들이거나 전기를 원래보다 많이 사용하게 되어, 이전에 납부하던 전기요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얘기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체감’과‘지속성’이다. 처음에 한 번 지원받고 이후 신경
을 써서 유지‧관리해야 하는 동기가 사라지니, 그 효과는 오래 가지 않게 돼 버린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 설치해 놓은 태양광발전 설비도 그저 지붕 위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서는 ‘체감’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여기서 ‘체감’은 실
제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 속에서 ‘아, 내가 친환경적인 삶을 영위하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것, 그리고 ‘지속성’은 이로 말미암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소득원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친환경 에너지 타운 시범사업’에 선정된 광주, 홍천, 진천 세 지역에서는, 주민의 참
여와 소득원 마련을 주요 포인트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다녀온 해외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모범사례 답사는 바로, 주민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체감하는지
에 초점을 두었다.

오스트리아 귀싱에 있는 재생에너지센터.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오스트리아 귀싱에 있는 재생에너지센터.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오스트리아 귀싱의 에너지 혁신
오스트리아 동남부에 자리 잡은 귀싱은 헝가리와도 거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귀싱
의 혁신은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공급형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즉,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에너지 생산설비(발전시설 혹은 열공급시설)를 통해 대량으로 에너지를 생산한 후, 전
력망이나 배관을 통해 전국 각지에 공급하는 기존의 체계로서는 지역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에너지의 소비는 이 지역에서 하나, 그것을 생산함으로써 소득을 얻는 것은 타 지
역에서 이루어진다. 당연히 경제적 이익은 순환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직접 에너
지를 생산하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귀싱의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주요 설비 중 하나는 바이오가스 생산설비이다. 15년 전부
터 마을 주민에 의해 운영돼 온 시설이다. 이를 통해 마을 전체가 소비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
지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바이오가스 생산의 원료는 귀싱 지역의 농업부산물 및 에너지 작물(기존의 목축 사료로 사용
되던 잡초, 풀 등)인데, 이를 원료로 해 가스와 열을 생산한다. 물론, 생산된 에너지의 주 용도
는 전력과 지역난방이다. 원료는 지역 농민들로부터 1톤당 약 25유로에 구매한다.


오스트리아 내에서는 식량작물과 에너지 작물의 판매가격이 비슷하게 형성된다. 그런데 에
너지 작물은 식량작물에 비해 일손이 덜 간다는 장점이 있다. 농업인으로서도 에너지 작물
을 키우는 것은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귀싱의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지역의 농업부산물과 에너지 작물을 원료로 해 가스와 열을 생산한다.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귀싱의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지역의 농업부산물과 에너지 작물을 원료로 해 가스와 열을 생산한다.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시설에는 총 2개의 발효장이 있으며 시간당 250m3의 메탄가스를 생산한다. 1헥타르에 해
당하는 면적의 원료를 투입해 생산한 가스는 자동차 연료로 활용 시 40만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체 및 액체 상태의 부산물이 나오게 되는데, 이는 지역 농민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거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연소해 전력도 생산한다. 생산량은 현지 수요량의 3배에 달한다. 전력 생
산 시 작동하는 터빈으로부터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1년 중 8개월간 지역에 열을 공급하고,
나머지 4개월 동안은 직접 가스를 활용해 열을 공급한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남는 전력은 외부 지역에 판매한다. 판매 가격은 1kWh당 12~16센트이다. 오스트리아의 일
반 전력가격이 1kWh당 8센트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비싼 감이 있으나, 차액분을 정부에서
10년에서 12년 동안 지원해 준다. 판매된 수익은 자연적으로 귀싱 지역 주민에게 환원된다.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자체가 주민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차액분 지원), 기업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주민(협동조합 운영)의 협업체계를 통해 명실공히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귀싱의 바이오가스 생산 및 공급 체계도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귀싱의 바이오가스 생산 및 공급 체계도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귀싱 지역 내의 에너지 생산 및 공급 체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고 나서 10년 동안 약 8억 유
로가 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한때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었
던 귀싱을 부유한 지역으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이다. 지역의 부가 증가하면서 문화 및 스포츠산업도 번성해, 전체적인 삶의 질도 향상됐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으로서의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구축되기까지는 무려 25년의 세월이 걸
렸다고 한다. 이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기술센터’
인데, 이 역시 100% 지역 주민이 주주로 돼 있는 협동조합이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이를
연구하는 기관이나 연구소가 수시로 방문하고 있으며, 국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를
통해 개발된 신기술과 모델은 다시 수출된다고 하니, 부, 명성, 기술의 모든 측면에서 선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귀싱의 혁명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바로, 현지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현지에서
사용하고, 발생하는 수익은 현지 주민의 이익으로 환원시키는 시스템을 통해 지역 내 부를
창출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 식수, 난방, 하수
처리, 전기, 쓰레기 처분, 자동차 연료는 가급적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해결하고 처리해야 한다
는 기본적 인식을 공유했다.


이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단순한 정부 보조로 인한 설비 보급사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주민들이 얼마나 ‘체감’하고 ‘지속적’인 운영을 하느냐에 있다. 원료를
투입해 재화를 생산하고, 이를 팔아 수익을 얻고, 남는 자본은 생산에 재투자한다. 경제의 기
본이다. 귀싱은 이 ‘재화’의 대상을 에너지로 전환한 것뿐이다.

 

스웨덴 함마르비의 자원 순환 모델
수많은 도시들이 산업화의 바람으로 인해 번성했다가 해당 산업의 몰락과 함께 쇠퇴하곤 했
다. 새로운 산업이 들어서거나 기존 산업의 부작용, 예를 들면 환경오염으로 인해 더 이상 사
람이 살지 않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스웨덴 함마르비에 있는 환경정보센터.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스웨덴 함마르비에 있는 환경정보센터. -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제공

스웨덴의 함마르비 허스타드(Harmmarby Sjöstad, 이하 함마르비) 역시 1차 대전 이후 급속한 공업화로 한때 번영을 누렸으나 제조업 쇠퇴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도시기능이 쇠퇴한 도시 중의 하나다. 그러나 스톡홀름 시에서 1990년대 초 이곳을 재개발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에너지, 폐기물 처리, 수처리, 교통, 도시계획 등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스톡홀
름 주민, 건축가 및 공공 분야 종사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한데 모여 함마르비 환경 프로
그램(Environmental Program)을 수립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1997년부터 시작돼 2017년에 종료하는 것으로서, 함마르비 지역에서 발생하
는 환경 부하를 1990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됐다. 주요 부문별 목표는
아래 표와 같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에 바로 ‘함마르비 자원 순환 모델’이 있다. 말 그대로 에너지,
물, 폐기물이 모두 순환되며 재활용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주거지역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바이오가스 생산설비에서 유기성 비료나 대중교통연료, 혹은 열병합발전의 원료로 탈바꿈한다. 열병합발전소에서는 전기와 열을 생산해 다시 주거지역으로 공급한다. 폐수와 빗물은 폐수처리공장에서 재처리 과정을 거친 후, 열 공급설비로 보내져 지역 냉난방 원료가 되거나 유기비료로 활용된다. 물론 유해한 중금속 등은 제거된다. 바다나 함마르비 인근 호수에 방류되기도 한다. 지역 내부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설비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것은 기본이다.


개발이 종료되는 2018년에는 인구 2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만 2000호의 주거단지가 완공되고, 약 1만 개의 일자리까지 창출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현재 함마르비에서는 계획 당초 대비 40%에 가까운 에너지 절감률을 달성했다. 목표인 50%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폐기물을 재활용해 얻은 에너지로 도시 난방의 70%를 해결하고 있다. 이 또한, 폐기물에너지로 80%를 공급한다는 목표에 꾸준히 다가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체감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우리 지역에서 쓰는 에너지는 우리가 만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이다. 그러나 많은 곳에서는 이러한 분산형 발전이 아니라 대규모로 에너지를 생산해 배분하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싼 가격에 편하게 써 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공기처럼 너무 당연하게 우리의 일상생활과 함께 하는 존재라서 ‘재화’로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새로운 모델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이 기술들을
융‧복합해 효율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에너지는 더 이상 당연히 싼 값에
쓸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주민은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생산의
주체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쓰는 에너지는 지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내가 키운 작물이, 혹
은 내가 배출한 폐기물이 에너지란 형태로 되돌아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면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재화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긴다. 부가적으로 소득원이 생기고 돈도 모인다. 이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동력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앞으로 펼쳐질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 이 두 가지가 결합돼 훌륭한 성공모델로 정
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콘텐츠는 녹색기술센터에서 발행한 < Green Tech. HORIZON> 4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녹색기술센터 손범석 연구원

sonbs@gtck.re.kr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동아사이언스 SNS로
최신 소식을 받아 보세요!

  • 과학동아
    과학동아페이스북 과학동아카카오스토리 과학동아트위터
  • 과학동아천문대
    과학동아천문대페이스북
  • 어과동TV
    어과동TV페이스북